중국에서는 블룸버그통신 웹 사이트 접속이 안 된다. 지난 6월 이후의 일이다. 지난 주말부터는 뉴욕타임스 웹 사이트 접속도 차단됐다.
‘차세대 중국 최고 권력인 시진핑(習近平)가족의 보유 자산은 일부 알려진 것만 3억6,000여만 달러에 이른다’-. 블룸버그통신을 통해 나간 보도다. 그러자 북경당국은 즉각 접속차단조치를 내렸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총리 일가는 27억에 이르는 숨겨진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주말 뉴욕타임스 보도다. 이와 함께 역시 같은 조치가 떨어진 것이다.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될 화려한 정치 쇼 무대가 마련됐다. 앞으로 10년간 중국을 이끌고 갈 새 권력층을 선보이는 중국공산당 18차 전당대회다. 두 주 앞으로 다가온 그 무대를 향해 뉴욕타임스는 수류탄을 던졌다.” 뉴요커지의 지적이다.
뉴욕타임스는 모두 4,700 단어에 이르는 장문의 폭로기사를 통해 어머니에서, 부인, 아들, 동생, 그리고 처가 식구에 이르기까지 원자바오 총리 일가족이 현직 총리라는 지위를 통해 어떻게 27억 달러에 이르는 자산을 모았는지를 자세히 밝혔다.
권력과 밀착된 치부과정이 상당히 충격적이다. 더 충격적인 것은 그렇지만 그 축재의 주체가 사실에 있어 원자바오 총리라는 사실이다.
‘실사구시(實事求是) 관료정신’의 상징이다. ‘중국 인민의 총리’다. 서민과 항상 같이 한다. 청렴결백의 대명사이고, 반(反)부패, 개혁의 기수다. 이런 것들이 총리로서 원자바오의 이미지다.
그런데 그 원자바오의 진짜 얼굴이 드러난 것이다. 부패에 찌든 추악한 그 얼굴이.
후진타오(胡錦濤)-원자바오 치세 10년이 끝나는 현재 중국이 맞이한 최대의 문제는 무엇일까. 그것은 부패다. 뉴요커지의 분석이다.
“민초(民草)는 불안정 속에 크게 동요하고 있다. 중산층은 절망하고 있다. 그리고 톱의 상층은 저마다 축재에 혈안이 되어 통제 불능 상황에 있다.” 권력 교체기를 맞은 현 중국의 상황에 대한 총평이다.
중국 도처에서 하루 최소 500건 이상의 소요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환경오염은 날로 악화되고 있고 빈부격차는 계속 심화되고 있다. 그 정황에서 중국 형 경제모델은 수명이 다해가고 있다. 부동산 거품이 꺼져가면서 경제는 경착륙 징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 가운데 불만과 분노는 쌓여가고 있다. 요약하면 후진타오-온자바오 10년간 중국 사회의 모순은 더욱더 심화되기만 하면서 이제 발전은 멈추어 버렸다는 것이다.
그 가장 근본적 원인은 무엇일까. 그것은 다름 아닌 지방관리에서 공산당 지도부까지 전 계층에 만연된 부패라는 진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발전에는 부패가 따르기 마련이다. 멀리 ‘도금시대’로 불린 19세기의 미국, 또 최근 급속한 경제성장기를 보낸 일본, 한국, 대만 등 국가들에서 목격해온 현상이다. 그러나 부패에도 질(質)이 있다는 것이 ‘도둑정치’(kleptocrcy)연구가들의 이야기다.
“과거 자이레, 니카라과, 아이티 등 국가에서의 부패현상과 일본, 한국 등 국가에서의 부패는 질적으로 다르다. 동아시아 국가의 부패상을 ‘발전형 부패’ 라고 한다면 자이레 등지에서의 부패는 ‘퇴행성 부패’로 불릴 수 있다.” 중국문제 전문가 앤드류 웨더먼의 설명이다.
발전형 부패의 경우 부패로 모아진 돈은 다시 기업에 투자된다. 퇴행성 부패는 기업을 죽인다. 때문에 퇴행성 부패가 가져오는 폐해는 치명적일 수 있다. 중국의 부패상은 바로 퇴행성 부패라는 데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다.
한 마디로 중국에서의 부패는 무정부 상태에 이르고 있다는 것이 웨더먼의 주장이다. 부패근절을 위해 북경당국은 온갖 비상조치를 동원하고 있다. 지난 5년간 350명의 부패관리에 사형선고가 내려진 것이 그 일환이다.
그러나 부패는 계속 심화되고 있다. 해마다 2,500여 명의 고위공직자들이 부패혐의로 기소되고 있다. 1990년 이후 해외로 도피한 중국의 관료는 1만8,000 여명에 이르고 이들을 통해 유출된 외화는 1,20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시진핑으로 이어지는 중국의 차기공산당 지도부는 그러면 부패근절에 과연 성공할까. 전망은 비관적이다. 충칭시 당 서기장 보시라이 스캔들에서, 또 원자바오 총리 가족의 축재비리에서 보듯이 당 지도부의 부패상은 더 추악하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하기 마련으로, 권력독점을 계속 추구하는 중국 공산당으로서는 불가능하다. 관련해 나돌고 있는 것이 ‘1당 독재 70년 한명(限命)론’이다.
소련 공산당은 70년 만에 붕괴됐다. 멕시코의 제도혁명당 독재도 70년을 못 넘겼다. 중국 공산당이 대륙을 지배하기 시작 한 해가 1949년이다. 때문에 2019년이면 중국공산당도 숨을 거둘 것이라는 게 중국 내 체제 비판자들 간에 회자되는 이론이다. 과연 맞는 전망일까.
곧 출범할 시진핑 체제의 중국, 그 전도가 아무래도 심상치 않아 보인다.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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