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경 편집국 부국장
“어머니가 수 년간 그리스도 연합감리교회 경로대학에 다니며 학교 친구분들과 함께 시간을 갖는 것을 무척 즐기셨어요. 그런데 올해 초 심장수술로 한 동안 치료를 받다가 회복이 되어 다시 경로대학에 나가고 싶어 해 얼마 전 모시고 갔더니 문을 닫았다고 하더라구요. 혹시 노인들을 위해 교양강좌를 하는 다른 시설이 있는지 궁금해서 문의를 합니다”
지난 주 본보에 걸려 온 이 전화를 통해 기자도 그제서야 경로대학이 문을 닫은 사실을 알게 되었다.
본보는 지난 6월 창간 4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경로대학과 더불어 노인복지 세미나를 함께 개최하며 하와이 한인 노인복지의 구체적인 방법론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진 바 있다.
당시 경로대학을 커뮤니티에 개방하며 하와이 한인사회 노인복지를 위한 교회의 역할을 강조했던 경로대학의 이사장과 학장의 열의를 너무 잘 알고 이를위해 본보의 역할을 나름대로 구상하고 있던 기자로서는 정말 제대로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한인 노인들의 건전한 여가선용의 장이 없는 하와이 한인사회 현실에서 그리스도 연합감리교회 경로대학은 지난 수년간 나름대로 알찬 강의로 한인 노인들에게 귀한 배움터로 자리해 왔다.
교인들은 물론 일반 한인들의 관심도 높아 올해에는 ‘팔라마 마켓’과 배성근 문추위공동위원장 등 뜻있는 독지가들의 지원도 이어져 경로대학은 앞으로 한인사회 노인복지를 위한 교회와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이상적인 프로그램 구축을 위한 한 축을 담당해 갈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갖게 했었다.
23일 교회에 전화해 경로대학에 관한 문의를 하니 직원은 “담임목사님은 한국 방문 중이고 부목사님들은 출타 중”이라며 “학교가 문을 닫은 것이 아니고 휴강 중”이라며 “자세한 내용은 목사님과 통화를 하라”며 말을 아꼈다.
교인들과 몇 몇 경로대학 학생 분들은 “문을 닫은 지 두어 달 정도좀 오래되었는데 이제 알았느냐”고 기자에게 반문한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교회 예산이 줄었다는 말도 있고 높으신 분들이 서로 높다고 싸우다 그렇게 되었다는 소리도 있다”며 “이게 우리 교회 현실”이라며 안타까워 한다.
한인회와 문추위 논란을 비롯해오늘의 한인사회 곳곳에서 들려 오는 불협화음으로 그렇지 않아도 심란한 요즘, 미주 한인 이민역사와 그 궤를 함께하고 있는 그리스도 연합감리교회의 부설 경로대학 마저 어느 날 ‘소리소문 없이’ 문을 닫은 현실은 경로대학 재학생은 물론 그 자녀들에게 그리고 나아가 동포들에게 크나 큰 허탈감을 갖게 한다.
구약성서 속의 지혜로운 군주 솔로몬 왕은 두 여자가 한 아이를 놓고, 내가 진짜 아이 엄마라고 주장하자 두 여인을 향해 아이를 반으로 나누라고 판결한다.
가짜 엄마는 이를 수용했으나 진짜 엄마는 이를 거부하고 아이를 포기하겠다고 해 진짜 엄마임을 입증한다.
솔로몬 왕의 당시 판결이 빛을 볼 수 있었던 것은 아이의 생명을 생각하는 진짜 엄마의 모성애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솔로몬 왕은 결국 어린아이를 반으로 갈라 죽이라는 무시무시한 판결을 내린 군주로 역사에 남지 않았을까...?
요즘 한인사회 분란이 일고 있는 곳곳의 모습은 ‘동포사회를 위해서…’ 그리고 ‘하나님 사업을 위해’ 함께 모인 사람들이 자신이 속한 조직체의 진정한 발전을 생각하기 보다는 정작 아이의 생명에는 관심이 없는 계모처럼 각 자의 명분과 자기주장을 내세워 끝장을 보겠다고 대치하고 있는 모습들이다.
결국 성경속의 솔로몬 왕이 걸어 나와 오늘의 한인사회 곳곳의 분쟁 현안에 판결을 내린 다 한 들 ‘아이’를 살리기 위해서 한쪽 팔을 놓는 ‘친 어미의 마음을 가진 리더’가 없다면 솔로몬 왕의 지혜로운 판결은 더 이상 기대 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나 이민생활의 애환을 달래주는 정신적 치유의 장소로 힘 없는 어린 양들로 하여금 ‘무작정 기대고 싶은 어미의 품과 같은 역할기대’를 갖게 하는 종교단체에서 들려오는 이런 저런 불협화음의 소식은 그래서 더욱 더 우리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경로대학의 휴강이 길지 않도록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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