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욱 객원논설위원
세상엔 수많은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 그렇게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은 희망을 가지고 살아간다. “오늘 보다는 내일이, 내일보다는 모래가 더 좋아지겠지”. 차이나타운이든 어디든 시장엘 가보면 하나라도 더 팔아보겠다는 사람들의 의지와 노력을 본다. 비린내 나는 생선 속에서 비린내가 온 몸을 감아도 그들에겐 희망이 있다.
아무리 험한 노동을 해도 집으로 돌아가면 그들에겐 가족이 기다리고 있다. 그들은 가족과 가정의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땀 흘리며 묵묵히 일한다. 여기서 가족과 가정 자체는 그들에겐 희망이 된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나름대로 자신의 삶을 자유로이 만끽하며 그들의 내일이 더 나은 삶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희망 속에서 살아간다.
그런데, 한 줄기의 희망도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격리돼 있다. 소외된 사람들이며 손가락질 받는 사람들이다. 배불리 먹지 못하는 사람들이고 감시 받는 사람들이다. 힘의 지배 속에서 사는 사람들이며 외롭고 지친 사람들이다. 가정도, 기다리는 사람도 없는 사람들이고 하루하루 생명만 유지되어 사는 사람들이다.
그들이란, 중범죄 죄수들로 최소한 감옥에서 20년 이상을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다. 감옥 선교를 하는 한 목사를 만나 인터뷰를 하던 중 들은 내용들은 충격적이었다. 중범죄 감옥의 실상은, 그들에겐 살아가야할 희망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감옥에 들어 간지 15년 동안 단 한 번도 가족이 찾아오지 않은 사람도 있다.
독방에 들어간 사람 중엔 5년에서, 15년 이상 혼자 지내는 사람도 있다. 그들은 하루 24시간 중 23시간을 혼자만 지내야 한다. 감방 밖에 나올 수 있는 단 한 시간도 누구 하나 접근하지 못하게 하고 혼자 있어야 한다. 다만 가족면회는 된다. 하지만 가족들이 찾지를 않는단다. 말이 15년이지, 그가 당하고 있는 벌을 상상이라도 할 수 있을까.
수천 명의 재소자 중 80%가 흑인이다. 이런 환경에 입소된 아시안 죄수나 백인 죄수들은 힘이 없으면 당한다. 무조건 싸워 이겨야 한다. 아니면 두드려 맞아야만 된다. 병신이 되어도 할 수 없다. 몰매를 맞다가 어떻게 되어도 어쩔 수 없다. 살아갈 희망이 없으니 자살자가 나올 수 있다. 이런 그들에게 무슨 희망을 말할 수 있는가.
그래도 그 목사는 희망이라곤 찾을 수 없는 그들이지만 단 한 줄기의 희망이라도 심어 주기 위해 감옥을 찾는다고. 절망 속에 살아가는 그들이지만 종교를 통한, 삶에 대한 단 하나의 목적이라도 심어주기위해 그들을 찾아 간다고. 그 사람들을 만나는 동안 몇 시간이고 그들의 말을 들어주면 그들이 그렇게 좋아할 수 가 없다고 한다.
그는 말한다. 자꾸 찾아가 얘기하다 보면, 언젠가는 그들의 인격에 변화가 생기어 실 날 같은 희망을 갖게 할 수도 있다. 그들이 현세에서 누리지 못하는 자유와 즐거움을 내세에서나마 누릴 수 있도록 종교를 갖게 하고 그 종교 안에서 마음의 자유와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그들을 인도하고 있단다. 또 돈이 생기면 간식도 넣어준다고.
목사와 헤어져 돌아오는 시간, 많은 생각이 오고갔다. 감옥소의 그들을 생각한다면, 세상엔 얼마나 행복한 사람들이 많은가! 그런데도 그들은 그 행복을 모르고 살아간다. 우선 속박이 없는 자유 속에서 활동할 수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감사와 희망이 아닌가! 오늘보다는 내일을 바라볼 수 있는 바깥세상에 사는 사람들. 희망 자체다.
생선 비린내가 온 몸을 감아 돈다 해도, 막노동을 한다 해도 날이 어두워 집에 돌아가면 반겨줄 사랑하는 가족이 있는 사람은 희망이 있다. 감시받지 않고 격리되지 않고 살아도 희망이 있다. 친구들을 만나 맛있는 것 사 먹을 수 있어도 희망이 있다. 가족들과 어디든 함께 여행할 수 있어도 희망이 있다. 자유, 그 자체가 희망이다.
희망도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야 하는 중범죄자들에게 삶의 목적과 작은 희망이라도 불어넣어 주려고 애쓰는 그 젊은 목사의 모습이 좋아 보인다. 그는 그들에게 희망(hope)과 속죄(redemption: 죄를 용서받음)에 대한 것을 알게 해주려 한단다. 그리고 마음에서나마 위로와 즐거움을 안고 살게 해주려 한단다. 감옥 밖에 있는 우리들, 무엇이 문제인가? 희망은 자유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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