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욱 객원논설위원
사람이 사는 인간 세상엔 여러 가지 모순들이 함께 공존한다. 그 중 하나가 각 나라마다 크게 국방비는 쓰면서 식량이 없어 굶어 죽어가는 사람들은 구제하지 않는 돈의 모순된 쓰임이다. 대게의 경우 부한 나라엔 아사, 즉 굶어 죽는 사람은 별로 없다. 가난한 나라에서 어른이 아닌, 많은 어린이들이 비참하게 먹을 것이 없어 죽어간다.
유엔 어린이구호기금, 유니세프(UNICEF) 보고에 의하면 세계적으로 매일 5만 명 이상의 어린이가 영양실조로 굶어 죽어가고 있단다. 상상이 안 되는 숫자다. 통계가 잘못된 것은 아닌지. 세상 한 편에선 영양가만 먹고 사는 개와 고양이들이 있는가 하면, 당장 끼니가 없어 죽어가는 인간들이 세상엔 공존하니 모순이 아닐 수 없다.
30여 년 전의 일이다. 미국으로 이민 온 한 사람이 슈퍼마켓에 먹을거리를 사러갔다. 한 참 둘러본 후 먹음직스럽게 고기가 그려진 통조림을 사서 집에 돌아와 맛있게 먹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먼저 온 이민 선배가 그 통조림을 보더니 “어! 이건 개가 먹는 통조림인데!”하며 개와 사람 먹을 것도 구분 못하냐며 핀잔을 주더란다.
지금은 개밥을 먹는 사람이 없겠지만, 어쨌든 미국은 개와 고양이 등 동물의 천국이다. 개에게 화장을 시키고 옷을 입히는 것은 물론 유산까지도 물려준다. 가난한 아프리카나 아시아 국가에서 태어나 굶주리는 어린이보단 미국서 태어난 동물들이 더 잘 먹으며 살아간다. 모순이지만 어쩔 수 없다. 세상이 안고 있는 모순의 극치이다.
몇 일전 워싱턴DC 소재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가 2011년 아시아 주요국 국방비 지출 내역을 발표했다. 지난 10년 사이 국방비 지출이 두 배로 증가해 총 2,240억 달러다. 아시아 전체 국가 국방비 예산의 87%다. 중국 899억 달러(2000년보다 4배), 일본 582억 달러, 인도 370억 달러, 한국 290억 달러, 대만 100억 달러 순이다.
CSIS 연구원은 아시아 5개국 군비 지출의 가속화는 아시아 태평양지역의 불확실한 안보 상황과 해상 영토 분쟁을 원인으로 분석한다. 일본과 한국, 일본과 중국, 일본과 러시아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영토분쟁이 중요한 예다. 국방비 지출이 많은 미국은 금년 6,700억 달러다. 지난해 아시아 5개국 국방비를 합한 금액의 3배에 달한다.
아프리카에선 1달러면 하루를 산다. 1달러가 없어 어린이들이 굶어 죽는다. 방글라데시 노동자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죽도록 노동을 하고서도 한 달에 40달러-60달러 밖에 못 받는다. 전투기 한 대에 약 1억 달러(1천억원)가 나가는 것들이 있다. 1억 달러면 영양실조로 죽어가는 아프리카나 아시아 어린이들을 얼마나 많이 구할 수 있을까.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부요한 나라들이 국방예산을 동결하고 그 돈을 아프리카와 아시아 지역 등, 식량이 없어 굶주리는 가난한 나라 구제에 사용한다면 이 세상은 어떻게 변할까. 하루에 5만 명의 어린아이들이 영양실조로 목숨을 잃어버리는 그런 참상은 바로 사라질 게다. 그리고 세상은 천국처럼 모두가 화평한 나라들이 되겠지.
참으로 모순된 소망이다. 천지개벽이 일어난다 해도 부자나라의 국방비 동결과 전환은 없을 거다. 왜냐하면 군수물자로 한 몫 보는 재벌들이 손 놓고 보고만 있질 않을 것이기에 그렇다. 또 언제 전쟁이 벌어질지 모르기에 자체방어는 물론 타국을 공격하길 위해서라도 국방비는 점점 많아질 것이다. 군대는 곧 힘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사마천은 기원전 104년에 <사기열전>(史記列傳)을 집필했다. 사기는 중국 상고(上古)시대부터 사마천이 살던 한 무제 때까지의 중국 역사이며 시간적으로는 약 2,000년을 포괄한다. 사기엔 나라들의 생멸(生滅)과 끊임없는 전쟁 속에 살던 인물들의 얘기로 점철된다. 이처럼 전쟁은 인류역사가 시작된 상고부터 시작돼 계속되고 있다.
전쟁의 위험이 있는 한, 국방비는 오를 것이고 또한 나라의 빈부 격차는 점점 벌어져 부자 나라의 동물은 영양가만 계속 먹을 게다. 국방비. 군대 비용이다. 군대가 쓸모없는 세계가 도래만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전 세계 나라의 국방비, 천문학적인 액수다. 그 돈을 전환하여 인류 모두가 행복하게 사는데 쓸 수만 있다면~. “꿈 깨라!” 누군가 뒤통수를 때린다. 모순이 공존하는 세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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