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포들은 지금 고국의 대통령 선거에 또 한 번 기대를 걸며 주시하고 있다. 그러나 전개되고 있는 건 극히 내용이 빈약한 삼류극이다. 대통령을 뽑는 드라마엔 장중한 조국의 미래와 민주 평등 복지가 넘쳐흐르는 희망의 시나리오가 포함돼야 하는데 영 그런 싹수가 보이질 않는다.
이미 불어닥치고 있는 세계적 경제 파고와 우리의 위치 입장 대책, 남북통일, 양극화 해소, 후대 청년들의 장래 등등 심각한 과제들에 대해 후보들이 깊이 고민하는 빛이 안 보인다.
박정희 정권 강탈 장물 정수장학회라던가 국익 차원에서 입 다물어야 할 NLL에 관한 전 대통령 발언 등을 발뺌하고 트집 잡는데 후보들이 몰두하고 있다. 국가 중대 과거사를 유야무야 그냥 넘어가자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대통령을 뽑는 선거의 주제라면 나라의 진로와 틀을 어떻게 어디로 정해야 하는지를 놓고 큰 그림을 그리는 토론 마당이 돼야 하는 것이 아닌가.
마침 미국도 대통령 선거 운동이 한창이다. 이들의 선거 모습을 보라. 국가의 미래를 열 올려 토론하고 고민하며 국민 의사를 성실히 대변한다. 상대 후보를 무고하고 매수하고 협박하지 않는다. 인신공격 없이 신사적이고 점잖되 부정불의엔 거침없이 발언한다.
선거를 치루는 미국민들도 마찬가지다. 파렴치 잔재주 부리는 후보, 정치인은 그 날로 정치 생명을 포기해야 할 만큼 엄격하다. 엊그제까지 유신, 군사독재 헌법 유린, 인권탄압, 살해, 고문, 착취에 절치부심하던 자들이 갑자기 ‘통합’입네 이름 팔고 얼굴을 파는 추태는 없다.
소설 쓰고 시 읊던 문인들이 수십 명씩 떼 지어 당직 받고 정치인으로 돌변하는 우리나라판 ‘야누스’ 출연의 경우도 없다. 강단에서 학생들 가르치던 학자 교수들이 우르르 정치 영역에 뛰어들어 패거리에 가담하는 참담한 전경도 일어나지 않는다.
한마디로 미국 대선분위기가 부럽다. 이런 고백을 놓고 친미니 사대주의니 할지 몰라도 같은 기간에 진행되는 한미간 똑 같은 선거의 분위기가 이렇게도 선진과 야만의 차원이니 어쩌랴.
우리 후보들은 미국 대통령 후보들에겐 없는 ‘원죄’를 안고 등장했다. 후보 되기 위한 경선에서의 죄악 말이다.
박근혜, 경선에서 87% 몰표로 후보가 됐다. 차점자(김문수 경기지사) 득표율은 불과 10%에도 훨씬 못 미쳤다. 박근혜 친박 후보지 무슨 새누리당 후보인가.
문재인, 경선에서 전문가들은 물론 일반 시민들까지 ‘위헌 소지’를 거론한 ‘모바일’ 투표로 당선됐다. 모바일 비중이 전체 표수의 92.6%나 차지했다. 당원, 대의원, 당심에선 손학규에게 밀렸다. 모바일 후보인가 민주통합당 후보인가. 도덕성이 의심된다.
안철수, 아직도 출마의 정당성을 모르겠다. 여론 조사에 들떠 사명감 없이 출마했다면 혼란주지 말고 맘 고쳐먹어야 한다. 국가는 특정인의 놀이터가 아니다. 될까 안 될까, 혹시 한번 해 보자는 시험장 삼는다면 그건 더 나아가 대역죄에 해당한다.
안철수, 그의 구호는 바로 시국의 정수를 때렸는데 구체성이 없다. 당이 없는 무소속 후보다. 전 국민을 자기 패거리(지지자) 만들려면 대책을 내놓고 전 국민적 동의를 끌어내야 한다.
미국 대선에서 또 하나 돋보이는 건 언론의 태도다. 보수(워싱턴 포스트), 진보(뉴욕 타임스) 등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런데도 여론 조작, 호도, 선동, 절대로 그런 사례를 볼 수가 없다.
이들은 여론조사 장난치고, 교묘한 타이틀, 선동적인 단어로 독자들을 세뇌하려 덤벼들지 않는다. 의도적으로 약자들을 분열 농간하는 후안무치의 사례는 더 더군다나 상상할 수도 없다.
요즈음 국내 여론조사마다 국민 65% 이상이 정권 교체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권교체는 역사적 요구이며 시대적 사명이다. 따라서 특히 야권 후보들은 정권교체에 막중한 책임을 느껴야 한다. 정권교체란 여를 물리치고 야가 권력을 잡는 합법적 혁명이다.
이런 과업이 거저 이뤄질 순 없다. 기득권의 압박과 탄압, 오해, 비협력, 이념적 돌발사고, 난관 등 힘든 과정을 이기고 보완하며 국민적 동의를 얻어내야 한다. 행여 다된 밥상이라며 오만, 자만에 취한다면 만사를 그르치고 말 것이다.
국가 미래 운명을 책임 있게 고민하고 현실적 대안을 내놓고 환상의 갈채가 쏟아지는 대의의 길로 가야 한다.
문재인, 안철수는 국민들에게로 진정성 있게 다가가라. 믿음을 주고 희망을 줘라.
두 후보 다 국민의 신망을 얻고 호응을 받는다면 ‘단일화’ 쯤은 문제도 아닐 것이다. 단일화 놓고 계속 충돌하는 건 야권의 분열을 기다리는 수구 보수 꼴통들에게 빌미를 주고 함정에 빠지는 길이다. 후보자들, 정당들, 국민들 모두 대오 각성하여 다시는 대통령 뽑아놓고 가슴 치는 불행이 오지 않도록 뜻을 모으자! 희망의 새 역사를 쓰자! 함석헌 선생의 말이 떠오른다. “깨어 있는 백성이라야 나라가 산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