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민 뉴욕주 공인 홈인스펙터
개미와 배짱이 이야기는 겨울나기의 대표적인 동화로 기억되고 있다. 무더운 여름날 오히려 땀 뻘뻘 흘리며 추운 겨울채비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개미와 일은 하지 않고 시원한 그늘밑에서 노래하며 살아가던 배짱이가 추운 겨울에 동냥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는 근면성실한 자를 풍자한 대표적 동화로 알려져 있다.
여름이면 에어컨을 통해 시원한 바람을 제공받고 겨울이면 보일러를 통해 여름 못지않은 따뜻한 온기를 조달할 수 있는 편한 세상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에게 개미와 배짱이 이야기는 그저 재미있는 동화에 불과할 뿐이다. 겨울나기를 위해 한여름에 땀 흘리며 열심히 일한 개미에 대한 평가는 오히려 과연 행복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겨울채비를 위해 사전 보일러 점검은 중요한 항목 중 하나다. 그러나 보일러는 실내의 온기 유지를 위해 필요한 기계적 존재일 뿐 바깥 세상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그런데 의외로 쉽게 간과하는 곳이 있다. 바로 집 주변과 지붕이다. 여름 폭우와 홍수에 대한 대비를 누차 들어왔지만 겨울폭설과 홍수의 대비에 대해서는 잘 들어보지 못했다.
겨울폭설 후 눈이 녹기 시작하면서 불어난 홍수피해를 겪어본 사람들은 몸서리를 친다. 여름홍수와 겨울홍수는 분명히 다르다. 여름에 고인 물은 퍼내면 되지만 겨울에 퍼낸 물은 다람쥐 쳇바퀴 돌듯 다시 얼어 쌓이는 악순환을 되풀이하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보일러 점검보다 우선적으로 해야 할 겨울채비는 바로 집주변 정리다. 쌓인 낙엽을 치우고 집주변의 경사면을 재정비할 것을 먼저 권유하고 싶다. 이는 녹은 물이 원활히 멀리 배수되도록 하기 위함이다. 잘 배수되지 않은 물이 얼었을 경우 이로 인한 피해는 상당할 수 있다.
잔디위에 쌓인 낙엽을 치우지 않는 경우 잔디에 심각한 손상을 준다. 동시에 쌓인 낙엽은 물의 흐름을 막고 댐을 만들어 버린다. 추위가 계속되고 눈마저 계속 쌓인다면 한낮의 햇볕만으로 쌓인 눈을 다 녹일 수 없어 밤새 다시 얼면서 얼음 면이 높아지고 낮에 녹은 물이 멀리 배수되지 못하고 낯은 턱의 지하실로 쉽게 스며들어 겨울철에 때 아닌 지하실 홍수난리를 겪게 된다.
물을 가득 채운 유리병을 영하의 날씨에 계속 방치해 놓으면 병이 깨지고, 강추위에 수도관이 얼어 터지는 현상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고 또한 많이 보아왔다.
이는 물이 얼었을 때 늘어난 부피 때문인데 지하실 외벽주변과 땅속에 고인 물이 잘 배수되지 않은 채 그대로 얼어붙는다. 따라서 늘어난 부피 팽창으로 인해 지하 콘크리트나 벽돌들은 엄청난 압력을 받게 되고 결국은 균열(Crack)을 일으키게 된다.
간혹 오래된 집들은 지하실 기초(Foundation) 구조물이 콘크리트 대신 벽돌, 시멘트블록(Cement Blocks) 혹은 돌을 쌓아 건축된 경우도 왕왕 목격되는데 이러한 구조물의 경우 압력으로 인한 소위 배부름 현상이 발생함으로서 부분적으로 무너질 수 있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뭐니뭐니해도 일반주택의 뚜껑역할을 하는 지붕의 겨울채비는 아주 중요하다. 오히려 여름보다 더 세심한 대비가 필요하다. 여름 폭우는 지붕의 경사면을 따라 지상으로 쉴새없이 흘러내리지만 지붕에 쌓인 폭설은 서서히 녹기 때문에 오랫동안 지붕에 머물게 된다. 넘친 폭설은 지붕의 배수관인 홈통마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덮어버리곤 하는데 이때 채 치우지 못한 낙엽이 홈통을 막고 버티고 있을 경우 원활하게 배수되지 못한 녹은 물이 실내로 유입되는 현상이 자주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아이스댐(Ice Dam)현상으로 진화되면서 심각한 지붕 누수현상으로 진행하게 된다. 여기서 아이스댐 현상은 주로 지붕의 처마 위에서 발생하는데 지붕에 쌓인 눈이 새어나온 실내의 열(Heat)과 낮 동안 영상의 따스한 햇볕에 서서히 녹아 흘러 내려가 지상으로 원활하게 완전히 배수되지 못하고 홈통에 고인 물이 밤새 영하의 날씨로 인해 얼어붙는 현상이 반복적으로 진행되는 동안 서서히 쌓인 얼음이 홈통과 인접한 처마의 지붕널(Roof Shingles)위까지 쌓이면서 지붕널위에 마치 흐르는 물을 막아 댐을 만들듯이 물이 고이는 현상을 말한다. 댐은 복잡한 상호작용에 의해 발생하는데 실내에서 새어나온 열과 눈의 양, 외부의 온도, 지붕의 경사도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대부분의 지붕은 아스팔트 널(Asphalt Shingles)로 덮여 있는데 아이스댐 현상으로 인해 처마위에 고인 물이 한장씩 차곡차곡 겹쳐 설치한 지붕널 틈새나 혹은 홈통과 인접한 틈새를 통해 집안으로 침투하는 누수현상이 발생하게 되고 간혹 방에 물이 흘러들어 오는 바람에 여름에 많은 비가 올 때 있을 법한 때 아닌 물난리가 겨울에도 발생하곤 한다.
지붕위에 설치한 스카이라이트(Skylight)상단 부분도 요주의 부분 중 한 곳이다. 상단 돌출부분에 낙엽이 쌓인 관계로 잘 배수되지 못한 녹은 물이 상단에 그대로 머물러 있으면서 역시 지붕널 사이로 물이 스며들어 낙수처럼 주루룩 떨어지는 경우를 홈 인스펙션 중 목격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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