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한인타운 동쪽 관문에서 탁구장을 운영하는 실업팀 선수 출신 S씨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성경구절을 묵묵히 실천하고 있다.
무일푼으로 3년여 전 탁구장을 인수한 그는 렌트 등 운영비를 내고 지인들로부터 빌린 돈을 갚느라 집에 생활비를 얼마 못 갖다 줄 정도로 빠듯하다. 그런데도 매달 업소에서 음료수를 판매해 얻은 수익금 수백 달러를 고스란히 음지의 이웃들에게 쓴다. 학비가 없는 대학생, 렌트를 감당하기 힘든 입주자, 노숙자들을 먹이는 구호단체, 악전고투하는 선교사 등이 대상이다.
그는 “오늘 하루 살아서 숨 쉬는 것이 하나님의 은혜여서… 내 것인 것은 아무 것도 없어서…”라고 고백하며 개업 후 10여일 된 때부터 꾸준히 선행을 펼치고 있다. 물 한 병을 사 먹는 사람도 ‘1달러의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수익금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다는 알림글을 냉장고 문에 붙였다. 주 6일 하루 15시간 일하는 그도 처음에는 ‘드링크를 많이 팔면 렌트에도 도움이 되고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곧 새벽기도 중에 “그게 네 것이냐”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는 조용히 힘든 이웃을 찾아가, 음료수를 마신 손님들이 자율적으로 통에 넣은 손때 묻은 1달러짜리를 묶은 100달러를 건넨다. 보란 듯 전달식을 하지 않는 것은 하나님과 자신과 그 사람만 알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금전보다 소중한 ‘마음’을 전달 받은 상대는 눈물을 쏟아내기 일쑤다.
“하나님께서 부르시면 오늘이라도 가야 하는 것이 인생인데 아등바등 살 필요가 있을까. 사람 살아가는 행복이 나누는 정에 있는 것 아니냐.” 잔잔한 미소와 함께 작지만 힘있는 음성으로 그는 말한다.
타운의 치과의사인 K씨는 아쉽게도 올해 추수감사절을 가족들과 오붓하게 보내지 못한다. 대신 내달 19일 아프리카로 10박11일 일정의 의료봉사를 떠난다. 한인 선교사가 사역하는 케냐의 이슬람 마을을 찾아 환자들을 보살피는 것으로 하나님 앞에 감사를 바치기 위해서다. 지난 10여년간 그는 이런 식으로 현대 의술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을 찾아가 자신을 조건 없이 내주었다.
2001년 가을 9.11 테러 직후에 처음 아프리카에 갔던 그는 너무도 열악한 그들의 삶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는 결심했다. ‘도울 데는 너무 많고 인생의 시간은 한정돼 있는데 가난한 이웃들을 위해 시간의 십일조를 하나님께 드리자.’ 그 후로 그는 LA미션에 가서 환자들을 보기도 하고 멕시코, 브라질, 파나마, 과테말라, 남아공, 탄자니아, 케냐, 파푸아뉴기니, 중국, 러시아 등을 부지런히 찾아다녔다. 아마존 밀림에 들어가 “당신이 우리 마을을 찾은 최초의 치과의사”라는 말도 들었다. 제한된 시간 탓에 몇 시간을 기다린 환자들을 두고 돌아와야 하는 가슴 아픔도 체험했다. 그는 “하나님께서 좋은 직업을 내게 주셨다. 내가 잘 하는 것으로 남을 도울 수 있어서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다”라며 앞으로는 전기도 물도 없는, 세상 끝끝 같은 곳을 더 많이 찾아가고 싶다는 마음을 다진다.
한 해를 마치며 헤아려 보면 밖에서 지내는 날이 35~36일이 될 때도 있고 한 달이 좀 못 될 때도 있다고 한다. 그런 그가 올해는 3주 밖에 인술을 베풀지 못했다고 아쉬워한다. 12월초 치과병원을 이전하기 위해 주택을 매입해 리모델링 공사를 하느라 어느 해보다 바빴던 탓이다. 그는 2층의 절반에 해당하는 30~40명이 앉을 수 있는 공간을 장애인가족 모임, 성경공부, 세미나 등의 장소로 무료 제공할 계획이다. 모일 곳을 못 찾아 안타까워하는 뜻있는 단체가 생각보다 많음을 아는 까닭이다.
기독교가 지탄받는 일이 늘어난 시대, 이원론적 신앙을 거부하고 ‘저 낮은 곳을 향하여’ 내려가는 S씨와 K씨 같은 교인들과 교회들을 중심으로 나눔과 섬김의 동심원이 점차 커지고 있어 남가주 한인 교계는 아직 희망이 있다. 이들은 장학사업에서 푸드뱅크, 작은교회 돕기에 이르기까지 활동의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 7월 한국의 대표적인 청년교회에 부임한 S목사의 뼈 있는 한 마디가 떠오른다. “세상이 바뀌지 않는 것은 1%의 고지를 정복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저지대로 가지 않기 때문이다.
<김장섭 종교전문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