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조 바이든 부통령의 40년 정치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날이 될지도 모른다. 지난주 덴버 토론이후 추락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보스’ 오바마를 구해내야 하는데 그러려면 바이든은 오늘 공화당의 폴 라이언과 맞붙는 부통령후보 토론에서 무조건 승리해야 한다.
부통령 후보토론은 ‘10월의 사이드 쇼’로 불려왔다. 1976년 이후 8번 열리는 동안 인물에 따라 흥미를 끌기도 했지만 진지한 주목을 받은 적은 거의 없다. 4년 전 바이든과 새라 페일린의 토론이 흥행에 성공했으나 알래스카의 원더우먼 페일린에 대한 호기심 덕분이었지 영향력을 인정받은 것은 아니었다.
금년엔 달라졌다.
워싱턴포스트는 2012년 대선전이 ‘BD’(Before Debate)와 ‘AD’(After Debate)로 구분되기 시작했다고 전한다. 지난주 첫 대선후보 토론에서 공화당의 미트 롬니가 완승을 거둔 이후 선거전의 판세가 요동치고 있기 때문이다.
1주일 전만해도 패색이 완연했던 롬니가 지금은 업그레이드된 이미지로 표밭을 누비고 있다. 지지율 급등과 함께 ‘새로운 롬니’에 열광하는 공화당의 표밭도 뜨거워지고 있다. 시들하게 “오바마가 싫어서”가 아니라 열렬하게 “롬니가 좋아서” 투표하겠다는 보수유권자가 늘어나는 것이다.
9월 들어 오바마 대세론에 안주하며 방심했던 민주당엔 비상이 걸렸다. 오바마팀은 여전히 막강하고 자금도 넉넉하며 선거인단 확보 면에선 오바마가 아직 우세하지만 지금은 이성적 판세분석을 운운할 때가 아니다. 지푸라기라도 잡아 롬니의 거침없는 상승세를 차단시켜야 한다.
민주당이 기대하는 첫 반전의 계기가 바로 오늘 부통령 후보토론이다. 미디어도 “금년 부통령 후보토론은 대단히 중요해졌다”고 지적한다. 바이든이 강력한 토론으로 라이언을 압도한다면 막 시작된 공화당의 탄력은 수그러들 수도 있다. 반대로 롬니에 이어 라이언까지 승리를 거둔다면 공화당의 사기충천은 들불처럼 번져나갈 것이다. 부동층의 지지표로 연결될 수도 있다.
그러니 라이언이 느끼는 부담도 상당하다. 자신이 대통령 자질을 갖추었다는 것도 입증해야 하고 말 바꾸기 심한 롬니의 주장도 성공적으로 옹호해야 한다. 몇 달전 ‘심각한 보수’로 자처하다가 지난 토론 때 돌연 ‘중도’로 선회한 롬니를 ‘소신 강한 보수’로 일관해온 라이언이 어떻게 감싸 안을 지도 이번 토론의 볼거리 중 하나가 될 것이다.
4년 전 페일린이 그랬듯이 오늘 토론도 전국무대에 첫 등장하는 뉴 페이스 ‘라이언의 토론’이 되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오바마의 ‘덴버 참패’가 상황을 바꾸어 버렸다. 부통령 자격은 물론 대통령 자질까지 그동안 충분히 인정받아온 베테랑이 새삼 토론능력을 증명해야할 ‘바이든의 토론’이 되고 만 것이다.
그가 오늘 토론에서 압승을 거두어야 롬니의 상승세가 주춤해지면서 다음 주 뉴욕에서 열리는 두 번째 토론으로 향하는 오바마의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정치 전략가들이 조언하는 바이든 승리의 비결은 ‘효과적인 공격’이다. 공격의 주 대상은 토론 상대인 라이언보다는 대선후보 롬니다. 페일린과의 토론에서 보여주었던 ‘젠틀맨 조’가 아니라 상원 법사위원장 시절 공화당 연방대법관 지명자 로버트 보크의 인준을 가혹하게 부결시킨 ‘무자비한 조’가 필요하다고 허핑턴포스트의 하워드 파인먼은 강조한다.
그동안 오바마 진영은 롬니를 ‘보통사람과는 거리가 먼 특권층’ ‘소신은 없이 정치적 이해에 따른 말 바꾸기의 명수’ ‘세금보고 공개마저 꺼리는 월스트릿의 억만장자’로 채색해 왔다. 그리고 이 전략은 상당부분 성공 중이었다. 지난 주 토론에서 오바마가 이 사안들에 대해 ‘47%’ 발언과 기회주의 처신과 베인캐피털의 경력을 짚어가며 따졌더라면 아마도 롬니는 재기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오바마는 어느 한 가지 제대로 겨냥조차 하지 못했다.
오바마가 ‘대통령다운’ 품위유지 때문에 롬니에 대한 인신공격을 삼갔는지, 롬니의 갑작스런 중도전환을 예상 못해 허둥댔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너무나 천연덕스럽게 방향을 바꾼 롬니가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입장을 매우 인상적으로 전달하는 데 성공한 것만은 분명하다.
바이든의 임무는 가차 없는 공격으로 이 같은 롬니의 ‘부정직한’ 실상을 낱낱이 폭로하는 것이다. 대통령과는 달리 “부통령답지 못한” 맹공은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아이젠하워의 닉슨, 닉슨의 애그뉴, 포드의 도울, 부시의 체니까지 모든 부통령후보들도 그랬으니까.
그러나 라이언은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롬니와는 달리 대중적 친화력도 갖추었고 ‘공화당의 지성’답게 이론과 정책을 훤히 꿰뚫고 있으며 스마트하고 침착하다. 아마도 그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메디케어 개혁에 대한 답변도 철저히 준비했을 것이다.
10일 현재 리얼클리어폴리틱스가 집계한 전국평균 지지율은 48% 대 47%로 롬니가 오바마를 추월했다. 토론 직전엔 오바마 49%, 롬니 46%였다. 선거인단은 221명 대 181명으로 오바마가 여전히 앞서 있으나 지난 주 265명 대 191명에서 격차가 좁혀졌다. 그러나 아직 온라인 예측시장 인트레이드닷컴에서의 베팅은 62% 대 37%로 오바마가 훨씬 앞서 있다.
이제 대선까진 26일 남았다. 역전노장 바이든은 오늘 토론에서 지난 한주 요동친 선거판을 다시 흔들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까. 그래서 부통령 후보토론이 ‘게임체인저’로 떠오르는 선거전의 새 역사를 쓸 수 있을까. 그 해답 찾기가 오늘저녁 6시 시작된다.
<박록 주필>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