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자 한국일보 오피니언 난에 ‘위안부 배상 요구 그만두자’라는 이영묵씨의 글이 실렸다. 기고문 일부를 옮기면 이렇다. “얼마전 TV를 보니…일본 극우파들의 데모대가 들고 있는 한글로 된 피켓의 내용이 ‘위안부는 곧 창녀이다’ 또 ‘이미 다 주었는데 또 무슨 배상이냐’ 는 등이 눈에 띄어 평소에 위안부 할머니들 대책을 한다는 단체들이 배상, 배상해서 “이거 잘못하고 있구나”라고 생각 했었는데 이것이 현실로 나타났구나 하면서 혀를 찼다”면서 ‘인권유린, 희생자 명예회복이라는 본질을 벗어나 돈 문제로 싸움을 바꾸려는 전략에 빌미를 준 것이 대책위원회에서 요구한 배상이라고 나는 단언 한다”는 것이다.
워싱턴지역 정신대문제 대책위원회(이하 정대위)의 발기 당시부터 20년 동안 정신대 문제에 투신해온 나는 이영묵씨의 상기 주장에 대하여, 아니 단언에 대하여 참으로 경우도 없고, 무모하고, 무책임하다는 생각을 떨쳐낼 수가 없다
이씨는 정대위가 마치 배상만을 촉구하여 온 것처럼 매도하면서 더하여 일본 극우파의 데모에 대한 책임이 정대위에 있는 것처럼 단언하고 있다.
배상 문제는 그 진위에 앞서 배상의 본질에 접근해 본다. 국제법(국가), 개인적(형사, 민사)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화해 또는 해결조건이 무엇이겠는가. 잘못을 인정하는 것, 사과하는 것, 피해 정도에 합당한 피해 보상을 하는 것이 일반적 해결방법이다. 이 중 한 가지가 부족해도 화해가 성사될 수 없는 필수여건이다. 지극히 평범하고 상식적인 요건인 것이다.
워싱턴 정대위가 이 상식에서 벗어난 일이 있었는가. 그가 표현한 바, 쪽팔리는 일을 저질렀는가? 발기 당시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 수많은 촉구서나 성명서, 결의문 중에서 배상만을 앞세운 적이 있었는가? 또 그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사과하라, 그리고 다시는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반성하고 기억하기 위하여 너희들 교과서에 이 만행을 써 넣으라든지 야스쿠니 신사 옆에 그분들을 위한 절을 지어달라든지 이러한 요구로 바꾸면 어떨까?”라고 하였다.
차제에 워싱턴 정대위가 20년 동안 촉구해온 내용 중 최근의 한 예를 제시한다. 지난 해 12월 14일 종군위안부문제 해결을 위한 1000차 시위를 세계연대시위로 하고 우리 정대위가 전면으로 광고한 성명서와 결의문 내용의 일부이다.
“…일본정부는 제2차세계대전 중 20만에 달하는 어린 여성들을 강제로 끌고가 일본군 성노예로 삼았다는 사실을 공식 인정하고, 전 희생자 위안부 앞에 사과하고, 인류 앞에 역사적 책임을 이행 함으로써 희생자들의 명예회복과 존엄성 회복에 국제사회의 권고를 실행해 나갈 것을 천명하는 바이다. 아울러 이 끔찍한 범죄 행위에 대해 현재 및 미래세대를 끊임없이 교육하라는 국제사회의 요구에 응하여 이와 같은 천인공노할 인권유린이 재발하지 않도록 진솔한 반성의 모습을 보여줄 것을 강력히 촉구하면서 다음과 같이 결의한다….이하 결의문 생략”
야스쿠니 신사 얘기를 빼면 20년 동안 워싱턴 정대위가 촉구한 내용을 그대로 옮겨 적으면서 자기의 기발한 아이디어인척 하고 있다. 20년 동안 해오고 있는 일을 되 뇌이면서 그렇게 바꾸어 보잔다. 이씨가 정대위가 추구해온 이 사실들을 모르고 있었다고 해도 이미 일간신문에 공포된 이상 그 무책임함과 무모함과 명예훼손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글 쓰는 기본상식을 지키지 않은 문인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는 분명하게 워싱턴문인회라고 소속을 밝히면서 썼기에 하는 말이다.
신변잡기, 기행문, 심지어 자기만 보는 일기마저도 진실을 기록해야 하고, 특히 3자의 인격과 명예와 자존심에 관계된 글에서의 사실 확인은 필연이라는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이 등식을 무시하고 다른 사람, 어떤 단체의 명예를 훼손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으며, 이를 지키지 않으면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
또, 야스쿠니 신사 얘기는 무엇인가. 과거에도 야스쿠니 신사에 가서 춤사위로… 운운하더니 이제는 할머니들을 위해서 야스쿠니 신사 옆에 절을 지어 달라든지 하라고? 이 무슨 해괴하고 망측한 망언인가? 어찌하여 걸핏하면 전쟁범죄자들의 집단 묘지를 들먹이는가.
이제 이영묵씨는 더 이상 진실을 호도하고 왜곡하는 무책임한 글로서 성심을 다하여 일하는 사람들의 가슴에 상처를 입히지 말기를 바란다. 더하여 이러한 글들이 누구를 이롭게 하고 누구를 해롭게 하는지 숙고하며 자중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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