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애플 제품이라면 맹목적으로 구입하는 ‘애플 좀비’라고 서슴없이 지칭했던 한 지인은 지난 9월 21일 출시된 최신 아이폰5 스마트폰 대신 경쟁 제품인 삼성전자의 갤럭시S3 전화기를 최근 구입했다. 그는 애플이 첫 아이폰을 출시했던 지난 2007년 6월 이후 3G, 3GS, 아이폰4, 아이폰4S를 빠짐없이 구입했던 애플의 충성 고객이었다. 그는 “아이폰5를 꼭 사야 할 혁신적인개선점이 없었다”면서도 “애플을 등진 가장 큰 이유는 시장 경쟁이 아닌 소송을 통해 경쟁업체를 말살하려는 애플에 대해 실망감과 함께 분노가 일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 8월24일 샌호제 연방지법 배심원단으로부터 10억5,000만달러의 보상평결을 받은 애플은 지난 9월21일에는 법원에 7억700만달러의 추가 배상과 함께 삼성이 미국에서 한 때 판매했거나 현재 판매중인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26종에 대한 영구적인 미국 내 판매금지를 요청했다. 여기에는 삼성의 최신 제품인 갤럭시S3를 비롯, 갤럭시2와 갤럭시탭 태블릿 PC제품들이 모두 망라됐다.
결국 삼성도 이에 맞서 애플의 최신제품인 아이폰5를 포함시켜 추가 제소하는 소송을 지난 2일 샌호제 연방지법에 제출했다.
‘세기의 특허소송’으로 불리는 이번 애플-삼성 소송에서 애플은 일관되게 공격자의 입장, 삼성은 방어자의 입장이다. 아직 판사의 최종 판결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애플이 지난 8월 1차 평결에서 10억5,000만달러의 배상금 평결을 받는 등 일단 법정에서는 이기고 있는 것 같지만 시장에서의 반응을 놀라울 정도로 싸늘하다.
지난 8월 1차 평결이 나온 후 야후나 구글 등 웹사이트에서 미국 소비자들의 반응은 7대3 정도로 애플을 비난하는 내용이었다. 수만 명의 소위 애플 좀비들이 ‘애플에 실망했다’ ‘애플은 법정에 쏟아 붇는 돈과 열정을 제품개발에 쏟아야 한다’ ‘더 이상 애플 제품은 사지 않겠다’ 등의 비난 댓글이 봇물을 이뤘다.
미국의 주요 언론과 칼럼니스트들도 애플 비난 행렬에 가담했다. 경제전문지 포브스의 TJ 맥큐 칼럼니스트는 애플에 대한 공개서한 형식의 칼럼에서 “법률적인 소송에 많은 에너지를 소비함으로써 혁신에 대한 에너지와 열정이 줄어둘까 우려된다”며 “혁신으로 돌아가서 삼성전자보다 빠르게 진전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이어 “애플이 이번 소송을 통해 약자를 괴롭히는 ‘불리’(bully)라는 악명을 얻는 값비싼 비용을 치를 수도 있다”며 “기업의 에너지를 소송과 특허전쟁에 소비하는 다른 기업들을 보면 대부분 현재 쇠락해가는 공룡들”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제약사 애보트는 관절염약과 관련, 존슨앤존슨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미국 역사상 최대 배상평결인 16억7,000만달러 판결을 받았지만 항소심에서 뒤집어졌다. 또 알카텔 루선트는 디지털 음악 특허침해와 관련, 마이크로소프트를 상대로 판결 받았던 사상 2위의 15억2,000만달러 판결 역시 항소심에서 뒤집어졌다. 리튼은 항공기 유도장치 관련 소송에서 하니월을 상대로 10억달러 평결을 받았으나 이후 4억달러로 합의가 이뤄졌다. 이들 기업 모두 현재 관련 업계에서 시장 지배력과 영향력을 급속히 잃어가는 공룡 기업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애플은 또 가장 중요한 판매 및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부분에서도 삼성에 별다른 피해를 주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18~30세의 미국 젊은이 2,125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5%가 애플에 대한 배상 평결이 잘못됐다고 밝혔으며 평결에 찬성한다는 응답자는 41%에 불과했다. 또 응답자의 78%는 평결이 장래에 삼성 제품을 사는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갤럭시S3는 평결 이후 오히려 판매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늘(5일)은 애플의 공동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였던 스티브 잡스가 사망한지 1년이 되는 날이다. 삼성과의 소송이 스티브 잡스의 지시로 시작됐던 점을 감안하면 그는 묻힌 지 1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애플사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애플이 이것만은 기억해야 할 것이다. 소송을 통해 경쟁기업을 죽이려는 행위는 고객의 선택을 제한하고 결국 최종 승자 결정권은 시장과 소비자의 몫이라는 것이다.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아이포드와 아이폰, 아이팟 등의 히트 상품을 제공하며 ‘혁신 기업’의 대명사로 떠 오른 애플이 지금은 ‘소송 전문 기업’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는 것은 기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조환동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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