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사휴의(萬事休矣). 체념 상태에서 해외여행 길에 올랐다. 프랑스 파리에 도착했을 때 너무나 융숭한 대접에 스스로 놀랐다. 의외의 연락도 받았다. 드골대통령이 만자는 것이었다.
케네디와의 대통령선거전에서 패배했다. 그 2년 후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전에 뛰어들었다가 또 다시 낙선했다. 그러자 미국의 언론들은 일제히 정치인으로서 그에 대한 부고(訃告)기사를 실었다. ‘닉슨의 정치인생은 끝났다’고.
본인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해외여행에 나섰다가 드골로부터 상당히 정중한 대접을 받게 된 것이다.
“결코 포기하지 마시오. 미국은 반드시 귀하를 필요하게 될 것이요. 미국의 대통령은 해외정책에 확고한 견해를 가져야 할 것입니다. 시대가 그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귀하만큼 자격을 갖춘 인물은 별로 없습니다.” 드골의 충고였다.
2년 후 닉슨은 미국의 대통령이 된다. 그리고 그가 펼친 외교정책은 소련견제를 위한 중국 포용정책이다.
결국 세 사람이 출발선에 섰다.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시작은 이렇게 3파전이지만 결승선은 두 명이 다투게 될 것이다. 문재인과 안철수가 단일화를 이룬다는 가정 하에서다.
하여튼 서로 흠집 내기에 바쁘다. 그러면서 저마다 지지율 상승세 만들어가기에 여념이 없다. 박근혜는 스스로의 역사 인식이 잘 못되었다고 공개사과를 했다. 그날 저녁에는 그리고 젊은 유권자들에 둘러싸여 말 춤을 추었다.
문재인은 국립현충원 방문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만 헌화했다. 그리고 호남의 아들임을 자처하며 호남인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마치 성인(聖人)같은 말만 했다. 그런 그의 과거 삶에서 부조리가 하나 둘 드러나면서 안철수는 이미지 관리에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제 두 달여가 남았다. 그 한국의 대통령 선거전이 전개되어가는 하루하루의 모습이다.
표를 의식한다. 아니 그보다는 젊은이들 눈치 보기에 급급한 건지 모르겠다. 그래서 망가지는 모습도 마다않고, 또 먼 길을 달려가 젊은이의 우상이라는 기인을 만난다. 이외수를 만나러 박근혜도, 문재인도 달려간 것이다.
그리고 저마다 복지(福祉)를 내세운다. 복지에 관한 한 보수와 진보의 차이를 발견 할 수 없다. 정치권 전체가 복지 포퓰리즘에 매몰된 느낌이다.
센카쿠열도를 둘러싸고 일본과 중국이 군사충돌을 불사할 자세다. 그 불똥은 이어도로도 번질 기세다. 단순한 일과성의 마찰이 아니다. 동북아시아의 안보지형이 뒤바뀔 수도 있는 거대한 변화의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국가와 민족의 운명이 걸려있는 초대형 사고를 예고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정치권, 대권주자들은 아무 말이 없다. 과거사문제에만 집착해 있다. 오직 국내문제에만 함몰해 있다.
착해 보인다. 그러나 모호하다. 그가 내세운 대북 정책이 특히 그렇다. 안철수다. 보수의 상징처럼 보인다. 박근혜다. 그러나 그의 대북정책도 모호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리고 주변사람들도 그렇다. 한 한국 내 논객의 표현을 빌리면 ‘눈치 백단에, 챙기기에 바쁜 사람들’이라는 거다.
점잖은 신사의 품격이 느껴진다. 그런데 그 마음을 알 수 없다. 노무현 정부 때 추진한 한미 FTA와 제주도 해군기지를 모두 부인했으니. 문재인이다. 이들은 그런데 한 가지 공통점을 보인다. 안보, 외교문제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킨다는 점이다. 과연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동아시아는 세력전이(勢力轉移?power shift)의 시기를 맞고 있다. 미국 세력이 퇴조의 기미를 보이면서 중국이 그 틈을 비집고 들어서고 있다. 중국이 태평양?아시아지역에서 미국과 대등한 관계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중국이 최초의 항공모함 라오닝함을 취역시킨 것이 그 상징적 사건으로 동아시아의 안보상황이 위태로워지고 있다. 불확실성의 시대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세력전이기는 흔히 전쟁을 수반하거나 상대적 약자가 희생되어온 것이 세계사의 교훈이기에 하는 말이다.
“폭발상황의 중화민족주의가 한국을 향해 분출할 수도 있다.” “중국 항모 전단이 이어도를 탈취할 경우 뾰족한 대책이 없다.” “극우파 아베의 등장은 한국의 차기정권에 중대한 도전이 될 것이다.” 서태평양의 파고가 높아지면서 벌써부터 나오고 있는 경고다.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그보다는 어떤 인물을 뽑아야 하는가가 정확한 질문인 것 같다.
세력전이는 한국의 안보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과 중국, 일본과 중국의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제대로 외교역량을 발휘하면 동북아에서 새로운 질서가 형성될 때 폭넓은 전략적 공간을 차지할 수도 있어서다.
여기서 요구되는 것은 확고한 안보의식과 국제정세를 냉정히 꿰어보는 안목의 지도자다. 말하자면 ‘위기관리와 외교에 탁월한 대통령’이 한국이 처한 시대적 요구가 아닐까 하는 것이다.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어쩐지 한 숨이 앞선다. 안보에는 입을 다문 채 인기정책 상품팔기에만 골몰하고 있는 그들이기에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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