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니 리(한미정치발전연구소장)
주역에 정통했던 탄허스님은 미국이 월남전에서 패할 것이며 21세기에 일본이 가라앉는 반면 한반도는 융기해 영토가 넓어지고 통일후 한반도가 세계의 중심이 될 것이라 예견했다. 80년대 한국을 강타했던 김정빈의 소설 ‘단’에서 우학도인이 통일후 한반도가 만주벌판의 대부분을 회복해 동아시아의 강대국이 됨은 물론 세계사의 주역이 될 것이라 예언한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나온다.
21세기 한민족의 비전으로 보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지질학적으로 활화산대에 있는 일본이 일본전역을 휩쓰는 거대한 지진으로 침수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며 그 여파로 한국이 상대적으로 융기할 수도 있는 것이다. 또한 남북경협이 활성화되고 북한이 개방화되어 한국이 세계물류국가의 중심이 되고 통일로 이어져 일본을 제치고 세계경제의 3위권에 진입한다는 시나리오도 설득력 있다.
한반도가 세계경제의 중심이 되면 한인 일집지역이 산재해 있는 광활한 만주벌판을 중국과 경제적인 딜을 통해 미국이 알라스카를 사들인 것처럼 회복할 수도 있는 것이다.
주역의 원리를 한반도에 적용하면 한반도의 운세는 목(나무)에 해당하니 북한이 계속 화(불)을 갖고 휘두르면 결국 자멸할 것이나 수(물)로 전용하여 동북아 중심의 물류국가로 전환하면 앞으로 민족의 장래는 번창하여 세계의 중심이 될 것이다. 수극화(물이 불을 끄는 형상)로 인해 북한이 경제발전에 몰입하게 되면 자연적으로 핵을 포기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민족적 비전이 현실속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한반도의 정세를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김정은은 최근 중국과 황금평, 위화도, 나선 등 경제특구들에 대한 북중 공동협력개발을 체결했다. 중국이 북한의 최대 무역교역국으로서 북한과의 경제협력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그만큼 군사 전략적 측면 외에도 북한지역의 경제적 효용가치가 앞으로 동북아 시장에서 큰 잠재력을 갖고 있기에 선점을 노리는 것이다. 김정일이 사망 직전 러시아를 방문하여 북, 러 공동경제개발을 논의했을 때 러시아가 적극적이었던 것도 북한의 경제개발가치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한반도 종단철도와의 연결이나 가스관 수송 파이프라인의 설치를 통해 그들의 천연자원을 극동지역에서 세계 각 지역으로 수출하여 막대한 이익을 챙기는 경제효과에 주목해 왔다.
한반도가 동북아 물류국가의 중심이 된다는 청사진은 대륙과 해양을 잇는 길목에서 경제적 부를 누리는 유럽의 작은 항구나라 네덜란드와 비교되어 왔다. 그러나 한반도는 단순히 물류국가로서의 경제적 부국이 되는 것 외에 역사적으로 강대국에 둘러싸인 정치적 이해관계의 접전지로서 세력균형의 완충역할을 할 수 있다. 근대화 시기에는 서강열강이 동아시아 선점을 위한 교두보로서 확보에 열을 올렸고 1, 2차 대전을 거치면서 공산권과 민주주의 진영으로 대립되는 미,소 열강의 세력다툼에 최대 희생지가 되었다. 냉전중에는 소련과 중국 그리고 북한이라는 공산권과 대립되는 미국, 일본, 한국이라는 3각동맹의 최전선에서 끊임없이 강대국들의 세력균형정책에 부유하는 민족적 수난과 희생의 결과물이 되었다. 공산권의 몰락후에도 여전히 중국과 러시아는 동북아에서 그들의 세력균형의 축으로 북한을 지지하며 한반도 통일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 또한 미국은 동아시아의 전략적 선택을 위한 방편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빌미로 한미군사동맹관계를 강화해 오고 있다.
그럼에도 일찌기 탄허스님의 예언처럼 인류문명의 시발점이면서도 지난 5,000년간 역사적으로 불행하기만 했던 한반도가 고난의 시기를 넘어 인류사의 주역으로 돌아간다는 민족적 비전은 얼마나 가슴 벅찬 일인가. 이미 한국의 정보, 기술력이 일본을 추월해 세계 각 지역 오지에 이르기까지 삼성, 현대, 기아, LG 등의 로고 깃발이 휘날리고 이들 차들이 지구촌 구석구석을 누비고 있다. 만일 한국이 분단만 되지 않았다면 비록 일본보다 근대화가 늦었지만 일본이 따라올 수 없을 정도의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룬 동북아 최강의 국가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통일을 내다보는 한민족의 비전은 멀리 유럽을 출발점으로 유라시아를 거쳐 부산항에 이르는 거대한 경제루트가 태평양으로 뻗어나가고 또한 세계각지에서 태평양을 거쳐 달려온 물류선들이 부산항이나 인천항을 통해 다시금 대륙의 곳곳에 도달하는 것이다.
대륙과 해양을 잇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는 반드시 국제사회의 번영과 평화를 위해 그 기능을 다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한반도 통일은 민족의 사활이 걸린 21세기 민족의 최대과업이다. 그러므로 앞으로 동북아 물류국가로서의 국가적 비전하에 남북경협은 반드시 활성화되어야 하며 북한의 경제개방과 발전이 북핵포기의 지름길임을 인식해야 한다. 이로 인해 남북교류가 활발해지면 민족의 동질감 회복은 그만큼 빨라지며 평화적인 통일의 길도 당겨질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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