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에서 세번째로 큰 규모인 시카고시 공립학교가 교원노조의 파업으로 홍역을 치루었다. 교사들의 봉급, 복지혜택 그리고 교사평가제도 등의 조건에 관해 교육위원회와 교원노조가 합의를 도출해 내지 못해 파업에까지 이르렀던 것이다.
그 결과 학생들이 8일간이나 학교수업을 듣지 못했다. 학생수가 삼십오만 정도이니 학생들이 수업을 듣지 못한 날을 모두 합한다면 한학년도 법정일수 180일을 기준으로 해 약 만오천명 이상의 학생들이 일년 내내 수업을 듣지 못한 것과 같은 셈이다.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피해가 큰 파업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파업기간동안 어린 자녀들의 데이케어 문제로 부모들도 고충을 겪었을 것은 자명하다.
교사들의 파업이 있을 때마다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역시 학생들이다. 열심히 배우고 자라나야 할 학생들에게는 하루가 중요하다. 잃어버린 하루는 영원히 다시 찾아 오지 않는다. 그런면에서 버지니아주 훼어팩스 카운티의 교육위원으로 있는 나에게는 버지니아주가 교원노조 파업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물론 나의 이런 생각이 교사들에게는 불공평하다고 여겨질 수도 있다. 고용주와의 근무조건 협상에 있어 단체행동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은 차, 포 다 떼어 놓고 두는 장기 게임이라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단체행동권이 금지 되어 있어도 교원노조가 근무조건을 놓고 충분히 실력행사를 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다. 그러나 그러한 실력행사를 굳이 파업이라는 극한행동 없이도 할 수 있다는 것이 학생들에게는 너무나도 다행스러운 것이다.
이번에 시카고 공립학교 파업의 이유가 되었던 근무조건들은 훼어팩스 카운티에서도 교원노조들이 늘 제기했던 것들이다. 교원노조 지도자들은 해마다 교육예산 편성 때가 되면 교육감과 협의를 하는 것 보다 교육위원들에게 직접 연락해 정치적 압력을 가한다. 노사문제에 상대적으로 경험이 많은 교육감과 협상하는 것보다 이럴 때는 선거를 치뤄야 하는 교육위원들을 직접 상대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고 쉽다고 여긴다. 이들은 선거 때 후원해 주었던 빚을 보상받는 식으로 접근하기도 하고 다음 선거를 암시하며 압박하기도 한다. 또한 교원노조 멤버들을 동원해 집단으로 이메일 민원을 보내기도 한다. 받는 이메일 숫자에 민감한 교육위원들에게는 이메일 공세가 곤혹스러울 수 밖에 없다.
정치적 압박에 약한 교육위원들의 모습은 작년 예산확정 과정에서도 여실히 드러났었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임금협상에 임해야 됨을 알면서도 언제나 우선 당장 조금이라도 더 인상된 봉급을 받기를 희망하는 교원노조들의 요구를 받아 들였다. 그 덕분에 당장 올해는 좋지만 내년부터 오히려 더 악화된 상황을 해결해야 할 입장에 모두가 처하게 되었다. 물론 교사들을 단순히 노사관계의 한 축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그들도 역시 선출직 교육위원들이 당연히 아울러야할 주민의 일원이기에 교사들과 일부러 각을 세울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역시 노사관계에 있어 근무조건 협상은 그 분야에의 전문가이며 경험이 풍부한 교육감을 위시한 스탭들에게 맡겨 두는 것이 대부분의 경우 현명한 선택이다.
과거에 교원 노조가 불법이기에 행사할 수 없는 단체행동권 대신 법적 근무시간 준수를 무기로 들고 실력행사에 나선 적도 있었다. 하루 7시간 반의 법정 근무시간만을 정확하게 지키겠다는 것이었다. 추가로 학교에서 주어진 업무라든지 평소 집에서 해왔던 잔업 등을 모두 거부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 절실히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을 외면해 가면서 법정 근무시간만을 고집한 교사들은 별로 없었다.
그래서 학업에 큰 지장을 주는 사태로 발전하지는 않았다. 교직을 단순히 하나의 직업으로 여기기 보다 천직으로 생각하는 교사들이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한 푼 더 많은 봉급과 편한 근무 조건 때문에 교육자로서 가장 중요시 해야 할 가르침을 외면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많은 분들에게 감사한다.
올해부터 훼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회는 교육위원들이 순번으로 돌아가며 교원노조 대표들과 정기적인 회합의 시간을 갖는 정책을 도입했다. 그리고 그 첫 모임이 이번 주에 있었다. 교원노조들과의 관계설정에 있어 지금까지의 비공식 채널을 넘어 체계적인 대화의 장을 마련하겠다는 것이 새 정책의 취지이다. 이 모임들이 노사문제에 있어 시카고처럼 심각한 수준까지 발전하는 것을 사전에 막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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