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욱 객원논설위원
대통령은 하늘이 점지(點指)해준다고 한다. 이 말은 아무나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뜻이다. 즉 하늘이 택한 자라야만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될 수 있단다. 하지만 대통령도 사람이요 사람들이 뽑는 것이니 반드시 하늘의 점지만을 기다린다고 대통령이 되는 것은 아니다. 땅에 있는 사람들의 뜻과 하늘의 뜻이 맞아 떨어질 때 대통령이 된다.
왕통이 이어지는 왕정국가에선 대통령은 없다. 왕이 대통이다. 왕은 세습된다. 이렇게 이어지는 왕권은 하늘이 점지해 주는 것은 아니다. 아버지가 왕이니 아들이 왕이 된다. 아버지만 잘 만나면 아들이 왕 되는 것은 자동이다. 하늘의 점지하고는 거리가 멀다. 영국 같은 나라는, 물론 내각제이지만 딸도 여왕이 되어 나라를 다스린다.
대통령선거 열기로 한국과 미국이 뜨겁다. 미국은 제45대 대통령선거가 11월6일 실시된다. 한국은 제18대 대통령선거가 12월19일 실시된다. 뚜껑이 어떻게 열릴지. 한국이나 미국이나 대선을 앞둔 두 나라는 대통령선거에 온 관심이 쏠려 있는 듯하다.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 대통령을 만들려 하는 사람들 모두가 분주하다.
지난 19일 한국에선 안철수(50)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대통령출마를 선언하여 3자 구도로 대통령후보가 짜여졌다.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안철수후보는 출사표를 던지자마자 박근혜후보와 문재인후보에게 만날 것을 요구했다. 그는 “진심의 정치를 하겠다. 나에게 주어진 시대의 숙제를 감당하려한다”고 출사의 변을 밝혔다.
참으로 당차다. 무소속인 안철수후보의 행보에 따라 한국대선은 앞을 가늠할 수 없는 안개속이 돼버렸다. 안후보는 2040(20대, 30대, 40대)의 지지표를 믿고 박후보의 5070(50대, 60대, 70대)과 대결하려한다. 문재인후보는 안철수후보와의 단일화가 성사되지 않는다면 그 또한 큰 고비를 맞이하게 될 게 뻔하다. 야권이 분열되기에 그렇다.
철학자 플라톤의 정치철학은 도덕철학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그는 정치가의 윤리적 도덕적 삶을 강조한다. 또 그는 국가를 큰 글씨로 쓰여진 인간이라 표현해 인간 개개인의 정의와 도덕성이 국가 차원에서도 필요함을 지적했다. 플라톤이 지적한 대로라면 정치의 잣대는 윤리성에 근거한 정치가의 삶과 국가적 도덕성까지 연결된다.
그러나 마키아벨리의 정치철학은 다르다.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적을 완수하는 것이 그의 정치철학이다. 그에겐 윤리와 도덕 같은 것은 수단과 방법이지 목적은 아니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그에게 목적은 오로지 정적을 무너트리는 일, 즉 정권탈환일 뿐이다. 21세기 정치가들은 플라토니즘의 후예가 아닌 마키아벨리즘의 후예들이다.
박근혜, 문재인은 이미 오래 전부터 검증돼 온 후보들이다. 허나 안철수는 아직 검증이 미흡하다. 이제 시작이다. 젊은 사람들에게 인기 있다고 하여 복지(福祉)정책 분야는 몰라도, 한 나라의 국방과 경제를 책임질 인물임은 미지수다. 누가 하늘같은 백성들을 잘 먹이고, 잘 재우고, 잘 입힐는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나 시간이 별로 없다.
아버지가 잘못되면 그 가정은 어려워진다. 대통령이 잘못되면? 아버지는 선출직이 아니다. 자식만 낳으면 아버지가 된다. 아버지는 잘못 되도 갈아치울 수 없다. 가족이 손해를 봐도 어쩔 수 없다. 대통령은 선출직이다. 잘못 선출하면 누가 피해를 보나. 뽑아준 백성들에게 그 피해가 직접적으로 돌아간다. 그 때 바꾸려면, 이미 때는 늦는다.
버락 오바마대통령에게서 계속 편지가 온다. 정치헌금을 하라는 거다. 대통령이 직접 보내는 것은 아니고 정당에서 보내는 것이다. 아직까지 못했다. 버락 오바마. 44대 미국대통령, 나름대로 열심히 한 것 같다. 또 하나 플러스를 준다면 빌 클린턴처럼, 재임(8년간)하면 터질는지는 몰라도 그에겐 아직까진 윤리·도덕적 스캔들이 없다.
대통령은 하늘이 낸다고 한다. 아무나 될 수도, 또 하는 게 아니기에 그렇다. 40-50년 전만해도 어린아이들(한국)에게 꿈을 물어보면 모두가 다 대통령이 되는 것이라 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시대가 바뀌었다. 마이크로소프트사를 창건한 빌 게이츠가 대통령이 되려 한다면 미국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웃을게다. 안철수, 문재인, 박근혜. 후보 모두에게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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