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의장으로 있는 버지니아주 훼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회에 지난주 뜻밖의 이메일 연판장이 접수되었다. 첫날 약 50개 정도가 모든 교육위원들의 이메일로 보내졌는데 이혼한 부모의 자녀들에 관한 것이었다. 교육위원들은 이렇게 많은 숫자의 이메일을 대하면 바로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런데 이들의 절반 정도는 훼어팩스 카운티 거주자로부터, 그리고 나머지 절반은 다른 지역으로부터 온 것이었다.
어떻게 훼어팩스에 관련된 사안에 대해 다른 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이메일 연판장을 보냈을까 궁금했는데, 알고 보니 이러한 연판장 회람을 돕는 웹기반의 서비스가 존재했다. 누구든 이 웹사이트에 가서 원하는 내용의 연판장을 작성하면 이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이메일로 보낼 수 있게 되어 있는 것이다.
연판장 발송자 이름과 거주지는 적혀 있었지만 답 메일은 그 웹사이트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공동 이메일 주소로 보내게끔 되어 있었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이런 서비스 제공은 정책 입안자들에게 주민들의 의사를 신속하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하는 장점이 있지만 나 같은 선출직 공직자의 입장에서는 삶을 더욱 고달프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연판장 내용은 이러했다. 부모가 이혼을 하면서 자녀에 대한 법적 양육권(legal custody)을 공동(joint)으로 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 중 한 부모가 애들을 직접 데리고 사는 권한(physical custody)을, 그리고 다른 부모는 2주에 한 주말씩 애들을 만날 수 있는 권한(visitation rights)을 갖고 있다 했다. 이러한 모든 것은 이혼 판결문에 명시 되어 있었다. 그런데 2주에 한 주말씩만 애들을 만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는 부모가 그것을 어기고 학교로 자주 찾아와 애들을 데리고 간다는 것이다. 학교에 항의를 제기하였으나 학교 당국은 법원의 판결문을 무시하고 애들을 데리고 가도록 계속 허용하고 있으니 이에 대한 시정조치를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훼어팩스 카운티 학교들은 공동양육권을 갖고 있는 부모는 누구나 자녀들을 만나볼 수 있고, 또 학교에서 데리고 갈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다른 부모가 반대해도 할 수 없다. 학교가 어떻게 법원의 판결을 지키지 않을 수 있는지 의아해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혼한 부모들 사이에 분쟁이 있을 때마다 학교장에게 법원의 판결문을 읽어보고 나름대로 해석해서 판단을 내려야 하는 부담을 줄 수는 없다. 이혼한 부모들 사이에 협의에 의해, 혹은 감정적으로 방문 스케줄을 바꾸거나 어기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그렇게 바뀔 수 있는 방문 스케줄을 부모 사이에 분쟁이 있을 때마다 학교장이 중간에서 조정하거나 어느 한쪽 편을 들 수는 없는 일이다.
법적으로 이혼 판결문은 이혼 당사자들 사이의 일이다. 학교는 이 소송의 이해당사자가 아니다. 판사의 서명이 들어 있다고 해서 학교가 이혼 판결문을 따라야 하는 법적 책임은 없다는 뜻이다.
사실 2년전 훼어팩스 카운티에서 이혼 판결문에 자녀가 어떤 특정 학교로 보내도록 명시가 되어 있었으나 교육청 정책과 일치하지 않아 판결문이 명시한 학교배정이 거부되었던 케이스가 있었다. 그 케이스는 결국 버지니아주 대법원에서 훼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회의 승소로 끝났다. 학교배정을 포함해 공립학교 운영에 관한 모든 권한은 교육위원회가 갖도록 버지니아주 헌법이 명기하고 있기에 법원이 교육위원회의 정책에 위반하는 학교배정을 명령할 수 없었던 것이다.
자녀들의 학업에 관해 이혼한 부모들 사이에 이견이 있는 경우들도 가끔 본다. 예를 들어 자녀가 초등학교 3학년으로 올라가며 영재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지만 이에 대한 부모의 의견이 다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한 경우에는 법적 양육권을 갖고 있는 부모의 의견이 우선하나 부모가 공동으로 양육권을 가지고 있을 경우 그 학생을 학교에 등록시킨 부모의 의견을 따른다. 그러기에 누가 자녀를 학교에 등록시키는가도 중요한 부분이다. 학교 입장에서는 부모들 사이의 견해차로 인해 학교가 어려움을 당하거나 학업에 관해 결정해야 할 적기를 놓치게 할 수 없는 것이다.
이혼한 부모들 사이에서 해결 못하는 부분을 학교에 불평할 것이 아니다. 학교는 부모의 분쟁을 해결하는 장소가 아니다. 만일 부모 사이에 해결이 안되면 두 당사자가 가야할 곳은 학교가 아닌 법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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