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슬림 종교지도자 다층적 분석
▶ 反美, 경제침체, 국가정체성 둘러싼 좌절감 등
표현의 자유 한계와 폭력적 대응 정당성 논란
이슬람 예언자 무하마드를 비하한 미국 영화를 둘러싸고 표출되는 이슬람권의 분노는 다양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정보와 여론이 급속도로 움직이는 `고도로 연결된 세계’에서 파장이 삽시간에 증폭되고 있는 이번 사태는 근원적인 여러 의문들을 제기한다.
서방의 표현의 자유라는 개방성이 다른 세계와 어떻게 공존할 수 있으며 폭력은 타당한 대응 방식인지 등등이다.
◇ 문명 간 충돌과 이슬람 내부의 갈등 = 카타르에서 활동 중인 이집트 태생의 유명 성직자 유세프 알-카라다위는 지난주 금요예배에서 "우리는 진정 문명 간의 충돌을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은 단순히 서구와 이슬람 문명 간의 충돌을 뜻하는 게 아니다. 실제론 이슬람권 내에서도 충돌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분노의 성격은 복잡하고 다층적이다.
현재 표출되는 분노는 우선 정치적인 것이지만 사회적인 측면도 있다. 그동안 아랍권에는 (이슬람 국가들과의 전쟁을 주도한) 미국에 대한 분노, 경제적 침체, `아랍의 봄’으로 분출됐던 희망이 꺾이는 현실에 대한 좌절감 등이 뒤섞인 일종의 `폭발물’이 계속 쌓여 왔다.
쿠웨이트 전략연구소의 사미 알-파라지 소장은 "예언자 무하마드에 대한 모욕에 모든 무슬림이 분명히 깊은 상처를 받을 것이지만 실제로 이 비디오를 본 사람은 거의없다"면서 "항의 시위를 조직 즉, 스위치를 켜기 위해선 누군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언제든 분출 가능한 반미주의 = 사실 튀니지나 이집트 등 이른바 `아랍의 봄’ 국가들에서 초보수적인 이슬람 신자들이 시위를 이끌어온 것은 분명하다. 이들은 새 국가 지도부나 서방 국가들에 대항하는 힘을 보여주려 했다.
또 예멘의 시위대는 문제의 영화를 비난하는 구호와 함께 미군 주둔을 규탄하는 구호도 끊임없이 외쳤다. 미 해군 제5함대가 주둔 중인 파키스탄의 보수 이슬람 정당들은 문자메시지 등으로 시위 참여를 독려했다. 이란에선 시위대에게 미리 제작된 미국 비난 플래카드가 배포됐으며 이는 분명히 국가가 조직한 관제 시위임을 보여줬다.
이런 점에서 흥미로운 일은 무슬림형제단이 이끄는 이집트 정부가 이번 사태와 관련, 시위대로부터 미 대사관을 보호하라고 진압부대에 명령하면서 이슬람을 `수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 카타르 도하 센터의 살만 샤이크 소장은 "언제든 터져 나올 반미주의가 분명하게 잠재해 있다"고 말했다. 샤이크 소장은 그러나 반미는 일부에 지나지 않으며 국가적 정체성을 둘러싼 투쟁이 본질이라고 분석했다.
◇ 폭력적 대응에 대한 비판론 = 이번 사건은 자극에 반응하는 방식에 관한 이슬람 내의 다양한 색깔 차이들도 드러냈다. 이는 이슬람 신자들의 도덕적 행동지침을 둘러싸고 지난 수십 년 동안 진행돼온 이슬람 내부의 투쟁의 연장선에 있다.
알-카라다위는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에 방영된 금요예배에서 "우리의 항의 방식은 양식과 합리를 갖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인도네시아 무슬림 학자 코마루딘 히다야트는 "무슬림은 신앙을 공격하는 것들에 대항할 의무가 있으나 폭력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나이지리아의 한 성직자는 "폭력은 결코 이슬람에 덕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반면에 이슬람권의 많은 정치 분파들과 강경파 성직자들은 지난주에 격정을 더욱 촉발하는 발언들을 쏟아내며 대중들의 분노를 재빠르게 활용하려 했다. 정치적 극단주의의 비타협적 위세가 온건한 목소리들이 커지는 것을 막고 있다.
◇ 표현의 자유엔 한계가 없나? = 바레인에서 반미 집회에 참여한 야채상 하이더 굴은 "도대체 표현의 자유가 다른 사람의 종교적 감정을 해쳐도 되는 것이냐"고 물었다. 그동안 서양인들에 의한 이슬람 비하 사건은 많았지만 이번 영화는 성격이 다르다는 지적이 있다.
오직 이슬람권의 반발과 폭력을 촉발하려는 의도에서 영화가 제작된 것 아니냐는 것이다. 38세의 이라크인 주마 알-쿠리시는 "이번 영화는 표현의 자유가 아니라 공격 행위"라고 규정지었다.
이 영화 제작자는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는 미국으로부터 신변을 보호받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표현의 자유에 한계를 설정한 사례가 없지 않다. 예컨대 지난해 테리 존스 목사가 미시건주 모스크 밖에서 시위를 벌이려 하자 사법당국은 평화를 해칠 것이라며 시위를 금지했다.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의 유명한 이슬람 블로거인 칼리드 아마이레는 "물론 우리는 (표현의 자유 보호를 명시한) 미국 수정헌법 1조나 그와 유사한 법규들을 이해한다"면서 "그러나 우리에게 예언자 무하마드는 미국 헌법보다 백만배 이상 신성하다는 점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인 중에 바보나 광신도가 있듯이 우리도 마찬가지며, 미국인들이 (아마도 그럴 생각도 없는 듯하지만) 자기네 바보의 어리석은 행동을 중단시키는 일이 불가능하다면 우리 역시 같다"고 강조했다.
◇ 악에 악으로 대응하는 악순환 우려 = 모로코 태생의 미국 언론인 이산드라 엘 암라니는 아부다비의 신문 `더 내셔널’ 기고문에서 "큰 목소리가 세상을 지배하는 경향이 여전하다는 게 놀랄 일이 아니다" 면서 상호 비난전이 가열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제는 분노의 폭포수가 어떤 결과를 빚을지 예측가능하다"면서 서로 책임을 돌리고 비난하는 가운데 각국 정치인들은 작은 잇속을 챙기려 분노의 언어를 토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젊은이 라위 알완은 "사악한 죄악에 대해 일부 미친 무슬림들이 사악한 행동으로 대응하려 할 것"이라며 악에 악으로 대응하는 악순환을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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