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 교수
하와이대 건축학과
집, 우리가 사는 집은 단순히 건물이 아니다.
우리가 이야기 하는 집, 더우기 우리가 기억하는 집은 그를 통해 연계되어 있는 사람들, 아니 가족들을 의미한다. 그들과 나누었는 웃음과 함께 흘렸던 눈물들, 그리고 기쁨의 함성과 아픈 탄식들을 집은 모두 담고 있다.
그래서 집을 짓는 것은 쉽지 않다. 아마도 그곳에 살게 될 사람들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불가능 할지도 모른다.
사람을 이해하는 것 만큼 힘든 일이 또 있을 까? …
집을 설계하는 과정은 건축주의 의뢰에 따라 대지와 주변환경을 살피고, 동시에 건축주가 요구하는 사항들을 어떤 공간으로 풀어 나갈 것인가에 따라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정의함으로써 시작됩니다.
이런 일련의 건축 초기 단계의 결정들은 완공시 건축물의 성패와 건축주의 경제성을 포함한 다양한 만족도를 좌우하는 요소가 됩니다.
특히 경제적인 면에서는 건축공정의 후반부, 예를 들면 Construction Document 과정에서의 설계변경은 공정상의 문제 뿐만이 아니라, 변경에 관련된 온전한 다른 모든 부분들까지 같이 수정해야 하는 관계로 기대이상의 건축비 상승을 초래하게 됩니다.
따라서, 건축가들은 시작단계부터 마음을 열고 자기가 원하시는 것을 자신있게 말씀하시는 건축주들과 일하는 것을 큰 기쁨 또는 행운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정해진 예산과 조건으로 원하는 모든 것을 다 만들어 낼 수도 없고, 그로인해 갈등도 생기고 시간도 더 오래 걸리는 듯 싶지만 초기단계의 의견조정의 과정으로 후반부에 생길 수 있는 과정을 상대적으로 더 줄일 수 있다면, 그 이익은 괄목할 만 합니다.
어쩌면 이렇게 초기 단계에서 건축가와 건축주, 서로를 치열하게 이해해 나가는 것이 단순한 건물이 아닌, 우리가 사는 집, 우리가 이야기 하는 집,
그리고 우리가 기억하는 집을 짓는 노력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런 적극적인 아니 의사결정을 내려주시는 건축주를 만나기는 쉽지 않습니다. 아니 그것이 일반적인 경우입니다.
그리고 알고 보면 그 이유 또한 납득 할 만합니다.
MIT 대학 경영대학 교수인 Dan Ariely그런 인간 심리에 대하여 유럽의 국가별 사후 장기 기증의 비율을 신청서 양식의 차이점을 놓고 설명합니다.
그에 따르면, 사후 장기 기증 신청서에 사후 장기 기증을 원치 않을 경우에만 체크 (Opt-out)를 하게 되어 있고, 체크 하지 않으면 기증을 약속하는 것으로 되어있는 국가는 사후 장기 기증의 높은 비율을 보이는 반면, 한편 사후 장기 기증을 원할 경우에만 신청서에 체크 (Opt-in)를 하게 되어 있는 국가들은 기증의 비율이 현저히 낮음을 볼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 실험을 통해 Dan Ariely 는 대부분의 인간심리가 사안의 중요도가 높아 질수록 의사결정을 가급적 미루거나 다른 사람이 대신해서 의사결정을 내려주기를 원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합니다.
하와이에 거주하시는 대한민국 동포 여러분, 2012년 12월 19일은 제 18대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일입니다.
앞으로, 5년동안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국가의 지도자를 우리 손으로 뽑는 날입니다.
어쩌면 이 순간이 앞으로 5년 동안 지어나가야 할 대한민국이라는 집을 우리가 건축가가 되어서, 또한 동시에 건축주가 되어서 설계해 나가는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우리는 이 결정을 미루거나 다른 누가 해주겠지 하고 자연스레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우리들의 본능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언젠가 누군가 이 선거에 대해 물어볼때, 국외 부재자 신고 및 재외 선거인 등록을 놓치는 바람에 투표 조차 하지 못했다고 한다면 그것은 궁색한 변명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여러분, 이곳 하와이에서 투표에 참여하기 위한 국외 부재자 신고 및 재외 선거인 등록은 7월 22일부터 10월20일 까지 할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우리가 살아가야 할, 우리가 이야기해야 할, 우리가 기억해야 할 대한민국이라는 집을 함께 만들어 나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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