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명인 박재상보다 싸이(Psy)로 더 잘 알려진 ‘강남 스타일’의 주인공이 금요일 오전 NBC의 투데이 쇼를 석권했다. 싸이와 백댄서들은 물론 네 명의 쇼 진행자들마저 그 특유의 말춤을 무대 위에서 흥겹게 뒤따라 했기 때문에 싸이의 돌풍은 당분간 휘몰아칠 것이다. 싸이가 한국 팬들만을 염두에 두고 유튜브에 그 노래와 춤을 올린 지 60일 만에 생긴 현상이라 인터넷 세상의 소셜 미디어의 전 세계 파급 위력을 실감케 한다.
지금 리비아, 이집트, 튀니지, 모로코, 예멘, 수단과 파키스탄 등 이슬람권 국가들을 휩쓸고 있는 반미 폭동도 유튜브의 가공할 파급력 때문이다. ‘무슬림들의 무지’(Innocence of Muslims)란 13분짜리 영화 요약이 유튜브에 뜬 것이 7월이라니까 두어 달도 못되어 회교도 극단파들이 그 영화가 제작된 미국을 매도하며 미국 대사관, 영사관 등을 공격하게 된 것이다. 특히 리비아의 벵가지 소재 미국 영사관이 폭도의 공격을 받아 불타는 과정에서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미국 대사와 세 명의 미국인들이 피살당하는 큰 사건이 벌어졌다.
문제의 그 영화는 작년에 제작되었다는데 워낙 유치한 영화 기술에다가 논란거리가 될 주제 때문인지 영화관 상영을 통한 배부에는 완전 실패를 보자 제작자들이 10분 좀 넘는 요약본을 만들어 유튜브에 올린 결과 이미 몇 사람의 유혈 참극을 유발했고 앞으로 더 악화될 것으로 보여 해당 지역은 물론 미국 정부를 긴장시키고 있다.
이슬람교의 창시자인 모하메드를 아동성애자, 동성 관계자 또 타인의 아내를 겁탈하는 부도덕한 사람이며 코란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을 잔인하게 죽이는 교주로 묘사했으니까 이슬람교도들을 흥분시킬 수 있는 내용인 모양이다. 더군다나 유튜브에 띄운 요약본을 이집트의 소수 종교인 콥틱 기독교파에 속한 사람들과 작년에 코란을 불태워 세상을 시끄럽게 만들었던 어떤 미국 목사가 권장한다는 뉴스는 불난 집에 휘발유를 끼얹는 것과 같은 결과를 가져왔을 것이다.
또 아직 확실하게 판명된 것은 아니지만 워낙 그 영화의 제작자가 100명의 미국 유대인들에게서 500만달러를 거두어 들여 만든 영화라는 게 사실이면 그렇지 않아도 반유대인 정서가 강한 아랍 나라들과 시민들의 극단적인 데모는 더욱 격화될 수도 있다.
이것은 재작년 말 튀니지에서 시작되어 작년 초 이집트의 무바라크 그리고 7월엔 리비아의 카다피의 종말을 가져온 ‘아랍의 봄’으로 선거를 통한 민주화가 첫걸음을 떼는 시기에 닥친 위기다. 독재자의 절대 군림 아래서는 숨도 못 쉬던 과격파들이 선거를 통한 경쟁에서 온건파에 의해 패배를 당하면 승복하는 것이 아니라 핑계만 있으면 소동을 일으켜 집권을 꾀하고자 하기 때문에 모하메드와 이슬람 종교에 대한 불경스럽다고 간주되는 영화 생산의 본거지인 미국에 대한 과격 데모를 주도하거나 조장한다는 해석도 있다.
데모 군중들 중에는 미국 정부가 왜 그따위 영화나 비디오의 제작을 금지시킬 수 없는가를 질문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말처럼 언론과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미국 제도와 역사 아래서 아무리 혐오스럽고 구역질 날 내용의 영화라 하더라도 미국 정부에서 사전 검열을 하거나 사후 처벌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영화를 포함한 모든 미디어의 내용을 통제하는 것은 공산주의와 독재 정권에서만 가능한 이야기다. 그래도 이번 사건의 파장이 커지니까 유튜브를 소유하고 있는 구글에서 이집트와 리비아에서는 그 문제의 비디오를 찾아볼 수 없도록 차단했다는 보도이다. 희생자들의 유가족 입장으로 보면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인 셈이다.
‘무슬림의 무지’라는 영화와 비디오 요약본을 만든 사람들은 의도적으로 회교도들을 모욕하기 위해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짐작된다. 미군의 합참의장도 그것을 외설물이라고 규탄했다니까 모하메드를 선지자로 받들고 모하메드에 대한 모든 그림을 우상으로 규정하는 회교도들에게 그 비디오가 얼마나 분노를 일으켰을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그렇지 않아도 이란의 핵개발을 막으려는 이스라엘의 올 가을 폭격설을 두고 전운이 감돌기 때문에 세계의 화약고가 될 수 있는 중동 사태가 걱정스러운 판에 수단에서는 미국에 더해 영국과 독일의 대사관마저 공격받게 만든 이 비디오 사건은 몇 사람들의 무책임한 언동이 초래할 수 있는 엄청난 비극의 가능성을 우려하게 만든다.
<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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