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욱 객원논설위원
보는 걸 참 좋아한다. 무엇을? 영화다. 영화관엔 자주 못 간다. 그러나 텔레비전을 통해 방영되는 영화는 즐겨 본다. 어두컴컴한 영화관에서 보는 것 보다 편안하게 소파에 비슷이 누워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좋아하는 채널이 있다. 이 채널에선 하루 24시간 일 년 365일 영화를 방영해 준다. IFC와 Sundance다. “IFC(Independent Film Channel:독립영화채널)와 Sundance(썬댄스)에 나오는 아주 이상한 영화만 본다”고 룸메이트로부터 영화를 볼 때마다 핀잔을 듣기도 한다. 여기서 방영해주는 영화들은 대부분 흥행엔 실패한 문제작들이다.
지난 9월8일 한국의 영화감독 김기덕 작품인 ‘피에타’가 금년 제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최고수상작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베니스국제영화제는 세계 3대 국제영화제(프랑스 칸, 독일 베를린, 이탈리아 베니스)중 가장 권위와 전통을 자랑하는 영화제다. 김 감독은 이미 2004년 ‘사마리아’로 베를린영화제 은곰상(감독상)과 같은 해 ‘빈집’으로 베니스영화제 은사자상(감독상)등 여러 상들을 수상한 바 있다.
오락성보다는 문제작을 선호하기에 김기덕 감독이 만든 작품들을 비디오로 접한 적이 있다. 그 중엔 ‘섬’ ‘나쁜 남자’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빈 집’ ‘사마리아’ 등이 있다. 그의 작품을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은 매우 어둡고 침침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속에 들어 있는 인간 내면의 갈등과 인간의 추악한 모습 등을 파헤친 내용들을 보면 자신의 들어내지 못하는 본 모습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아주 예리하게 인간성과 사회성의 관계를 다룬 수준 높은 작품들임을 알 수 있기도 하다.
오락성이 아닌 이런 영화들은 당연히 흥행에 실패한다. 다행한 것은 ‘피에타’가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후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려고 밀려 흥행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한다.
김기덕 감독은 학력이 초등학교졸업이다. 많은 사람들이 동감 할 것 같다. “아! 초등학교만 나와도 성공할 수 있구나!”라고. 그가 황금사자상을 수상하기까지에는 수많은 어려움과 외로움이 있었다. 매 번 만드는 영화가 돈도 그리 들이지 않는 터부 다큐멘터리 같은 실험영화이다보니 한국 영화계에선 그를 완전 이단아 취급을 했다.
내용도 아주 추악하다. 가령 ‘나쁜 남자’같은 경우엔 여자 애인을 창녀로 만들어 돈을 뜯어먹고 사는 남자의 이야기가 주 내용이다. 어떻게 사랑하는 여인을 창녀로 만들어 그녀가 몸을 팔아 번 돈을 뜯어먹고 살아가나. 상상이 안 되는 내용이다.
그렇지만 인간 내면에 흐르고 있는 터부와도 같은, 사람들이 하고 싶어도 사회적 도덕이나 윤리의 잣대에 눌려 하지 못하는 내용들을 그는 터치하여 인간고발, 사회고발성으로 작품을 만들어낸다. 그런 점들이 국제영화제 심사위원들의 평에 호응됐다고 본다.
한국 영화엔 또 한 명의 거장 감독이 있다. 임권택 감독이다. 김기덕 감독은 수상식에서 식장에 함께 한 임권택 감독을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하는 한국의 임권택 감독”이라 소개하여 자신보다도 임 감독을 더 귀한 자리에 올려놓았다. 당연히 후배로써 할 말이라지만, 임권택 감독이 한국에 있었기에 오늘의 김기덕 감독이 탄생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임권택 감독은 1987년 영화 ‘씨받이’로 강수연 씨를 베니스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게 하는 등 수많은 걸작들을 배출했다. 그의 작품 ‘서편제’는 한국 사람이라면 안 본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다. 임권택 감독 역시 학벌은 중학교 중퇴다. 김기덕 감독과 임권택 감독은 그 흔해빠진 학맥(學脈)과 인맥(人脈)과 금맥(金脈)이 없이 밑바닥부터 기어 성공한 사람들이다. 위의 세 가지 맥이 없으면 성공하지 못하는 요즘 세상에 귀감이 아닐 수 없다.
남의 비밀스런 모습, 즉 엿보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피핑 톰(Peeping Tom)’이라 부른다. 영화는 일종의 피핑 톰의 대리역할을 관객들에게 해 준다. 비밀스러운 것. 터부시되는 것. 불륜의 내용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게 해 준다. 피에타 역시 채무자의 돈을 뜯어먹고 사는 악마 같은 남자의 얘기다. “나는 항상 사람들, 인생 그리고 삶의 의미를 존중한다. 이것은 전 세계 사람이 인식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는 김기덕 감독의 말에 그의 모든 영화가 들어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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