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교육위원으로 있는 버지니아주 훼어팩스 카운티의 학생 수가 계속 증가해 5년 전에 비해 1만6,000명 이상 늘었다. 올해 만해도 3,600명 이상이 늘어 전체 학생수가 18만1,000을 초과한다. 1만6,000이란 숫자는 미국의 웬만한 학군의 전체 학생 수에 버금가니 상당한 증가라 아니할 수 없다.
학생 수가 늘어나면 나는 교육위원으로서 예산뿐 아니라 늘어난 학생들을 수용할 수 있는 충분한 시설이 있을까가 항상 걱정된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훼어팩스 카운티가 교육의 질적인 면에서는 미국 최고의 학군임을 자부하지만 시설은 그 명성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 주기에 부끄러운 부분이 있다.
그 중 눈에 쉽게 띄는 것이 바로 여러 학교에서 볼 수 있는 트레일러 교실이다. 트레일러 교실을 처음 대하는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은 이런 열악한 현실이 이해되지 않아 교육위원인 나에게 간혹 불평을 하기도 한다.
예산 확보가 여의치 않아 불가피하게 트레일러를 교실로 사용하는 것인데 훼어팩스 카운티가 전국에서 최상의 소득을 자랑하는 카운티임을 감안할 때 어떻게 이러한 상태에 이르렀을까 하는 의문을 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훼어팩스 학군 내에서 교실로 사용되고 있는 트레일러는 총 579개이고 그 안에 있는 교실 수는 872개나 된다. 한 트레일러에 2개 이상의 교실이 있는 트레일러도 상당히 되는 셈이다.
그리고 이들을 141개 학교에서 볼 수 있으니 트레일러 교실을 사용하고 있는 학교가 전체 학교의 약 70%가 넘는다는 뜻이다. 이 트레일러 숫자는 학교 건물의 증/신축 공사로 인해 임시교실로 사용되는 트레일러는 제외한 것이니 실제로 교실로 사용되는 트레일러는 이보다 많다. 사실 교실로 사용되는 트레일러 숫자가 과거에는 현재보다 더 많았을 때도 있었다.
그리고 그동안 트레일러가 최적의 학습 환경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에 모두 공감했기에 트레일러 교실수를 줄이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해왔었다. 그러나 지난 5년간 학생수의 증가속도는 이러한 노력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훼어팩스 카운티 교육청이 일년에 증/개축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시설 예산은 1억5천5백만 달러 정도이다. 이는 카운티 수퍼바이저 위원회가 카운티 전체 시설 예산으로 사용하기 위해 발행하는 공채액수의 삼분의 이 정도가 되는 액수다.
그런데 이 액수는 지난 6년간 변하지 않았다. 공채 발행에 항상 신중한 수퍼바이저 위원회가 매년 발행하는 시설공채 액수를 늘이지 않는 이상 더 많은 시설예산 확보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지난 몇 년간 건축 경기침체로 인해 건축비용이 경기침체 이전에 비해 줄었기에 그나마 숨을 돌리는 입장인 카운티 교육청이지만 실제로 필요한 시설 확충을 위한 예산으로는 지금보다 매년 5천만 달러 정도가 더 필요한 실정이다.
부족한 교실을 새로 지어 학생들에게 마련해 줄 경우 한 학생당 약 2만5,000달러 가량의 시설예산이 든다. 그런데 트레일러를 사용하면 1,600달러면 된다. 그러니 지난 5년간 증가한 숫자의 학생들을 위해 새로 교실을 지어 주었다면 약 4억 달러의 추가예산이 필요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일 년에 8천만 달러의 추가 시설예산이 들었을 것이라는 셈이 되는데 그러한 추가예산을 마련할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카운티 교육청은 트레일러 교실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의 건강을 위해 수시로 트레일러의 보건과 안전 점검을 한다. 그리고 일반 교실과 다름없이 히팅, 에어컨, 통풍 장치도 제대로 갖추어 놓고 있다.
그러나 트레일러는 미관상으로도 안 좋을뿐 아니라 학교 건물과 따로 떨어져 있어 화장실이나 학교 건물 내의 다른 시설을 사용해야 할 때 거리도 멀고 날씨가 안 좋을 때 학생들의 이동자체가 힘든 것은 사실이다. 우리 집 애들도 어렸을 때 1-2년 이상씩 실제로 트레일러에서 수업을 받았지만 그런 시설에서 공부하는 자녀를 둔 부모님들의 마음은 편치 않을 것이다.
조속히 트레일러 교실 사용이 필요치 않는 날이 와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카운티 수퍼바이저 위원회가 시설공채 발행액수를 늘려 교육청에 현재 제공하는 액수보다 더 많은 시설예산을 배정해 주어야 한다.
그러나 교육위원들이 아무리 이에 대해 강조해도 수퍼바이저들에게는 흔한 예산 타령으로만 들리는 것 같다. 그래서 트레일러 교실에서 공부하는 자녀들을 둔 학부모들에게 수퍼바이저들을 설득해달라는 도움을 청하고 싶다.
선거때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유권자 부모님들의 압력만큼 더 효과적인 무기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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