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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t when you give to the needy,
do not let your left hand know
what your right hand is doing,
so that your giving may be in secret.
그러나 자선을 베풀 때에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
그 자선을 숨겨두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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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압구정 성당 일요일 아침 미사를 마치고 나오는 입구에 "백원만 주세요"하고 계속 읊조리는 사내가 한 분 계십니다.
중년의 나이로 제법 멀끔해 보이는데 맛이 조금 간 느낌의 사냅니다. 하필이면 왜 ‘백원’을 달라는 걸까?
성당 입구 왼쪽 구석에 서서 한동안 그 사내와 주위 사람들을 관찰해봅니다. 여기 사람들은 이미 이 사내를 익히 아는 터입니다. 그럼에도 애써 무시하는 척 아예 못본 척 지나칩니다.
간혹 몇몇 외래객들은 주머니를 뒤적이며 동전 몇 푼 또는 지폐 한 장을 사내 손에 건네기도 합니다. 돈을 손에 넣은 사내는 연신 ‘백원만 주세요’를 말하며 재빨리 누가 볼새라 수확물을 자기 주머니에 흘려 넣습니다.
바로 그 때, 아주 잘 차려입은 중년 부인이 아주 빠른걸음으로 사내를 향해 걷는 게 보입니다. 코 위에 걸린 금테 선글라스, 손목에서 번쩍이는 시계, 화려한 색상은 아니지만 우아한 기품으로 보아 꽤 명품 축에 드는 의상들로 몸을 감싼 여인, 조용히 핸드백을 열고 만원권을 한 장 사내의 손에 건네더니 바로 길을 건너 마침 다가온 검은색 승용차 안으로 사라져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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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t when you give to the needy,
do not let your left hand know
what your right hand is doing,
so that your giving may be in secret.
그러나 자선을 베풀 때에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
그 자선을 숨겨두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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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없이 적선하고 떠난 여인을 생각하며 걷는 중 마태오 복음서 6장이 환하게 떠오릅니다. 예수님의 준엄한 훈계가 생각납니다. "너희는 일부러 남들이 보는 앞에서 선행을 하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 그렇지 않으면 하늘에 계신 아버지에게서 아무런 상도 받지 못한다."
Be careful not to do your ‘acts of righteousness’
before men, to be seen by them. If you do, you will
have no reward from your Father in heaven.
약간 고풍스런 킹 제임스 버전은 이렇게 읽습니다.
Take heed that ye do not your alms before men,
to be seen of them: otherwise ye have no reward
of your Father which is in heaven. 새 번역으론
’acts of righteousness’라 했던 내용은 ‘적선’의 뜻
’almsgiving’[암~스기빙]을 말하고 있습니다.
’alms’[암스]는 의연금/자선기부금/빈민구호품 등의
뜻을 가진 말입니다. 그러니, ‘almsgiving’하면 자선을
베푼다는 뜻이 되지요.
거지에게 적선하는 건 좋은 일입니다. 없는 이들과 세상 물건을 나눈다는 건 합당한 일입니다. 어차피 공수래공수거 아니던가요? 빈 손으로 왔고 또 결국 빈 손으로 갑니다. 첫 날숨과 마지막 들숨 사이에 벌어지는 인생살이, 애당초
’내 것’이란 없던 게 명백한 사실입니다.
어차피 잠시 빌려 쓰는 ‘내 것’들, 오직 잠시만의 ‘내 것’들, 최선의 사용처는 두루두루 나눠 쓰는 일 뿐입니다. 어차피 ‘내 것’도 아닌 걸 남과 나누어 가지는 건 결코 뽐낼 일이 아닙니다. 다만, 내 양심이 기뻐할 일이요 내 안의 성령께서 흡족히 여길 일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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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t when you give to the needy,
do not let your left hand know
what your right hand is doing,
so that your giving may be in secret.
그러나 자선을 베풀 때에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
그 자선을 숨겨두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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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입구 걸인에게 적선하고 떠난 여인의 흉중에 어떤 생각이 있었는지 분명하진 않지만, 왠지 그 분의 자선은 참된 종류의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가온 승용차 안으로 재빨리 몸을 숨긴 여인의 뒷태가 남긴 여운은 꽤 기분 좋은 것이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갖고 있는 양심(良心, 어진 마음), 그 안에서 나온 측은지심(惻隱之心)이 가슴에서 손으로 자연스레 나온 모습으로 보였으니까요.
오른손이 하는 걸 왼손이 모른다는 건 그만큼 자연스럽고 지극히 당연하다는 얘기 아닐까요?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란 베풀고도 베풀었다는 자리가 없는 보시를 말합니다. 머무른바없이 베푼다는 말씀이죠. 나팔불며 하는 보시가 아닌 진정 남몰래 하는 보시, 그런 보시만이 참된 자선이요 결국 ‘아버지의 상’도 덤으로 받게 되는 신나는 보시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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