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 마라/내가 비가 되어 내리는 까닭을/비처럼 너에게로 흐르고 싶은 마음//
열 여덟 살 파랑새/캠퍼스로 날아가고/홀로 남은 둥지에 비가 내린다//
너 없이도 때 되면 밥 숟가락 떠 넣고/밤 이면 잠들고 눈뜨는 아침//파랑새 소리 사라져/사는 일 낯설고/나의 날들은 저물어 간다//빈 가슴에 바람이 일면/갈대처럼 흔들리다/흔들리다가//저 혼자 깊어가는 쓸쓸한 오후//
4년 전에 딸을 처음으로 집에서 대학 기숙사로 보낸 후에 쓴 ‘파랑새’라는 시이다. 해마다 9월 이 즈음이면 자녀를 처음으로 타 주로 혹은 집에서 차로 몇 시간씩 걸리는 생소한 대학에 데려다 주고 온 부모님들의 마음이 허전하실 것이다. 어떤 어머니는 돌아오는 길 내내 눈이 퉁퉁 붓도록 울었다고 한다. 또 어떤 이는 평소에 아들한테 무심했던 아빠가 하도 울어서 정작 떠난 아들보다 남편을 더 위로해야 했다고도 한다. 이런 저런 경험을 나보다 먼저 한 주위 사람들이 나를 걱정 했다. 감성적인 편인 내가 ‘아이가 대학으로 훌쩍 떠나고 나면 허전해서 어찌할꼬’ 하는 생각에서였을 게다. 그런데 나는 딸을 대학 기숙사에 데려다 주고 돌아오면서 오히려 큰일을 해낸 것처럼 한 시름 놓였다.
딸은 가수가 되고 싶어 했다. 나는 잘 모르겠는데 경연대회에 나가면 주로 1, 2등을 하곤 했다. 고등학교 2학년이 될 무렵에는 대학을 안가고 가수가 되겠다고 마음을 굳혔다. 대학 졸업 후엔 늦어서 안 된다며 아예 노래만 열심히 하겠다고 작정한 것이다. 설득시킬 방법이 없어 결국 우리 모녀는 아메리칸 아이돌(American Idol)경연대회를 주최하는 테네시 주까지 갔다. 아이는 제 뜻대로 구름 떼같이 모여든 경쟁자들과 오디션을 받았고 내 짐작대로 떨어졌다. 직접 현장체험을 해본 딸아이는 그 일 이후 마음을 돌려 제가 가고 싶어 했던 대학에 가게 되었다. 이런 저런 우여곡절 끝에 아이를 대학에 보내게 되어서 인지 나는 별다른 허전함을 모르는 듯 다시 직장생활로 바쁘게 지냈다.
그렇게 8월이 가고 초가을로 접어드는 9월 초의 어느 날 오후였다. 갑자기 사무실 유리창을 마구 두들기는 소리에 창밖을 보니 장대 같은 소낙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잠시 우두커니 서서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으니 불현듯 딸이 보고 싶었다. 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 참았던 눈물을 걷잡을 수 없어 나도 비처럼 울었다. 난 그 동안 괜찮은 게 아니었다. 아침에 눈 뜨면 다시 잠들 때까지 18년을 늘 함께 살았던 유일한 딸이 떠나고 없는데 어찌 아무렇지도 않았겠는가.
올해도 자녀들을 대학에 보내는 많은 부모님들이 이불보따리에서부터 청소도구에 이르기 까지 차에 가득 실은 짐과 함께 아이들을 대학에 데려다 주고 돌아오셨을 그 길을 생각한다. 생각하면 기쁜 일이 슬픈 일이기도 한 것 같다. 아들딸들을 키워서 대학에 보내는 건 참 기쁜 일인데도 부모들은 생이별이라도 한 것처럼 허전해진다. 왜 아니겠는가? 날마다 아침저녁으로 잔소리하면서 함께 부대끼며 살던 애가 갑자기 사라진 것 같아 한동안 일이 손에 안 잡히리라. 시도 때도 없이 들락거리던 아이의 방문이 굳게 닫혀 있는 것만 봐도 울컥해지기도 하리라. 정작 자녀들은 둥지를 떠난 새처럼 훨훨 자유롭게 날아가 새로운 친구들과 더불어 대학생활을 즐겁게 하고 있는데 부모들은 집에 전화도 안 한다고 서운할 때도 있으리라..
4년 전, 파랑새처럼 대학캠퍼스로 떠났던 딸은 올 봄에 학사학위를 3개나 받고 졸업했다. 이젠 다시 집으로 돌아와 내가 근무하는 연방정부에 취직해서 함께 출퇴근 한다. 지금도 음악을 좋아하는 아이는 이번 코러스축제에 참가해서 노래를 부를 예정이라고 한다. 노래하는 그 순간이 가장 즐겁다고 하니 나도 같이 가서 박수도 쳐주고, 끝나면 한국 음식 부스마다 함께 기웃거리며 맛있는 음식을 사먹기도 하면서 즐거운 축제의 하루를 보낼 예정이다.
올해 자녀들을 대학에 보낸 부모님들께 4년 후, 소정의 과정을 마치고 장성해서 돌아올 그 날을 기대하며 한동안 텅 빈집처럼 허전한 마음 달래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특별히 자식을 나처럼 혼자 키워서 타지에 있는 대학으로 떠나보낸 어머니들께 축하와 격려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