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내가 일하는 곳에서 우스운 일이 있었다.
남은 고기를 어디다 보관할까요 하고 물어보는 직원의 말에‘Zip & Lock’(지플락)에 담아 냉동칸에 넣으세요. 라는 내 말을‘지푸라기’로 잘못 알아듣고 어디서 지푸라기를 구하냐고 물어본 해프닝이 있었다. 우리 모두 웃고 말았지만 혹시 발명가가 이 이야기를 듣고 지푸라기로 만든 봉지를 상품화 한다면 대 히트 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얼마 전에 내가 속해 있는 독서분과 멤버 중의 한 분이 같이 읽기로 한 책의 독후감을 보내왔다. 그러면서 저자(著者)의 뜻을 잘못 읽고 해석한 것이 아닌지 하는 우려의 이메일을 보내왔다.
때로 우리는 학교에서나 혹은 어떤 모임에서 책을 논할 때 너무나 일률적인 대답을 기대하고 그런 교육을 받아왔다. 즉 <츈향뎐>은 절개를 지켰던 기생의 이야기 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며 (그러나 츈향이는 남자를 뇌쇄시키는 성적 경험이 많은 기생이었다고 하지 않는가.. )
또한 <흥부놀부전>은 권선징악의 틀 안에서 해답을 구하는 내용이라는 선입관을 벗어나지 못한 채 책을 읽게 된다. 그러나 그것이 과연 진정한 독서 기술일까? 이러한 의문에 얼마 전에 읽은 김종회 교수의 산문집 ‘오독’에서 명쾌한 해답을 구했다.
오독(誤讀)의 뜻을 풀이하자면‘그릇된 독서’나 혹은‘잘못된 독서’란 뜻일 것이다.
그러나 책의 서문에 밝혔듯이“모든 독서는 오독이고 모든 번역은 오역이라는 말이 있다. 비평의 역사는 오독의 역사라고 한다. 이때 오독이 단순히 텍스트를 잘못 읽은 것이라고 받아들인다면, 평면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깊이 있는 읽기를 통해 작가의 의도를 넘어서는 사유의 광맥을 찾아낼 때 새로운 창의력이 태어날 수 있다. 창조적 오독이란 이러한 경우를 두고 말한다” 라고 하였다.
음유 시인이자 가수인 밥 딜런(Bob Dylan)에게 사람들은 그의 주옥같은 노래 가사의 의미를 설명해 달라고 물었다 그러자 밥 딜런은‘당신의 마음에 와 닿는것이 바로 진정한 의미이고 내 마음에 와 닿은 것은 바로 내 의미가 아니냐’라는 그의 말처럼 작가의 손을 떠난 이후는 더 이상 작가가 원하는 뜻으로만 해석이 불가능하다.
그렇다. 독자는 작가의 의도를 오독할 권리가 있지 않는가. 또한 작가의 의도에 반기를 들 권리도 있지 않는가. 책을 읽는데 있어 너무 일률단편적이고 모범적인 태도는 창조성을 결여한다고 생각한다.
김종회 교수의‘오독’중에 나오는 예문이 있다. 김동리가 서정주에게 시 한 구절을 들려주기를,‘벙어리도 꼬집히면 우는 것을’하는 이 구절을 서정주는‘꼬집히면’을‘꽃이 피면’으로 듣고 무릎을 치며 절창이라 상찬했다는 이야기는 참으로 재미있는 예화였다.
이를 두고 서정주는‘아름다운 오독’이라고 호명하고‘모든 사람들은 오독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는데 그 말에 전적으로 동감을 한다.
일상적 삶과 형태에 길들어져 본래의 자신을 잃고 사는, 아니 잃어버린 지도 모르고 사는 자아를‘비본래적 실존’이라고 하이데거 (M.Heidegger)가 주장하였다.
즉 눈 앞의 사물에만 몰입된 일상적이고 평면적인 인간의 사고와 그때 그때의 순간적 현실에만 살아가게 되는 것이 현재의 많은 사람들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책을 많이 읽고 늘 사색하는 사람은 스스로의 본래적 실존을 찾기 위해 애를 쓰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자신만의 고유한 판단력과 자긍심을 가지며 스스로의 견해에 확신을 가지는 능력을 키우기를 원한다면 끊임없이 독서하는 습관을 필요로 한다. 그것도 책을 단순히 읽어만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사색을 겸한 깊이있는 독서를 말이다.
우리가 독서를 할 때 일정한 패턴대로 따라가면서 읽어내려 가기보다는 뒤집어서 읽기도 하고 거꾸로도 읽어보자. 그러면 세상은 더 넓고 아름다우며 많은 전설과 신화들이 살아있음을 알게 된다.
그러한 시도는 우리들의 한정된 삶을 더욱 풍성하고 윤택하게 만들 것이라고 확신한다. 문학에는 고정된 정답은 없기 때문에 틀린 답도 없다. 과감히 <오독>의 기술을 배우고 창조의 마인드를 가지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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