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축구 시즌이 곧 시작되니까 매주말이면 대부분의 미국 사람들을 열광시켜 교회 참석률마저 급전직하가 될 것이다. 나는 워낙 평평족으로 태어나 운동 신경이 발달 안되었던 탓인지 또는 후천적 요인 때문인지 스포츠에 별 관심이 없는 가운데도 야구 게임 방영은 가끔 보지만 정말로 싫어하는 것이 미국 축구다. 미국 축구는 아마도 타이 복싱 다음으로 가장 폭력적인 스포츠일 것이다. 축구선수들이 헬멧을 쓰고서야 경기나 연습에 임한 것만 보아도 그점이 분명해진다.
조지 F. 윌이란 워싱턴 포스트의 저명한 칼럼니스트는 또한 야구에도 일가견을 가진 사람이라서 야구에 대한 책도 두어 권 쓴 사람인데 최근에 ‘풋볼의 두통’이란 제목의 칼럼을 썼다. 레이 이스트링(62)이란 1970년대의 NFL 축구 선수를 8년동안 했던 사람이 4월달에 권총으로 자살했는데 그의 검시 결과 그는 머리를 계속 얻어맞으면 생기는 만성 퇴행성 뇌장애(CTE) 증세가 있었다는 것이다. CTE는 이스트링 씨를 자살로 이끈 우울증과 치매증의 원인이란다.
또 2011년에도 11년간 내셔널 풋볼리그(NFL)의 선수를 했던 50세된 사람이 자살했는데 그도 CTE 증상이 있었다는 것이다. 43세된 사람도 역시 자살을 한 바 있는데 원인을 조사중인 모양이다. NFL에서 정신 건강 핫라인을 설치하고 자살 방지 전문가들을 상담역으로 대기시킬 정도로 위기의식이 팽배한 것으로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어떤 스포츠 기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파킹 브레이크가 고장난 트럭에 부닥쳐 쓰러지는 것에 비교되는 선수들간의 육탄 공격이 풋볼의 요체이기 때문이다. 또 풋볼 선수들이 상대방 팀을 제압하기 위해 몸집을 불리는 현상도 풋볼 경기로 인한 부상의 빈도에 크게 기여한다. 예를 들면 1980년에는 NFL 선수들 중 체중이 300파운드 넘는 사람이 겨우 세 명이었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현재는 352명이나 그렇다는 것이다. 5년 이상 풋볼 선수를 했던 사람들의 평균 수명은 60세 미만이라니까 보통 미국 남자들보다 15년을 덜 사는 셈이라서 풋볼이 얼마나 건강을 해치는가를 쉽게 이해하게 된다.
현재 3,000명 이상의 전 선수들과 유가족들이 NFL을 고소 중에 있다. NFL이 풋볼은 CTE 등의 증상을 유발시킨다는 것을 알았거나 알았어야 마땅한 데도 선수들을 그런 위험에 노출시킨데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건이다. NFL 쪽의 변호사들은 최근에 그 사건을 기각시켜 달라는 청원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집단 계약에 관한 연방법에 따라 선수들의 안전 문제와 부상 문제는 법원의 재판이 아니라 중재 조정 절차로 해결을 보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NFL이 이 사건을 법원 밖으로 축출할 수 있을런지는 12월 이후에나 결론 날 것이고 법원의 송사로 남아있다 하더라도 6년 이상이나 걸려야 사건이 종결될 것으로 보여 자살한 전 선수들의 미망인들의 답답한 심정은 겪어본 사람이나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20대 초반에 몇 백 만불의 연봉으로 4년이다 6년이다 계약을 해서 하루 아침에 백만장자 서열에 드는 데다가 팀이 이겨 수퍼보울에라도 진출하면 우상처럼 떠받다뜨는 팬들의 환호 아래 있으니까 몸집이 큰 아이들은 한 번 해볼만하다 생각하겠지만 실상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 분야이다. 그리고 워싱턴의 레드스킨스팀을 보면 6년 동안 6,000만불의 계약을 맺은 선수가 있는가 하면 1년 연봉이 50만불 미만인 선수들도 있다. 더군다나 몇 년 선수로 뛰는 동안 부상당하기 십상이고 부상 결과 경기 실력이 전만 같지 않으면 퇴출당하기도 하는 비정의 세계가 NFL이다.
크리스 쿨리라는 워싱턴 레드스킨스 선수가 퇴출당한데 대해 마이크 와이스란 포스트의 스포츠 칼럼니스트는 제1면 칼럼을 할애했다. 레드스킨스 47번 선수복을 팬들이 사입는 등 가장 인기가 있던 그도 9년이 지나니까 퇴출당했다면서 “더 젊고 더 운동 실력이 있으며 더 싼 값에 당신의 자리를 넘보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게 미국의 풋볼”이라고 한탄한다. 어디 풋볼 뿐이랴. 와이스의 지적 대로 엘리트 체육가들이야 몇 년 동안이지만 엄청난 보수를 받는데 대해 눈꼽만치 만의 보수를 받고 일하는 사람들이 여러분야에서 매일매일 당하고 있는 실태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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