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양키스’라고 불러야 하나.
지난 4월 전 구단주 프랭크 맥코트로부터 미 스포츠 역사상 최고액인 23억달러에 LA 다저스를 사들인 새 구단주 그룹이 여세(?)를 몰아 오랜 세월동안 뉴욕 양키스의 전유물이었던 ‘돈의 제국’ 타이틀마저 LA로 옮겨오고 있다.
다저스는 지난 주말 보스턴 레드삭스의 거포 1루수 에이드리언 곤잘레스, 에이스 우완투수 자시 베켓, 호타준족 외야수 칼 크로포드 등 4명의 선수를 영입하는 초대형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그리고 이들 선수들은 다저스로 오면서 몸만 온 것이 아니라 4명 합쳐 무려 2억6,200만달러에 달하는 천문학적 계약서를 함께 들고 왔다. 다저스는 단 한 방의 트레이드로 2억6,200만달러라는 엄청난 페이롤을 선뜻 떠맡은 것이다. ‘돈만 쓰면 타이틀은 얼마든지 따낼 수 있다’고 외쳤던 양키스조차 시도해보지 못한 통 큰 베팅이다. 특히 크로포드는 부상으로 내년 시즌 중반까지 뛸 수 없고 베켓은 과거 불같은 강속구를 잃었다는 평이어서 더욱 위험도가 높은 도박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다저스는 이에 앞서 지난 2~3개월여 동안 마이애미 말린스로부터 한리 라미레스를 데려오며 3,700만달러의 잔여연봉을 떠안았고 쿠바 출신의 유망주인 프리에이전트 외야수 야시엘 푸익을 잡는데 4,200만달러를 아낌없이 투자했다. 이밖에 셰인 빅토리노(300만달러), 조 블랜턴(300만달러), 브랜던 리그(200만달러) 등을 트레이드로 영입하면서 계속 페이롤을 늘려왔다.
외부 영입만이 아니다. 안드레 이티어와 연장계약을 하면서 8,400만달러를 썼고 맥코트 구단주 시절 이뤄진 계약이지만 맷 켐프의 재계약에 1억6,000만달러,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와 2년 계약에 1,900만달러를 내줬다. 이밖에 크리스 카푸아노(1,000만달러), 애런 하랑(1,200만달러), 마크 엘리스(900만달러) 등 프리에이전트 계약들도 있었다.
다저스가 얼마나 엄청나게 돈을 풀고 있는 지는 최근 이뤄진 계약들을 모두 합쳐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LA 타임스는 다저스가 지난 4개월동안 선수들의 연봉으로 쓴 액수가 5억달러에 육박한다고 추정했다. 한 인터넷 사이트는 다저스가 지난해 11월 이후 새로운 계약과 트레이드로 무려 6억7,500만달러를 쓴 것으로 집계했다. 다저스 새 구단주 그룹의 호주머니가 얼마나 깊은지 몰라도 과연 이렇게 흥청망청 돈을 쓰고도 무사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고 다저스 팬들로선 이러다가 나중에 어떤 후유증을 겪게 될지 은근히 겁까지 날 지경이다.
물론 다저스가 아무 대책도 없이 천문학적인 돈을 마구 뿌릴 리는 없다. 경제 전문지인 포브스 매거진은 다저스 수뇌부가 내년 시즌까지로 만료되는 로컬 TV 중계계약의 재협상 과정에서 기대되는 엄청난 중계권료 수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향후 20년간 최고 85억달러까지 예상되는 엄청난 장래 중계권료 수입이 바로 다저스의 이 같은 ‘무제한’ 샤핑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이라는 것이다.
그럼 다저스의 이 같은 ‘폭주’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마크 월터 다저스 회장은 구단의 돈쓰기에 한도가 있느냐는 질문에 “아마 어딘가 있을 것”이라고 답했고 스탠 캐스턴 사장은 “아직 그 한도가 어디인지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하면 앞으로도 필요하다면 계속 돈을 쓰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고 이는 곧 다저스가 앞으로 양키스의 발자취를 따라갈 것을 공식 선언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다저스의 새 구단주가 이처럼 팀 전력 향상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그것이 팀의 성적 향상으로 직결된다면 다저스 팬들로선 사실 큰 불만을 가질 수 없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다. 어디선가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 또한 돈을 많이 쓴다고 꼭 결과가 100% 좋을 수도 없다. 다저스 팬들로서는 팀의 거침없는 행보에 뭔가 한 구석에서 불안한 느낌이 드는 것을 지울 수가 없다. 마이너리그에서 유망주를 키워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높여온 팀의 전통과는 너무도 동떨어진 모습이기에 서부의 양키스로 변해버린 다저스의 모습은 뭔가 불편해 보인다.
<김동우 스포츠부 부국장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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