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욱 객원논설위원
인류 최초의 인간이라 하는 아담과 이브는 에덴동산에서 옷을 입지 않고 살았다. 그들은 벌거벗었는데도 부끄럽지가 않았다. 신학적 의미로는 아직 그들이 죄를 짓지 않았기 때문이다. 허나, 뱀이 이브(하와)를 꼬드겨 선과 악을 알게 하는 선악과(善惡果)를 따먹고 창조주에게 죄를 범하게 했다. 이브는 자기만 먹은 게 아니라 아담에게도 먹게 했다.
따먹지 말라는 선악과를 따먹어 창조주의 명을 어긴 아담과 이브는 에덴동산에서 쫓겨나게 되었다. 쫓겨난 그들이 최초로 발견한 건 자신들의 벌거벗음을 부끄럽게 여긴 것이었다. 커다란 나무 잎사귀를 따서 둘은 치부를 가린다. 창조주의 명령을 어기고(불순종) 부끄러움을 알게 된 이것이 신학적 의미에서의 원죄(原罪)에 해당한다.
브라질 아마존 유역엔 원시의 지역들이 있다. 인류 문명이 들어가지 않은 곳들이다. 이 지역에 사는 와우라족과 조에족 등은 몸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살아간다. 그들에겐 커다란 나무 잎사귀도 필요 없다. 치부를 그대로 들어낸다. 그런데도 그들은 전혀 부끄러움을 모르고 살아간다. 과연 마지막 남은 지상의 낙원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순수 그 자체로 살아가는 원시부족에 인간의 문명이 흘러들어가고 있다. 탐험을 좋아하는 사람들에 의해 나체부족들의 실체가 하나씩 밝혀지면서 이젠 그들도 밖에서 들여간 자가 전기를 이용해 텔레비전도 보며 바깥세상을 동경하고 있다 한다. 또 옷 같은 것을 걸치며 자신들의 살아온 삶에 새로운 문명을 껴입기 시작하고 있다.
‘벌거벗은 임금님’이란 동화에 보면 옛날 신기하고 화려한 옷 입기를 좋아하는 임금이 살았다. 소문을 듣고 사기꾼들이 찾아와 오직 바보가 아닌 착한 사람에게만 보이는 옷을 만들어주겠다 한다. 임금은 돈을 많이 주고 옷을 주문했다. 그들은 옷 만드는 과정을 보러 온 신하에게 너무나 옷이 화려하고 좋지 않냐고 말한다.
신하는 자신이 바보가 되지 않으려고 보이지도 않는 그 옷을 임금에게 갖다 바친다. 임금도 바보가 되지 않으려고 알몸에 그 옷을 걸친 후 거리의 행사에 나온다. 백성들도 바보가 안 되려고 임금의 옷이 화려하다고 한다. 그러나 아이 하나가 “야! 임금님이 벌거벗었다”고 소리쳐 백성과 임금의 어리석음에 부끄러움을 알게 했다는 내용이다.
부끄러움. 왜 사람들은 알몸이 보이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할까. 에덴동산에서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를 따먹어서였을까. 프라이버시. 자신만이 은밀히 볼 수 있는 것이 자신의 알몸이니 그럴까. 자신이 자신의 알몸을 볼 때엔 부끄러운 느낌은 없다. 그리고 목욕탕에 들어갈 때도 서로가 알몸을 보여주는데도 부끄럽게 생각지 않는다.
아마존 유역의 나체부족들을 제외하곤 인류가 사는 어떤 곳이라도 모든 사람들은 옷을 입고 살아간다. 예외는 있다. 자유를 구가하여 만들어진 나체촌이나 나체해수욕장 같은 곳은 제외다. 사람이 옷을 입는 이유 중에는 몸을 상하지 않게 하려는 것도 있다. 그러나 알몸을 타자에게 드러내 보여 지는 부끄러움 때문에 사람들은 옷을 입는다.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된 올림피아경기에선 모두가 알몸으로 경기를 치렀다. 남자들만의 경기였기에 여자들은 경기장에 들어갈 수 없었다. 남자들의 알몸을 구경하고 싶은 여자들은 남장을 하고 들어갔으나 발각되면 죽도록 매를 맞았다. 얇은 옷, 팬티 같은 것 하나 걸치지 않고 스포츠에 임했던 고대 올림피아경기는 맨몸의 투쟁이었다.
신학적 의미에서의 원죄인 인간의 불순종은 최초 인류로 불리는 아담과 이브에게 알몸의 부끄러움을 알게 했다. 그리고 그들은 뱀에게 속은 어리석음을 깨달았으나 이미 늦었다. 에덴에서 쫓겨났고 여자는 잉태로 인한 해산의 고통을, 남자는 땀을 흘려야만 살아갈 수 있는 노동의 죄과를 얻게 됐다. 알몸의 자유를 박탈당한 아담과 이브.
브라질의 나체부족들. 알몸으로 살아가는 그들은 아담과 이브의 불순종과는 거리가 멀다. 그들은 부끄러움이 없다. 부끄러움이 없다면 원죄조차도 통하지 않는 것 아닌가. 어리석은 임금이 바보가 안 되려고 알몸 옷을 입었듯이 현대인들의 어리석음은 우리들 스스로가 서로를 속이고 속고 있음에 있지 않을까. 알몸이 되어 부끄럽다 함은 문명이 만들어낸 스스로의 족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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