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임(논설위원)
지난 10일 영국 카디프 밀레니엄 스테디엄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남자축구 3~4위를 놓고 한국과 일본이 겨룬 혈전에서 한국은 당당히 승자가 되었다. 한국인과 해외동포들은 뉴스시간에 반복해 보여주는 박주영과 구자철의 골인 장면을 보고 또 보았을 것이다. 최근에는 한국 가수 싸이의 ‘강남 스타일’ 비디오가 미국, 스페인, 아랍, 일본, 중국 등 세계 각국에서 폭발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몇 년 전부터 K-팝이 한국요리, 드라마 등과 함께 한류의 거대한 물결을 타고 있더니 드디어 화려한 개막을 하고 있는 느낌이다.
그리고 과거 같으면 일본의 소니 혹은 파나소닉이 싸워야 할 특허싸움에서 한국의 삼성이 미국의 애플과 대등하게 맞서고 있다. 자동차나 TV 전자제품 말고도 세계 유수의 골프시합마다 한국남녀 선수가 줄줄이 상위권에 들고 클래식 예술계는 이미 오래전부터 한국인의 이름을 알리고 있다. 이런저런 한국관련 뉴스가 세계인의 화제에 오르는 것을 보면서 한국이 강해 졌구나, 이게 바로 강한 자의 힘이라는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지구의를 돌려서 토끼 모양 한반도를 애써 찾아야 하고 그나마 반쪽만 우리 것인, 땅덩어리도 작고 인구도 작고 자원도 변변찮은 나라가 한국이다. 그런데 이렇게 세계인에 회자되는 것은 본인의 꿈을 이루겠다는 열망과 피나는 노력, 부모의 뜨거운 교육열, 세계를 향해 눈뜬 글로벌 정신이 주요 요인일 것이다.
21세기가 열렸을 때 세계의 석학과 역술가들은 21세기는 동방의 불빛이 다시 밝아지는 해라고들 했다. ‘사람에게는 운세, 국가에게는 국운이 있다’는 말이 있다. 그렇다면 지금 한국의 국운이 점차 올라가는 시점인 것같다. 이번에 스포츠강국으로 올림픽 5위를 한 것처럼 문화, 경제, 정치 등 모든 분야가 부쩍 성장했으면 좋겠다.
이번에 한국과의 축구에서 지고 땅을 치고 통곡하던 일본은 20년 이상 장기 불황 속에 있다. 일본은 1990년대 초만 해도 미쓰비시가 미국의 라커펠러 센터를 2,000억엔에 사고 야스다 화재가 고호의 그림 ‘해바라기’를 57억엔에 구입하는 등 일본의 국운이 상승하며 세계경제를 주름잡았었다. 자존심 상한 미국이 각고의 노력으로 컴퓨터와 인터넷 시대를 대비하는 동안 일본은 건설이나 기타 산업에 투자하지 못했고 1990년대 중반 부동산 거품 붕괴로 인해 전 국토에 먹구름이 몰려왔다.
더구나 작년 봄 일본 동부연안으로 밀려온 쓰나미가 수많은 인명과 자동차, 건물들을 한입에 삼키며 모든 것을 초토화 시켰다. 앞으로도 대도시에 닥칠 강진 확률이 50%이고 후지산도 폭발 가능성이 있다니 일본의 국운은 분명 상승세는 아니다.
하지만 한국도 안심하지 못한다. 고급 외제차, 고급 와인, 명품 브랜드가 서민층에도 파고드는 것을 보면 전 국민에게 갑자기 닥쳐온 1997년 IMF 시대 재현을 염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
최근 한일관계는 극도로 경색되어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방문, 8.15 행사의 위안부 관련 발언, 연예인을 비롯한 젊은이들이 참여한 독도 수영 등등으로 인해 일본은 그 연예인이 나온 한국 드라마 방영을 보류하고 각료의 신사참배 등 군사대국화를 위해 달려가고 있다.역사적으로, 현실적으로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라면 어차피 화해를 해야 하고 정치적인 문제를 넘어서 문화가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한국의 탈춤과 판소리, 국악, 한식과 막걸리, 드라마와 K-팝 등과 일본의 전통연극 가부키, 온천 문화, 일식과 청주, 벚꽃놀이 등이 자연스럽게 교류해야 대화가 열리고 화해의 길이 모색된다.
세계가 한국의 미래를 밝게 보고 있고 한국에 기운(氣運)이 몰린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선진국으로 도약하여 화려한 꽃을 피워야 한다. 미주지역에 사는 우리들도 모국이 잘 살면 더욱 신이 나고 2세, 3세들도 한국과 미국의 다리 역할을 잘해 낼 것이다. 이 상승세를 타고 한국이 세계를 주도할 나라 5위 안에 들어야 하는데 여야가 싸우고 비방하고 부정부패가 일상인 정치권은 아직도 후진국이다. 올 대선에서 국민들이 선택한 지도자가 상승 중인 국운을 어찌 이끌어 갈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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