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내가 교육위원으로 있는 버지니아주 훼어팩스 카운티 교육청이 수여한 라버트 스플레인 리더쉽상 수상자 두 명 가운데에 Mark Emery(마크 에머리)씨가 포함되어 있었다. 이 상은 훼어팩스 카운티에서 12년간 교육감으로 수고하다 1998년에 은퇴한 스플레인씨를 기념하여 우수한 지도력을 발휘한 교직원에게 해마다 한번씩 시상해 왔다.
내가 에머리 씨를 처음 만난 것은 1995년 봄이다. 당시 나는 훼어팩스 카운티에서는 처음으로 실시되는 교육위원 선거 출마를 준비할 때였다. 교육위원 선거는 법적으로 엄격히 말해서 비정치 선거다. 그러나 정당의 공식적인 지지(endorsement)와 후원, 조직의 동원이 허용되어 있기에 실질적으로는 정치 선거나 다름없다. 선거를 어떻게 치루는지 아는게 하나도 없던 나는 당시에는 아직 당원은 아니었으나 평소에 관심을 두고 있었던 민주당에 후원 신청을 하기로 했다. 광역 교육위원자리가 셋 밖에 없기에 민주당이 공식적으로 지지하고 후원할 수 있는 광역 교육위원 후보도 셋으로 제한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지원자 숫자는 이보다 훨씬 많았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내가 후원을 얻는데 실패했다. 이미 과거에 오랫동안 임명직 교육위원을 지냈던 흑인 후보와 여러해 동안 당원으로 활동해왔던 히스패닉 후보가 우선적으로 선정되었고 나머지 한자리를 놓고 백인 남자 후보 한 명과 내가 가장 치열하게 경합을 벌였다고 한다. 그런데 내가 신선감을 주었으나 교육부문에 전혀 경험이 없는 것이 큰 단점이었다. 반면에 이 백인 후보는 여러해 동안 초등학교와 고등학교의 PTA 임원과 교육감 자문위원으로 활발하게 활동했었다. 그래서 결국 이 백인 후보가 민주당의 후원 후보로 선정되었다. 나는 결국 우여곡절 끝에 광역구 대신 브래덕지구에서 민주당 후원을 받아 출마해 이 백인 후보와 같이 당선되었다. 그런데 그가 바로 에머리씨였던 것이다.
에머리씨는 나보다 15살 정도 나이가 위였는데 물리학 박사로서 해군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훌륭한 지도력을 보여 바로 교육위원회 부의장직도 2년을 맡았고 의장직도 역임한다. 그런데 뜻밖에도 1999년 선거에서 재선에 실패했다. 그러나 교육위원회를 떠난 후에도 교육위원으로 있을 당시 애착을 갖고 교육청과 지역 사회의 관심자들이 함께 설립했던 Fairfax Partnership for Youth라는 청소년 기관에서 중추 역할을 맡게된다. 그리고 2001년 해군연구소에서 25년간의 근무를 마치고 은퇴를 한 후, 훼어팩스 교육청이 중학생들의 방과후 프로그램을 카운티의 재정 지원을 받아 본격적으로 실시하게 되자 2004년부터 그 프로그램의 중간급 책임자로 일을 맡아 교육청 직원이 되었다.
교육청 직원이 되면서 에머리 씨는 과거에 교육위원, 교육위원회 의장으로 있을 당시 자신에게 업무 보고를 하고 지시를 받던 교육청 스탭들 아래 자리로 들어갔다. 그러나 그는 직책의 높고 낮음에 개의치 않았다. 자신이 열정을 쏟아 부을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했던 것이다. 이전에 자신의 아래에 있던 사람들이 이제는 윗사람이 되어 버렸고 나이도 자신보다 한참 어린 사람들 밑에서 일하게 된 것이지만 그것을 불편해 하지 않았다. 의사 부인도 두었고 본인도 적잖은 은퇴 연금을 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굳이 수입이 더 필요했던 것도 아니었다. 단지 그는 방과후 시간을 낭비하거나 나쁜 길로 빠질 수 있는 학생을 한 명이라도 더 도울 수 있는 일에 자신의 여생을 바치기로 한 것이다. 그에게는 남의 시선과 체면이 중요하지 않았다. 자신의 도움으로 달라지는 학생들 하나하나에 감사를 할 따름이었다. 에머리 씨가 지난주에 리더십 상을 받은 것은 너무나도 당연했다.
시상식에 서 있는 에머리 씨를 보면서 과연 내가 그 처럼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솔직히 자신이 없다. 아무리 내가 아끼고 열정을 가질 수 있는 보람된 일이라도 체면을 구겨가며 할 수 있는 용기가 아직 없는 것 같다. 교육위원 자리에 영원히 있는 것도 아니고 선출직 공직자의 참된 자세는 공복임을 항상 잊지 않는 것이라지만 자존심이 쉽게 허락할 것 같지 않다. 무엇이 더 중요한지를 머리는 헤아리는데 가슴이 따라주지 않는 것 같다. 글쎄 나이를 조금 더 먹으면 나아질까 아니면 더 심해질까 자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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