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이나 나름대로의 미스터리가 없는 나라가 존재할 수 없겠지만 특히 인도는 더하다. 12억의 인구로 중국의 13억 바로 다음인 인도는 전 세계 인구의 약 15%가 미국 땅의 3분의 1 가량의 면적에 살고 있기 때문에 인구 밀도는 평방킬로미터 당 324명꼴이다.
인구 1,000만이 넘는 수도 뉴델리, 가장 큰 도시인 뭄바이(전 봄베이) 그리고 캘커타 세 도시들과 그리고 몇백만 인구들을 가진 네 도시와 27개 주의 수도들에 거주하는 시민들을 빼고는 70% 이상의 인도인들은 소도시나 농촌생활을 한다. 1인당 GDP는 3,700여달러지만 소수의 억만장자들이 있는가 하면 대도시의 길바닥에서 태어나 그 곳에서 일생을 마치는 빈민들은 하루에 2달러로 생활하는 나라가 바로 인도이다. 극단적인 예지만 인도의 최고 갑부는 중산층만 아니라 빈민들이 넘쳐나는 뭄바이시에 20억달러를 들여 높이가 568피트나 되는 27층짜리 최고 호화주택을 건축하여 빈축의 대상이 된 게 2년 전 일이다.
그런 인도에서 이번 주에는 세계 역사상 최악의 정전사태가 발생했다. 첫 날의 보도로는 3억이라더니 둘째 날에는 6억 인구가 암흑상태를 경험했다니까 국민의 반이 고통을 당한 것이다. 대도시로 들어오는 모든 기차들이 운행할 수 없었던 것은 물론 교통신호등의 불능상태로 온 도시들과 거민들이 패닉상태에 빠진 것으로 BBC TV 등은 보도했다.
평소에도 하루에 두어 시간 이상 정전이 되곤 하기 때문에 대기업들, 공항들 그리고 병원들은 자가 발전으로 대처해 오던 탓에 이번에도 별 지장이 없이 움직였다니까 빈부의 극심한 차이를 정전위기에서도 볼 수 있다. 심각한 사건으로는 몇백명의 광부들이 지하 갱도에 갇혔다는 내용도 있었다.
또 놀라운 일은 도시 서민들은 선풍기나 냉방장치를 돌릴 수 없어 땀으로 목욕을 하다시피 했다지만 3억에 달하는 농촌 인구들은 애당초 전기가 없기 때문에 피해가 없었다는 보도이다. 국민의 4분의 1이 아직도 전기의 혜택을 모르고 산다는 이야기다. 대학원 시절 어떤 중국 전문가 교수가 농촌의 전기화가 산아제한의 첩경이라고 강의하던 것이 떠올랐다.
신문 보도에 의하면 인도의 전기부족 위기는 복합적인 원인들 때문이란다. 우선 인도가 중국처럼 제조업 성장정책을 추진하면서 점점 많은 전력이 필요한데 비해 현 발전소들만의 전력공급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이 있다. 그래서 원자력 발전소들을 지으려 하지만 환경보호주의자들의 반대에 부딪힌다는 것이다. 화력발전소의 대기오염 문제 때문에도 발전시설의 신축들이 어려움에 부닥치는 모양이다.
또 기업들이 발전시설을 확충하기를 꺼려하는 이유가 전기를 더 생산해 보았자 정치인들의 전기요금을 싸게 책정하는 포퓰리즘(인기 영합주의)적 정책 때문에 투자가들과 주주들에게 나누어줄 과실이 없다는 사실에 있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그리고 부정부패도 전력난의 악화에 기여한다. 예를 들면 전기가 들어오는 농촌의 농부들에게는 밭에 물을 주도록 무료로 전기가 제공되지만 농부들은 자기들이 받는 전기를 공장들에 팔아먹는다는 것이다.
전기 공급망의 기본 시설(인프라) 노후도 큰 문제라니까 인도의 경제발전 자체가 위협을 받을 수도 있다는 비관론마저 있다. 전기 공급망의 인프라 문제는 미국에도 있다. 6월29일 워싱턴 DC 일원을 짧게는 하루 이틀, 길게는 1주일 이상 불편하게 만들었던 정전사태도 직진 폭풍이라는 이상기후로 인한 심한 바람에 웨스트버지니아주의 송전탑 셋이 쓰러졌던 결과의 여파였다니까 몇 십 년 이상된 송전 시설망이 점점 말썽을 부릴 것임을 쉽게 예견할 수 있다.
더군다나 러시아, 중국, 북한 등에서 컴퓨터 해커들을 훈련시켜 미국 정부와 기업체들의 컴퓨터 안전망을 계속 건드리고 있다는 보도들도 걱정거리다. 만약 전기와 수도의 공급망을 통제하는 지휘본부의 컴퓨터가 공격을 받게 되는 경우의 대혼란이나 공황은 상상조차 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테러방지 정부기관 전문가들의 도상연습에 포함되기도 하는 모양이다. 좌우간 인도의 정전상태로 지하에 갇혔다던 몇 백 명의 광부들이 무사했으면 다행이겠다.
<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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