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한번 뿐인 삶을 살아간다. 자신의 삶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지 혹은 원했던 삶을 살고 있는 지 점검해 보는데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자서전 쓰기이다. 그러나 자서전에 대해서 많은 사람이 편견을 가지고 있다. 즉 자서전은 유명 인사나 쓰는 것이고 나이가 들어 은퇴한 후 써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또한 글 솜씨가 뛰어나야 하고 자기 자랑으로 비쳐지지 않을까 생각하는 등의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조건을 모두 갖춘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자서전은 그렇게 거창하고 어려운 것이 아니다. 자서전은 자신이 쓴 본인 삶의 기록이다. 즉 살아온 인생을 회상하여, 체계적이고 구체적으로 정리한 글이다. 학교 다닐 때 선생님이 복습의 중요성을 많이 강조했던 생각이 난다. 이처럼 자서전을 쓰면서 지나온 삶을 복습하면 다가올 삶을 예습하는 것도 그다지 어렵지 않다고 본다.
그동안 너무 앞만 바라보면서 정신없이 살아왔다면 이제 나 자신을 돌아보고 미래를 준비할 시간을 자서전 쓰기를 통해서 가져보면 어떨 까? 복습과 예습은 사회생활에서도 필요한 것이다. 자신이 살아온 역사를 기록하면서 과거를 되돌아보고 미래의 자화상을 그려보는 것이 일반인들도 자서전을 써야 하는 이유가 된다.
얼마 전에 우연히 자서전 쓰기에 대한 책을 읽고 지나온 삶을 반추해 보고 현재의 삶에 근거해서 미래의 삶을 조명해보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다. 막상 자서전을 써 보려고 하니 사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 그러나 자서전을 나 자신과 가족을 위해서 쓴다고 편안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동안의 일기, 앨범, 비디오를 살펴보면서 자신의 역사를 기록하는 사관이 되기로 했다. 중국인들은 평범한 사람들도 매일 일기를 쓰고 기록을 남긴다고 한다. 저마다 기록을 남기니까 대형사건이 터졌을 때 똑같은 날에 쓴 수십명의 일기를 보면 사건에 관한 시각들이 제각기 다양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동안 써온 일기를 검토하는 작업부터 시작을 했다. 몬트리올 올림픽이 열렸던 1976년 8월1일의 일기에서 일부분을 발췌했다. “아침 9시27분에 몬트리올의 양정모는 레슬링에서 우리 민족의 숙원이던 금메달을 기어코 따내고야 말았다. 장하다. 대한 건아!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우리 대한 건아는 씩씩한 자세로 관중들의 환호성에 답했다. 또한 국내에서는 염동균이 수퍼 밴텀급에서 파나마의 리아스코에게 도전했다가 심판의 어이없는 판정으로 굴복했다. 정말로 억울한 경기였다. 스포츠로 국위를 선양한 레슬링의 양정모 선수는 정말 장하다. 복싱의 염동균은 분패했지만 정말 잘 싸웠다” 지금부터 36년 전 한국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양정모의 모습이 저절로 연상되는 순간이다.
LA 한인 가운데 90세가 넘었어도 매일같이 일기를 작성하는 이동기옹이 있다. 그는 2002년 펴낸 자신의 자서전 ‘강물이 흘러가듯 구름이 지나가듯’에서 험난했던 한국 현대사에서 개인이 겪었던 고초와 느낌, 본인의 역사관을 일기의 형식으로 기술했고 자녀들과 미국에 이민 온 후의 삶을 담담하게 적어 내려갔다. 그는 책머리에서 더 늙기 전에 내가 살다 간 사실들을 간단하게나마 기록하여 이를 자손들에게 전하여 주되, 한 인간의 삶의 과정이라 할 수도 있는 나의 삶이 자손들에게 조금이나마 교훈이 되기를 바란다고 적고 있다. 이처럼 일반인이 쓰는 자서전은 그 자체로 역사적인 자료가 된다. 역사책에는 역사의 큰 흐름만 전달될 뿐, 그 역사와 함께 울고 웃었던 개개인의 삶은 담을 수가 없다.
그러나 자서전을 꼭 일기나 책 같은 방식으로 제한시킬 필요는 없다고 본다. 예전에 봤던 마이클 키튼, 니콜 키드먼이 주인공으로 나온 영화 ‘My Life’라는 영화가 생각난다. 광고업자로서 큰 성공을 거둔 밥이라는 남성이 세련된 도시의 여성 게일과의 행복한 결혼생활도 잠시, 아내가 임신한 후 신장암이 전이되어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는다.
밥은 태어날 아기에게 자신의 모습과 또 아기에게 가르쳐 주고 싶은 인생에 필요한 것들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비디오에 담는다. 영화는 밥이 사망한 후 태어난 아이가 아빠의 모습을 비디오로 보는 것으로 끝난다. 이젠 개인 블로그나 유튜브를 통해서도 다양한 동영상을 올려놓을 수 있는 시대이다. 즉 자서전을 쓰는 포맷을 다양화할 수 있으며 재미있게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서전 쓰기는 지나온 과거를 정리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본인의 사명과 비전을 새로 찾는 계기가 될 것이다.
<박흥률 부국장 겸 기획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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