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설주란 이름이 한국에서는 검색어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한 미국의 언론은 리설주를 영국의 왕세자비 케이트 미들턴에 비교했다.
자못 세련된 자태를 뽐낸다. 그런 한 젊은 여인이 김정은과 함께 공식석상에 등장했다. 그 모습이 잇달아 세 차례나 보도됐다. 도대체 누구인가. 그 여인을 북한 관영매체들은 마침내 평양의 퍼스트레이디로 공개했다. 그러자 나온 반응이다.
파격의 연속이다. 김정은의 부인을 공개한 것부터가 그렇다. 그 리설주가 총연출을 맡은 것으로 보이는 모란봉예술단 공연도 그렇다. 미키마우스가 등장했다. 미국 내셔널리즘을 표방한 영화 ‘로키’의 주제가가 흘러나오고 예술단 소속 여성들은 미니스커트 차림이다.
‘릉라인민유원지’란 곳을 방문해 김정은은 놀이기구를 타며 활짝 웃었다. 또 부인과 자연스레 팔짱을 낀 모습도 보여주었다. 이 역시 파격적이다.
김정은의 변화는 단순히 이미지에만 그치지 않는다. 결코 인민의 배를 굶기는 일이 없게 하겠다며 인민애를 강조한다. 경제개혁의 필요성을 지적한다. 나름의 세계화를 주창한다. 그 와중에 강경파의 상징으로 보이던 리영호 총참모장이 어느 날 갑작스레 제거됐다.
개혁을 위한 정지작업이 아닐까. 김정은이 보이고 있는 변화에 대한 외부 세계, 특히 한국에서 제기되는 관측이다. 스위스에서 유학을 한 김정은이다. 그 서구생활을 바탕으로 김정은은 정상적인 국가 지도자 면모를 지향하면서 보다 유연한 변화를 꾀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등소평이 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김정은이 보내고 있는 변화 시그널과 관련해 나오고 있는 또 다른 관측이다. 예일대 출신의 중국문제 전문가 존 딜러리는 현 북한이 처한 상황이 모택동 사후 등소평이 실권을 장악한 그 때와 흡사성이 많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김정일 시대의 선군(先軍)정책에서 탈피해 경제개발의 실용노선을 강조하고 있다. 김정은이 꾀하고 있는 변화도, 발언도 모두 등소평을 몹시 닮았다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 금기시되던 개혁이란 말이 공공연히 사용된다. 모란봉 예술단의 공연도 그렇다. 김정일 시대에는 엄두도 못 낼 일이었다. 그 잇단 파격의 해프닝은 개혁개방을 이끈 등소평 집권 초기시대를 방불케 하고 있다는 것이다.
농업개혁과 기업에 대한 국가 선투자 내용이 담긴 김정은의 첫 경제개혁조치인 이른바 ‘6.28 방침’을 그는 모택동체제에서 등소평체제로 전환시킨 중국의 실용주의 경제정책과 비교하기 까지 했다. 김정은은 북한의 등소평이 될 수도 있다는 기대 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맞는 관측일까. 상당히 무리가 따르는 것 같다. 등소평과 김정은은 정치적 입지가 전혀 다르다는 점에서 우선 그렇다. 등소평은 중국 공산당혁명 1세대다. 대장정에, 국공내전, 문화혁명을 거쳐 부동의 1인자 자리에 오른 카리스마의 지도자다.
김정은은 아직 미완의 권력이다. 김정은 시대 7개월에 불과한 현재의 북한은 개혁 개방에 나설 만큼 체제가 안정된 상태가 아니다. 개혁개방을 둘러싼 노선투쟁은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현재의 북한 권력의 균형은 유동적 상태다.
체제경쟁이란 측면에서도 그렇다. 등소평 집권시절 중국과 대만의 체제 경쟁은 이미 끝났다. 때문에 등소평은 과감한 개혁드라이브를 걸 수 있었다. 대만을 비롯한 해외중국인 자본의 대륙 투자를 적극 유치하면서까지.
북한의 경우는 이야기가 전혀 다르다. 체제경쟁에서 북한은 이미 패배했다. 그 북한을 북한 식으로 표현해 ‘틀어쥐고’ 이끌고 나간 것이 수령절대주의다. 그 수령절대주의에서 개혁개방은 치명적 독소다. 개혁개방은 물론이고 작은 변화도 자칫 체제붕괴를 불러 올 수 있으니까.
권력 장악에 있어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 그 김정일조차 변화를 극도로 두려워했었다. 수령절대주의 체제 하에서 개혁개방은 체제붕괴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스스로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완의 권력인 김정은이 김정일조차 두려워했던 변화를 추구해 나간다. 어떤 결과가 오나. 곧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는 게 우선의 진단이 아닐까. 군(軍)과 당(黨)과 정(政)에 포진해 있는 북한 권력의 주축세력이 ‘개방은 체제붕괴’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으므로.
김정은 체제가 보이는 일련의 변화를 그러면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북한의 인권상황은 더 악화됐다. 굶주림도 그렇다. 그 진상의 호도책이라는 것이 포린 폴리시지의 분석이다. 파격적 행보는 사탕발림일 뿐, 김정은을 아직은 ‘그 아버지에 그 아들’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자기분열성 행태로 보아야 한다. 또 다른 진단이다. 출범 6개월 만에 권력 이너서클의 한 축을 제거했다. 이는 권력 조기장악 강박증세로 보여 진다는 것이다. 그 조바심이 겉과 속이 다른 분열증세로 발현되면서 파격에서 파격으로 이어지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맞는 진단인가.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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