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이민신학연구소라는 단체가 ‘북미주 이민교회 서베이’ 결과를 발표했다.
이 서베이의 목회자 부문에는 ‘교회 내 갈등의 주된 원인은 무엇이라 생각하느냐’는 항목이 있었다. 3개까지 복수 응답을 허용한 이 질문에 대한 가장 많은 대답은 재정문제(51.9%), 담임목사와 장로들간 의견대립(46.7%), 평신도간 불화(43.1%)였다.
목사들을 상대로 조사한 것이지만 평신도들에게 묻는다 해도 결과가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여겨지는 이 설문 결과는 담임목사와 더불어 장로들이 교회 분쟁의 중심에 있음을 새삼 확인시켜 준다.
많은 한인 이민교회들이 장로들이 관련된 내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남이 알까 두려운 불화를 이어가는 곳이 하나둘이 아니다. 그중 일부는 법정행을 택함으로써 교인들의 피땀어린 헌금을 변호사들의 주머니로 옮겨준다.
책임이야 현실적으로 교회를 대표하는 담임목사가 더 크겠지만, 주요 의결기구인 당회에 속해 있는 장로들 역시 교회를 제대로 이끌지 못한다는 비판에서 절대 자유로울 수 없다.
섬김과 희생, 참된 영성으로 본이 되는 분들도 있지만, 장로 직분을 벼슬로 착각하는 이들의 비신앙적 행태에 교인들의 한숨이 높아간다. 가뜩이나 불경기 속에서 아등바등 이어가는 이국살이의 짐이 무거워 쓰러질 것만 같은데 말이다.
당회를 전쟁터로 삼는 이들 ‘전사’에게 최후의 만찬에서 예수가 제자들의 발을 씻기며 했던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사람들이 너희가 내 제자인 줄 알리라”는 가르침을 들려주는 것은 ‘소귀에 성경읽기’다. 이들은 예수가 하나님과 사람, 사람과 사람의 하나 됨을 위해 십자가에 못박혀 죽었다는 사실조차 아랑곳하지 않는다.
당회에서 일어나는 추한 싸움의 본질은 ‘헤게모니 다툼’이다. 누가 교회 운영의 주도권을 잡느냐 때문에 정관을 고치기도 하고 상대를 제거하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으레 따르는 것은 고성과 인신공격이다. 이 한 가지 때문만은 아니지만, 그 결과 크리스천들이 종교가 없는 사람들로부터 “너나 잘 하세요”라는 비아냥을 듣는 일이 요사이 크게 늘었다.
이들을 보면 예수의 이름으로 선지자 노릇하고 귀신을 쫓아내고 많은 기적을 행한 이들이 심판날에 예수로부터 ‘내가 너희를 도무지 알지 못한다’는 말을 들을 수 있다는 준엄한 가르침이 왜 성경에 있는지 알 것도 같다.
교회라는 ‘평화공동체’를 ‘분쟁공동체’로 전락시킨 일부 장로들의 대오각성이 필요하다. 예수의 공생애 첫 메시지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웠느니라”가 바로 자신을 향한 채찍질임을 깨닫고 마음의 옷을 찢어야 한다.
그 다음에는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 당회는 교회의 전체적인 방향과 교회 운영에 관한 주요 결정만을 맡고 예산 집행 및 감사를 포함한 많은 권한을 제직회와 공동의회에 돌려주어야 한다. 장로들이 못난 자아와 이기심, 높아지려는 자신의 마음과 피 흘리기까지 싸우면서, 서로를 존중하는 가운데 스스로의 권한을 축소하는 것이 다툼을 최소화하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담임목사 청빙, 정관 개정, 장로 선출 등 주요 현안에 일반 교인들을 첫 단계부터 적극 참여시켜 교회 안에서 소통이 강 같이 흐르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재정운영의 투명성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목회자의 실제 보수 등을 누가 보더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자주 회계보고를 해야 한다. 수입과 지출 내역을 매달 교회 홈피에 올리는 샌프란시스코 사랑의교회의 사례는 좋은 본보기다.
개방, 참여, 공유가 특징인 오늘날의 인터넷 환경을 ‘웹 2.0’이라고 부른다. 세상을 제대로 섬기는 교회가 되려면, 이제 교계에도 ‘장로 2.0 시대’가 와야 한다.
노벨상을 받은 헨리크 시엔키에비치의 대표작 ‘쿼바디스’에는 1세기 네로 황제의 기독교에 대한 모진 박해를 피해 로마를 떠나던 베드로가 환상 속에서 그리스도를 만나는 장면이 나온다. 그 길에서 베드로는 얼굴을 땅에 대고 묻는다. “쿼바디스 도미네?”(라틴어 Quo vadis, Domine로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라는 뜻). 그때 슬프면서도 감미로운 음성이 들린다. “네가 나의 백성들을 버린다면 나는 두 번째 못 박히러 로마로 간다.”
무늬만의 장로, 껍데기뿐인 장로가 되지 않으려면, 모든 교회의 장로들이 ‘쿼바디스 도미네’라는 나의 물음에 그리스도는 어떤 대답을 들려줄 것인가를 자문하며 살아야 한다.
<김장섭 종교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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