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과연 소유일까, 존재일까? 참 어려운 질문이다. 예술은 본질상 소유보다는 존재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영혼이 없는 예술… 삶과 존재의 문제가 다루어지지 않는 예술을 과연 예술이라 부를 수 있을까?
그러나 오페라(하우스)등 엄청난 공연비와 건축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을 감안할 때 과연 예술이 존재의 문제에만 국한되어 있는 것인지, 의심이 들 때가 많다.
얼마 전 서울가 계획했던 한강 노들섬 오페라 하우스 건설 계획이 전격 백지화, 여기저기서 말들이 많았었다. 서울시가 무려 520여 억원이란 돈을 투자, 설계까지 마친 건설 계획을 박원순 서울시장 이하 서울 시의회가 갑작스레 파기, 논란을 산 바 있다.
지상 8층 규모의 오페라 하우스에서는 교향악단 연주 및 오페라 공연, 발레, 뮤지컬 등 다양한 공연이 펼쳐질 예정이었다고 한다.
오페라 하우스가 다만 시민들의 교양을 위한 문화공간이 아니라 돈많은 부유층의 노리개 정도라고 생각했음일까, 서울시는 이 오페라부지를 도시텃밭으로 변경, 우선 먹는(?)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팔을 걷어부치고 나섰다. 오페라를 사랑하는 일부 시민들에게는 물론 이를 계획하고 설계했던 전 시장 이하 관계자들에게는 뒤통수를 한 방 얻어맞은 꼴이 되고 말았다.
세계의 유명도시들은 나름대로 그 도시를 상징하는 오페라 하우스가 있기 마련이다. 시드니 오페라, 뉴욕 메트로 폴리탄, 밀라노에는 라 스칼라 오페라 하우스가 있다. 아름다운 오페라 하우스는 시민들에게 문화적 자긍심을 안겨주는 것은 물론 도시의 문화수준을 격상시켜주는 장점이 있다.
반면 턱없이 비싼 입장료, 위압적인 오페라 하우스가 주는 위화감도 무시할 수 없다. 무슨 끼리끼리의 잔치도 아니고 오페라 공연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 통상 백(달러)단위를 넘어서는 입장료는 서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다.(이곳 SF 오페라의 경우 A석이 2백달러를 넘어선지 이미 오래됐다.)
서울시의 오페라 (건설)계획은 왜 실패했을까? 그것은 서민들의 입장을 전혀 고려치 않은 상태에서, 너무 관주도의 일방통행이 낳은 불통때문이었을 것이다. 즉 대중적인 열망이 우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너무 외형적으로 폼만 잡으려던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다.
또 새로 임명된 서울시 리더들의 예술에 대한 통념도 한번 집고 넘어가야 한다. 서구의 경우, 음악발전은 귀족 주도하에 이루어졌다. 베토벤의 작품을 보면 라즈모프스키, 발트슈타인, 대공(트리오)등 귀족들의 이름이 자주 등장한다.
모두 베토벤 후원자들에게 헌정된 작품들이었다. 반면 한국의 판소리는 귀족(양반)들에게 사당패들의 상민 예술이라고 천대받았다. 그나마 조선말기 대원군 등에 의해 그 명맥이 이어질 수 있었지만 인간의 희노애락, 애환이 담긴 노래(음악)를 천시하는 풍토에서는 예술이 깊이 뿌리내리기 힘들다.
서울시의 (노들섬)오페라 하우스 건설계획 역시 진솔한 음악사랑에서 출발했다고 보기 힘들다. 오히려 상대적인 박탈감, 상류 예술에 대한 굶주림이 낳은 상대적 반작용 때문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1955년, 독일 베를린에 마리아 칼라스가 찾아온 적이 있었다. 상대 역은 (테너) 스테파노였고, 지휘는 카라얀이 맡았다. 이 세기적인 가수들의 공연을 보기 위해 베를린 시민들이 (베를린 국립) 오페라 하우스에 가득 몰려들었고, 카라얀은 이들과 함께‘루치아’(도니제티작)를 공연했다.
그런데 2막의 유명한 중창장면이 나오자 노래가 얼마나 좋았는지 감동한 관객들이‘앵콜’을 그치지 않았다. 카랴얀은 결국 공연 도중에 이 장면을 다시 앵콜 연주하는 공연사고(?)를 낼 수 밖에 없었는데, 정말 잊을 수 없는 베를린 오페라의 기념비적인 밤이었다.
이날의 입장료가 얼마였는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이날의 공연에 참석한 관객 중 입장료가 아깝다고 생각했던 사람은 한 명도 없었을 것이다. 왜냐면 위대한 예술이란 결코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페라 하우스의 값어치… 과연 소유일까, 존재일까? 그 멀기만 한… 그렇다고 경원만 할 수 없는, 오페라만의 딜레마를 노들섬 오페라 하우스가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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