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제의 신간
▶ 임무성 자전소설 ‘사랑과 부활’
장편소설‘사랑과 부활(왼쪽). 임무성씨.(오른쪽)
철인은 병과의 싸움에서도 철인인가?
마라톤을 100번 이상 완주했고 철인 3종경기도 수차례 좋은 성적으로 입상했던 임무성(63)씨가 5년 전 백혈병으로 쓰러져 죽음과의 사투에서 승리한 이야기를 한 권의 장편소설에 담아 책으로 냈다.‘사랑과 부활’이란 제목의 이 자전소설은 43일간 코마에 빠졌다가 기적적으로 회생한 후 불굴의 의지와 정신력, 초인적인 노력으로 다시 마라톤 트랙에 올라선 인간 드라마를 생생하게 그려낸 책이다.
병원·가족도 포기했는데 기적적 소생
퇴원 27일만에 마라톤 완주 불굴의 의지
“힘들고 고통받는 사람들에 희망줬으면”
“제 이야기를 듣고 눈물 흘렸던 수많은 사람들이 글로 써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라고 격려하더군요. 글을 쓸 줄 모르는 사람이 2년8개월 동안 집필한 끝에 나온 책입니다. 대단한 지식이나 멋진 문장은 없는 글이지만 진심을 담아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썼어요. 힘들고 고통 중에 있는 사람, 생명을 소중히 여기지 않고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 삶에 허덕이는 사람, 누구 한 명이라도 나로 인해 일어설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2007년 3월이었다. LA 마라톤에서 2만5,000명 가운데 76등으로 들어온 다음날 몸을 풀려고 달리는데 처음으로 숨이 차는 증상을 느꼈다. 평생 한 번도 병원에 가본 적이 없을 정도로 건강했던 임씨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으나 계속 소화가 안 되고 몸이 이상해 의사를 찾아갔다. 처음엔 헬리코박터 균이 있다고 해서 약을 먹었으나 두 번째 병원 방문에서 응급실로 직행하게 됐고, 검사결과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6월 말 UCLA 병원에서 키모를 시작했는데 체내 작은 상처에서 나오는 피가 지혈되지 않아 허파를 채우면서 코마상태에 빠졌다. 그렇게 43일간 의식불명 상태로 누워 있었고 나중에는 심장도 안 뛰고 숨도 못 쉬고 간 기능까지 멈추면서 병원도 가족도 모두 포기했다. 신부의 종부성사를 두 번이나 받았고, 한국의 형제들은 조위금을 걷어왔으며, 가족들이 장례를 준비하던 어느 날 그가 아내가 부르는 소리에 움직임을 보였다. 기적이었다. 산소호흡기를 떼라고 압력을 주던 간호사, 의사들이 너무 놀라 뛰어왔고, 그렇게 다시 치료가 시작됐다.
눈을 뜬 것은 2개월 만이었다. 그때 임씨는 기억력을 비롯한 신체의 기능이 완전히 상실된 상태였고, 155파운드였던 체중은 90파운드 이하로 떨어져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살려는 의지와 본능적이고 초인적인 운동감각이 그를 빠르게 회복시켰다.
그는 UCLA 병원에서 유명한 환자였다. 기적적으로 깨어난 것도 놀라운데 의식도 거의 없는 환자가 침대에서 운동을 하더란다. 피골이 상접한 그가 발을 들었다 놓았다 구부렸다 폈다 하는 모습에 간호사들과 의사들이 몰려와 구경을 하고 박수를 치고 갔다는 것이다.
또 다른 기록은 ‘병원복도 걷기 마라톤’이다. 욕창이 너무 심해 앉지도 서지도, 걷지도 못하던 그가 남들은 한 번도 다 걷기 힘들어하는 긴 병원복도를 워커를 끌고 50번이나 왕복해 병원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고 한다. 놀라기보다는 질렸다는 표현이 맞지 않을까? 그가 걸을 때면 한 사람은 산소호흡기 통을, 또 한 사람은 링거 병을 들고 따라 걸어야 했는데 그렇게 50번을 왔다 갔다 했다니, 철인이라 함은 육체의 힘보다 정신의 힘에서 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는 9월 중순 퇴원했다가 다음해 2월 다시 입원해 ‘죽음보다 힘든’ 키모테라피를 4차례 받은 후 백혈병 완치판정을 받았다. 그때부터 자신이 운영하는 운동기구 전문점에서 걷고 아령 들고 운동한 임씨는 퇴원 27일 만에 LA 마라톤을 완주했다. 그해 마운트 볼디를 12차례 올랐고 위트니 산에도 올랐으며, 그랜드캐년을 노스림에서 사우스림까지 3회나 횡단했다. 2010년에는 고수들만 초청되는 보스턴 마라톤에도 나갔다니, 가히 철인이요 초인이며 인간승리의 종결자라 해야겠다.
“죽음의 문턱을 넘었던 경험을 하고 나니 이제는 편안합니다. 나를 살려준 아내에게 생명의 빚을 갚겠다는 생각뿐입니다. 모두 다 포기한 나를 살린 사람이에요. 7개월 동안 병원 의자에서 새우잠을 자며 병수발했던 그녀를 위해 살겠습니다”
임무성씨는 1980년 미국으로 와 87년 처음 마라톤에 출전한 이래 지금까지 풀마라톤을 107회 완주했다. 94년 컬버시티 마라톤에서 2시간43분으로 3등 입상했고, 97년 샌디에고 국제 하프 철인 3종경기에서 1등을 했던 그는 현재도 동부지역과 어바인의 마라톤 동호모임 ‘동달모’ 코치로 뛰고 있다.
임씨는 ‘사랑과 부활’ 출판기념회를 8월4일 오후 6시 자신의 운동기구 상점인 ‘넬리스 엑서사이즈’(Nellie’s Excersice Equipment)에서 갖는다.
주소 21210 Golden Springs Dr. Diamond Bar, CA 91789, (909)468-4840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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