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에서는 ‘하우스 푸어’(house poor)란 신조어가 생겨나면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하우스 푸어란 무리한 대출로 집을 구입한 뒤 모기지 상환에 허덕이면서 빈곤하게 생활하는 계층을 지칭한다. 전문가들은 하우스 푸어 발 소비 위축이 금융위기 및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가뜩이나 성장 동력이 떨어지고 있는 한국 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최근 한국서 실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집을 가진 직장인 절반(49.1%)은 자신을 하우스 푸어라고 진단한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또 정부 통계 등에 따르면 이 같은 집값 하락으로 곤경에 빠진 한국 중산층이 100만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적으로 목돈을 모아 집을 사왔던 한국이 미국을 본 따 지난 2004년부터 ‘장기 주택담보대출’이라는 이름으로 10년~30년짜리 모기지 대출을 시작한 이후 지난해부터 주택가격이 처음으로 하락하는 사이클에 접어들면서 하우스 푸어 현상이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에서 이 같은 하우스 푸어 현상은 주택가격이 하락 사이클에 접어들 때마다 주기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경기침체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진 지난 2007년부터 미국 내 하우스 푸어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경기침체로 인해 미국과 한국에서는 하우스 푸어와 유사한 ‘푸어’ 용어가 계속 확산되고 있다. 이중에는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지만 심각한 매출 부진으로 자신이 채용하는 직원보다 더 빈곤하다는 ‘컴퍼니 푸어’, 고급 자동차를 구입한 후 높은 월 페이먼트와 보험료로 인해 생활에 허덕이는 ‘자동차 푸어’, 매입했던 가격보다 주가가 하락하면서 애물단지가 돼버린 주식만 쳐다보고 있는 ‘주식 푸어’ 등이 대표적이다.
미국 경제학자들은 미 경제가 본격적으로 회복되려면 이 같은 ‘푸어’ 계층의 감소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절대 다수의 미국인들에게 주택은 재산 목록 1호이고 미국에서는 소비가 전체 경제의 거의 70%를 점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택시장의 침체와 소비 감소는 미국 경제를 그로기 상태에 빠트린 원투 펀치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실 현재 모기지 금리가 3.5% 대의 사상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주택 가격도 거품이 빠진 상황이어서 주택을 구입하기에 좋은 기회이지만 한인을 포함한 대다수의 미국인들은 모기지를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이 같은 좋은 기회를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서도 최근 남가주 주택시장이 매월 전년 대비 판매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배경에는 현금이 풍부한 미국인과 이민자 투자자, 또 해외 부유층이 시세차익을 노리면서 매물로 나와 있는 주택과 상업용 매물을 대거 매입하고 있는 현실이 반영되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특히 경제학자와 부동산 업계 전문가들은 주택시장의 진정한 회복이 이뤄지려면 모기지 대출의 활성화가 가장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모기지 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은행 등 모기지 렌더들이 수입과 재산 등 모든 자료를 세금보고 등 서류로 증명해야하는 소위 ‘풀 다큐멘테이션 심사규정’을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예전같이 자격을 갖춘 중산층이 주택을 구입할 수 있고 기존 주택소유주들도 재융자를 통해 쌓인 에퀴티를 담보로 현금을 뽑는 ‘캐시아웃’을 할 수 있어야 소비자가 지갑을 다시 열고 미국 경제 회복에 필요한 돈이 돌 수 있는 것이다.
경제는 심리라고 했다. 기자 주위만 살펴봐도 지난 3~4년간 주택가격 폭락에 따른 ‘심리적 빈곤감’으로 허리띠를 졸라매는 등 소비를 대폭 줄인 경우를 많이 보았다. 예전 같으면 하와이나 멕시코로 갔었던 휴가여행 대신 가까운 자동차 여행을 가거나 외식비나 취미활동 경비를 대폭 줄이고 있다. 한 지인은 라크라센터 소재 콘도의 모기지가 15만달러에 불과하다. 현 시가는 55만달러로 에퀴티가 무려 40만달러에 달하는 데도 번번이 재융자 신청을 거부당했다. 그는 “재융자를 통해 10만달러 정도 캐시아웃을 할 수 있다면 주택 리모델링도 하고 비싼 크레딧카드 빚도 갚는 등 쓰고 싶은 데가 많다”며 “무리하게 주택을 구입해 모기지가 주택가격보다 높은 ‘깡통 주택’을 갖고 있지도 않은데 재융자를 받지 못하는 것은 개인은 물론 국가 경제에도 손해”라고 지적했다. 소비를 하고 싶어도 비현실적인 대출 규정 등에 묶여 있는 전국 수천만 명의 하우스 푸어들이 다시 돈을 쓸 수 있어야 경제회복도 그만큼 빨라질 것이다.
<조환동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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