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목요일 저녁에 있었던 버지니아주 훼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회 회의에서 내가 의장으로 선출되었다. 2006년에 의장으로 처음 선출된 적이 있으니 이번이 두번째인 셈이다. 임기는 1년인데 내년 7월에 차기 의장을 선출하기 바로 직전까지이다.
훼어팩스카운티의 교육위원회는 9명의 지역구 교육위원과 3명의 광역 교육위원을 합쳐 총 12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지역구를 대표하는 지역구 교육위원과 카운티 전체를 대표하는 광역 교육위원 모두 같은 한 표의 의결권을 행사한다. 그리고 훼어팩스 카운티 전체 행정을 관할하고 감독하는 수퍼바이저 위원회가 의장을 주민 직선으로 선출하는 것과 달리 카운티 전체 교육행정을 관할하여 감독하는 교육위원회의 의장은 교육위원들이 선출한다. 임기는 1년이지만 연임 제한은 없다. 교육위원회 의장으로 선출되면 일년에 이만불을 봉급으로 받는 교육위원들보다 이천불을 추가로 받는다. 그러나 이러한 봉급 액수란 교육위원들이 교육위원회 일로 밤낮 구분없이 쏟는 실제 시간들을 모두 따져 본다면 아마도 시간당 최저 임금에도 못미칠 수준이라 봉사와 희생정신이 바탕에 있지 않으면 감당키 어려운 일이라는데 모든 교육위원들이 공감할 것이다.
2006년의 경우와 달리 사실 이번에는 의장 직에 출마할 생각이 없었다. 몇 달 전부터 의장 출마 권유를 받았지만 이미 한 번 해 보았을 뿐더러 의장직을 맡는다는 것이 얼마나 개인적인 희생이 따르는 일인지 잘 알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나처럼 풀타임 직장일이 따로 있는 교육위원보다는 상대적으로 시간적 여유가 많고 또한 경험도 풍부한 현 의장이 연임하는 것이 훨씬 낫겠다는 생각에 대신 그의 연임을 적극 권했다. 대신 나는 누가 의장이 되든지 계속 부의장 직을 맡아 하는 것이 부담이 덜 되면서도 중요한 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되기에 여러모로 적절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의장 직에 두 명의 위원이 도전하게 되었고 두 후보 모두 제법 오랜 기간동안 득표 활동을 벌였으나 선출에 필요한 과반수인 7표를 못 얻는 것이 확실해졌다. 의장을 선출하는 날이 코 앞에 다가와도 양 후보의 득표 상황에는 전혀 변화가 없었다. 내가 출마해 팽팽한 대립을 보이던 경합 구도에 변화를 줄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지난 목요일 회의의 1차 투표에서는 그동안 출마해 득표 활동을 벌이던 두 후보 모두 각각 6표를 얻는데 그쳐 의장 선출에 실패하고, 그 후 내가 추가 후보로 지명을 받으면 기존 후보 중에서 내가 지지하던 후보가 사퇴하면서 내가 과반수인 7표를 얻을 것이라는 것을 교육위원들 대부분이 확신한 상태에서 회의에 임하게 되었다. 다만 유감스러운 일은 결과적으로 나에게 2차 투표에서 패하게된 후보도 이러한 결과를 뻔히 다 알고 있면서도 끝까지 후보 사퇴 없이 경선에 남아 있었다는 것이다.
교육위원으로 일하면서 가장 힘든 것 중의 하나가 복수 후보가 출마하는 의장 선출 때 지지 후보를 정하는 것이다. 그 후보들 가운데에서 단 한 명을 정해 지지를 해야하는데 비밀투표가 아니기에 누가 누구를 지지하는지가 만천하에 공표되고 잘못하면 편 가르기로 보여질 수 있는 일이기에 교육위원들 모두가 힘들어 한다. 특히 후보들 가운데 평소에 가깝게 지낸다고 생각하는 후보가 한 명을 초과하는 경우 한 후보밖에 지지할 수 없는 상황이 교육위원들을 난처하게 만든다. 나는 이번 의장 선출 과정 중에서도 이런 아프고 힘든 과정을 예측했고 동료이자 친구이지만 서로 반대편에 서서 다른 후보를 지지하며 출마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 연출되는 것을 피하고 싶었기에 더욱 출마를 원치 않았다. 그러나 1차 투표의 결과가 내가 나서지 않는 한 바뀌지 않을 상황에 이르러 결국 마지막에 동료위원들의 출마권유에 응할 수 밖에 없었다. 앞으로 의장 직을 수행해 나가면서 일차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 의장선출 과정에서 갈라졌던 교육위원들 모두를 다독거리는 일일 것이다. 그런데 모두 나름대로 자존심도 세고 주장도 강한 교육위원들에게 섣불리 접근하다 역효과를 볼 수도 있기에 조심스럽다. 물론 시간이 조금 지나면서 감정의 앙금도 가라 앉게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그리고 교육위원들 모두 개인적인 감정보다는 우리에게 맡겨진 많은 학생들의 교육에 먼저 초점을 마추고 전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의장선출 과정에서 있었던 서로의 견해차를 극복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앞으로 의장 직을 맡아 일하는 동안 동포여러분들의 많은 지도 편달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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