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오바마 행정부의 ‘30세 이하 체류신분 미비 청소년 추방 유예 행정 조치’ 시행 계획이 발표된 후 주류 매체 등에서 ‘드리머’(DREAMer)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영어 말뜻 그대로 하자면 ‘꿈꾸는 사람’이지만, 대문자로 돼 있는 DREAM은 여기서 ‘드림법안’을 말하는 것이어서 ‘드림법안에 해당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소위 ‘불체’ 신분을 과감히 드러내면서 드림법안 실현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젊은이들이 자신들을 당당히 ‘드리머’라고 부르면서 회자된 말인데, 광범위하게는 부모의 손에 이끌려 어린 나이에 미국에 와 합법적인 체류 신분 없이 살고 있는 청소년과 대학생 등 젊은 이민자들 모두를 지칭한다.
체류신분 미비 청소년 구제 내용을 담고 있어 이들의 ‘꿈’을 상징하는 드림법안은 현재 연방의회에서 몇 년째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수만명의 한인 젊은이들을 포함해 수백만으로 추산되고 있는 ‘드리머’들의 꿈은 이민자 정책을 둘러싼 공화ㆍ민주 양당의 정치 게임 속에 발목이 잡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연방 정부의 체류신분 미비 청소년 추방 유예 조치는 오바마 대통령의 고도의 대선 전략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이민자 커뮤니티에는 분명 획기적인 뉴스였다.
연방 이민 당국이 두 달 간의 준비 작업을 거쳐 구체적 계획을 밝힐 예정인 이 행정조치의 시행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에 대해서는 그러나 확실한 것 보다는 아직 불확실성의 영역이 훨씬 더 넓다. 드림법안에 버금가는 구제 조치라며 마냥 들떠 있기에는 차근차근 짚어봐야 할 부분이 많다는 것이 이민법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미 상세한 보도가 이뤄졌지만 지금까지 공개된 이번 조치의 핵심은 16세 이전에 미국에 온 30세 이하 체류 신분 미비 해당자 가운데 일정 자격을 갖춘 경우에 한해 추방 조치를 2년간 유예해줘 사실상 합법적으로 미국 내에 머무를 수 있도록 하고 일도 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것이다.
그 조건으로 5년 이상 연속적으로 미국에 거주한 고교 재학 또는 졸업자(검정고시 포함)로 중범죄 또는 주요 경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기록이 없어야 한다고 못 박고 있다.
그런데 이 조치의 실제 시행 과정에서 ‘드리머’들이 맞닥뜨릴 수 있는 테크니컬한 함정은 많다. 가장 먼저 지적되는 부분이 5년 이상 연속적으로 미국에 거주한 것을 증명하는 게 쉽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자신의 이름으로 된 고지서나 은행 거래 명세서 등 증명할 기록이 없는 미성년자 청소년들의 경우가 특히 그렇다.
또 이번 조치의 잠재적 수혜자가 140만여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는데 이렇게 많은 신청자들이 한꺼번에 몰리면 심사 적체와 함께 이에 따른 혼란도 우려되고 있다. 특히 이민 심사관들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될 지도 관건이다. 같은 상황을 놓고 어떤 심사관은 추방 유예를 승인하고 다른 심사관은 이를 거부할 개연성도 있다.
특히 이미 추방재판 등에 회부된 경우가 아닌 청소년들은 구제 신청 자체가 불체 신분임을 ‘자진신고’하는 것이어서 만약 구제 승인이 나오지 않을 경우 추방 대상이 될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것도 문제다.
무엇보다도 이번 조치가 연방의회에서 법제화되는 법률이 아니라 이민 검사의 ‘자율권’을 빌어 시행하는 행정명령 형식의 임시 조치이기 때문에 역시 행정명령 하나로 언제든지 중단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위태로운 측면이다. 미트 롬니 공화당 대선주자가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가장 먼저 이를 폐지하겠다고 천명한 것도 이 때문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이번 조치가 그동안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불체’ 신분 때문에 희망을 잃고 창살 없는 감옥 속에서 살아온 많은 이민자 젊은이들에게 다시 꿈을 꾸게 만들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 꿈이 다시 헛되지 않고 무참히 깨어지지 않도록 하려면 이번 조치에 내재된 한계를 넘어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번 조치는 역설적으로 드림법안의 필요성을, 나아가 포괄적인 이민 개혁의 필요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아직까지는 미지의 영역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드리머’들의 꿈이 신분의 굴레를 벗고 현실 속에서 구체화되는 진정한 꿈이 될 수 있도록 말이다.
<김종하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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