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선거를 앞두고 미국에서 전개되는 일들을 살피면 정당정치의 모습을 어느 정도 가늠하게 된다. 어떤 문제가 생기면 민주당과 공화당은 각기 자기 당의 이념을 내세우고 정략상(政略上)의 선수(先手)를 잡으려고 줄다리기를 버린다. 그러는 동안에 문제에 대한 국민의 정서가 한쪽으로 기울어지고 해결을 요구하는 압력이 강해지면 두 당에서 온건파가 나타나서 타협안을 제기한다. 온건파가 국회에서 강경파를 물리치고 다수를 얻으면 마침내 양당의 합의 아래 타협안이 채택되어 해결의 길이 열린다. 이런 식으로 미국은 의회 안 양당(兩黨)의 권력분배에 따라서 진보와 후퇴 혹은 좌향(左向)과 우향(右向)을 거듭한다.
현재 연방정부는 행정부에 민주당 대통령과 입법부에 공화당 다수의 하원(공화당 242명, 민주당 193명)과 민주당 다수의 상원(민주당 51명, 공화당 47명, 기타 2명)이 사법부의 공화당 다수 대법원(공화당 대통령이 임명한 5명과 민주당 대통령이 임명한 4명)과 더불어 국정을 담당하고 있다. 근래에 정부는 양당의 격화된 충돌 속에 타협이 이루어지지 않아 국정운영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금년 11월 6일에 대통령과 3분의1 상원의원과 하원의원 전원, 주지사 11명, 기타 지방관원들을 새로 선거하게 되어 있다. 결과에 따라 미국의 앞날에 큰 변화가 있으리라는 전망 속에 양당은 힘을 다하여 국민의 지지와 찬동을 구하고 나섰다.
공화당은 보수주의의 깃발을 들고 국민 각자의 노력과 성취를 최고의 가치로 삼는다. 각 사람이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를 누리며 힘써 재산을 모으고 행복을 찾으면 나라가 강해질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하여 정부는 국민의 기본 권리를 보장하는데 그 중의 하나는 무기를 소유하는 권리이다. 국가는 범죄자를 엄벌하고 극악 자를 사형에 처한다. 국민의 사업을 번거롭게 하는 법률을 삭감하고 세금을 줄이고 정부를 축소한다. 노동조합 같은 시민단체의 권익주장을 억제하고 빈곤자 소수민족 이민자 등에 베푸는 복지후생사업을 삭감한다. 그러나 군사력을 강화하여 미국을 세계에 으뜸가는 강국으로 만들 것이다.
민주당은 진보주의의 깃발을 들고 국민 모두가 협조공생하며 행복을 누리도록 인도하는 것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다. 정부는 국민 각자의 성공을 격려하되 사회에서 소외되는 사람들의 인권을 보장하고 그들의 복지와 후생을 잊지 않는다. 노동자의 최저인금을 확보하고 평민 소비자들의 권익수호를 위하여 사업 경영자에게 적절한 법적규제를 과한다. 자유경쟁 속에 낙후되는 빈민, 소수민족, 노약자, 이민자 등을 원호하며 국민전체의 후생을 기한다. 그러기 위하여 국민소득에 응당한 세금을 징수하고 전체 국민의료보험과 은퇴자 사회보험을 확고히 한다. 국제적으로 미국은 세계 모든 나라와 친선을 도모하며 전쟁을 피하고 평화의 길을 추구한다.
오늘의 미국은 2001년 9.11 테러참변 이후 8년 8개월 동안 치른 이라크 전쟁과 계속되는 아프가니스탄 전쟁, 그리고 세계 각처에서 벌어지는 테러와의 전쟁 속에 적자재정(赤子財政)을 거듭하며 13조 달러에 달하는 큰 부채를 안고 있다. 게다가 2007~8년에 시작된 경제 불황으로 국민의 생활이 대단히 피폐해졌다. 결과로 사설 회사들과 지방정부들이 은퇴자에게 약정한 연금을 지불하기 곤란하게 되었고, 연방정부도 수천만 은퇴자에게 약속한 사회보장금 지불의 차질을 염려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공화당은 국방예산 외의 정부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일부 시민에게 베풀던 후생사업을 줄이자고 주장한다. 민주당은 국가의 예산을 삭감하되 시민에게 베푸는 후생사업은 계속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또한 지금까지 감세 혜택을 받아온 큰 부자들로부터 적절한 세금을 받아 빈부 모두가 고통을 분담하며 경제회복을 이루어 나가자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양당은 소수민족의 한 세력으로 등장한 백 칠십 만 교포시민들을 향하여 동조와 지지를 호소하고 나섰다. 이때에 미국 각처에 흩어져 살아가는 교포시민들은 이번 국민선거에 적극 참가하여 우리가 선택한 나라의 앞날의 건전한 발전에 한 몫을 담당하고 아울러 이민 동포의 권익증진에 이바지하기를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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