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방학 부모-자녀 충돌 대처
▶ 무조건 강요·불허 반감 유발… 적절한 룰·가족미팅 바람직
긴 여름방학을 부모들이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는 자녀와 부딪혀야 하는 시간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여름방학 자녀와의 마찰을 어떻게 슬기롭게 극복할 것인지에 대해 리처드 손 임상심리학 박사(하버드 카운슬링센터 소장)를 통해 알아봤다.
■ 방학 중 자녀관리 왜 힘들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학년을 떠나 일반적인 이유는 역시 ‘틀’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여기서 얘기하는 틀이란 다름 아닌 학교생활이다. 학교는 정시에 등교해야 하고, 학교에서 정해 놓은 수업일정과 학칙에 따라 학생들이 움직이게 된다. 이는 단순히 공부를 지도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녀의 안전과 시간관리, 적절한 규제 등이 동시에 이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방학이 되면서 아이들은 이 틀에서 벗어나게 되고,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게 됐다는 해방감에 빠지게 된다.
문제는 이 해방감이 정도를 넘어설 때이다. 방학이니까 아침 기상이 다소 늦는 정도는 이해할 수 있지만, 엉뚱한 방향으로 발전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부모와 잦은 마찰이 발생하게 된다.
또 다른 이유는 자녀들은 학교생활 중 내재돼 있던 하고 싶었던 것, 가지고 싶었던 것, 가고 싶었던 곳 등의 욕구와 욕망 등을 방학을 통해 쏟아내려고 한다. 그리고 그런 것들을 꼭 이루고 싶어 한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 부모에 의해 차단되기 시작하면 불만이 증가하고, 심한 경우 행동으로 나타나게 된다. 물론 부모의 입장에서 경제적인 여건 등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자녀가 원하고, 바라는 것을 해줄 수 없는 경우들이 많기 때문인데, 아직 생각이 짧은 자녀들에게는 반감으로 이어지게 된다.
■ 마찰 때 부모의 대처 요령
여러 상황이 가정마다 다를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마찰은 자녀가 원하는 것을 부모가 들어주지 못할 때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이때 부모의 지혜와 인내가 필요하다.
자녀의 요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무조건 부모의 말을 따를 것을 강요하거나, 윽박지르는 것은 피해야 한다. 특히 한인 가정에서는 일방적인 순종을 자녀에게 요구하며, 심지어 협박성 발언(자녀의 입장에서 볼 때)도 서슴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 역시 올바른 자녀관리 요령은 아니다.
1. 이유를 설명하라
자녀가 무엇을 요구했는데, 무조건 “안 돼” “네가 왜 필요해?” “다른 아이들이 한다고 너도 하느냐?”는 식의 대화는 자녀에게 오히려 불만과 실망, 원망, 분노를 가져다준다.
이 보다는 부모도 솔직하게 아이의 요구를 받아줄 수 없는 이유를 분명하게 설명해 주는 노력이 중요하다.
이런 과정은 자녀가 가진 감정을 여과 또는 순화시키는 효과를 얻게 되며, 나중에는 위로가 될 수 있다. 진솔한 대화는 자녀에게 부모의 입장을 공감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2. 함께 계획하고 연구하라
지금 당장 해줄 수 없는 것이라면 앞으로 이를 어떤 식으로 진행해 성사시킬 것인가를 자녀와 얘기하고 플랜을 세워보는 노력을 보여주는 것은 자녀에게 새로운 생각과 자세를 가지게 할 수 있다. 또 이를 통해 자녀는 그동안 자신이 미처 깨우치지 못했던 삶의 지혜 한 부분을 배우는 기회도 된다.
3. 이런 것들도 병행하자
- 룰(rule) 세우기
방학기간 자녀가 해야 할 것들에 대한 룰을 세우고 자녀에게 이를 이행할 것임을 약속 받아야 한다. 이것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사전에 자녀와 충분한 대화와 이해를 나눠야 한다. 그리고 이 룰의 바탕은 결국 학교생활의 틀을 다른 형태로 구체화시키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생활의 리듬이다. 기상과 잠자리에 드는 시간을 정확히 하는 것이다. 늦은 시간까지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것을 피하도록 하고, 식사시간을 준수하는 것 등도 포함된다. 또 하루에 할 것들을 분명히 정해 놓고 매일 실행여부를 점검해야 한다.
- 부모와의 시간 늘리기
직장 또는 사업체를 가진 부모들에게는 사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최대한 노력해 자녀와 함께 있는 시간을 많이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
저녁식사는 꼭 함께 하거나, 주말에는 자녀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일정을 세워두는 것 등도 좋은 아이디어다.
- 가족미팅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여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져보자.
가족인데 왜 이런 게 필요하느냐는 생각을 하는 부모들도 있을 것이다. 또 어떤 부모는 자녀에 대해 훤히 알고 있다고 자신 있게 답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리처드 손 임상심리학 박사는 “이 모임을 가지는 가장 큰 이유를 알아야 한다”면서 “자녀에게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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