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로 올해의 버지니아주 훼어팩스 카운티 공립고등학교 졸업식이 모두 끝났다. 교육위원들은 매년 각 학교의 졸업식에 초청을 받는데, 올해는 예년보다는 적었지만 그래도 사정이 허락하는 한 여러 학교의 졸업식에 참석했다. 졸업식에 참석하면서 관심을 갖게 되는 것 중 하나가 졸업연설이다. 졸업연설을 졸업생들만으로 하기도 하고 선생님들 가운데 선정해 부탁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학교는 외부 인사를 초청해 연설을 듣는다.
외부초청 연설자는 다양한데 어느 학교에 누가 초청되어 어떤 내용의 연설을 하였는지가 매년 관심거리가 된다. 올해의 외부초청 연설자들 중에는 버지니아주의 연방 상원 의원인 제임스 웹씨가 포함되어 있었다. 웹 의원은 손녀가 이번에 레이크브래덕 고등학교를 졸업하며 그 학교의 졸업연설자로 초청되었다. 웹 의원의 연설은 이전에 가끔 정치 행사장에서 들어 본 적이 있었지만 그 때마다 나는 그다지 큰 감흥을 받질 못했다. 그런데 이번 졸업식에서의 연설은 달랐다. 처음부터 끝까지 나의 정신을 집중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대부분의 연방 상원 의원들이 다른 선출직을 거쳐 연방 상원에 진출하는 반면 웹 의원은 6년 전에 처음으로 선출직 공직에 도전해 단번에 연방 상원 의원이 된 입지적인 인물이다. 그리고 더 놀라운 것은 6년의 단임만 마치고 은퇴한다는 점이다. 웹 의원은 6년 전 선거에서 당시 현역 의원이었던 조지 알렌 의원을 끌어내리고 승리했다. 사실 그때 알렌 의원은 차기 대통령 후보로 거론 될 정도로 공화당 내의 거물 정치인이었다. 그는 워싱턴 레드스킨스 풋볼팀의 전설적인 코치를 아버지로 두었고, 상원 의원이 되기 전인 버지니아 주지사 시절에도 인기가 높았다. 그런데 선거 막바지에 이르러 인종 차별적인 언사를 사용하는 실수를 저지르며 낙마했다.
웹 의원의 아버지는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공군 폭격기 조종사였다고 한다. 그런데 아버지가 군인인 관계로 이사를 자주 해야 했고 덕분에 9개의 고등학교를 다녔다고 한다. 그러니 제대로 공부를 할 수 없었고 친구들도 깊이 사귈 기회가 없었다. 사실 공부 자체에도 별로 관심을 갖질 못해 학교에서 두각을 나타내질 못했다. 영어 과목도 우수한 그룹에 속하지 못했고 수학은 재수강을 해야 할 정도였다고 한다. 웹 의원이 훗날 6권의 베스트셀러를 포함해 9권의 책을 썼다는 점을 생각해 볼 때 고등학교 시절 영어 성적이 신통치 못했다는 것은 쉽게 믿어지지 않는다.
그런데 웹 의원이 공부를 포기하지 않으며 자기가 처해 있는 상황에서 좌절하지 않고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아버지의 덕이었다고 했다. 그의 아버지는 가족 중에서 처음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그리고 고교 졸업 후 26년이 지난 어느 날 웹 의원 가족들은 네브라스카주의 오마하시에서 열린 또 다른 졸업식에 참석하게 되었는데 그 것은 바로 웹 의원 아버지의 대학 졸업식이었다. 자식들에게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웹 의원 아버지는 만학의 길을 택하셨다. 그 날 졸업식장에서 웹 의원 아버지는 졸업장을 손에 받아 쥐고 단에서 내려오자마자 모든 사람들이 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식장을 가로질러 아들인 웹 의원에게 달려왔다. 그리고 방금 받은 졸업장을 웹 의원 얼굴에 들이밀고 나도 이렇게 하는데 네가 무얼 못하느냐 했다고 한다.
웹 의원은 그 후 남가주대학교(USC)에 진학해서 ROTC 장학금을 받고 공부하다가 해군사관학교로 전학해 해사를 졸업한다. 그리고 해병대에 입대했고 전역한 1972년에는 조지타운대학교 법과대학원에 진학했다. 그 후 국회에서 법률자문을 하다가 1987년 해사 출신으론 최초로 군복무 후 해군장관의 자리까지 오른 사람이 되었다.
웹 의원의 졸업연설 메시지는 아버지가 자신에게 전해주었던 가르침 바로 그것이었다. 즉, 졸업생들이 지금까지 성취한 업적이나 겪었던 실패로 자신의 장래를 속단하지 말라고 했다. 과거란 좀 더 발전된 새로운 미래를 위해 거쳐 가는 경험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웹 의원은 만약에 자신이 우수하지 못했던 고등학교 때의 수준에서 자족하거나 포기하였다면 해사나 법대 진학, 훗날의 집필 활동, 그리고 해군장관 또는 지금처럼 연방 상원 의원의 자리까지 오를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는 새로운 도전에 주저하지 않았기에 가능했던 결과라고 한다.
이번에 각급 학교를 졸업한 모든 졸업생 여러분들에게 다시 한 번 축하의 말씀을 드리고 앞 날에 무한한 발전을 기원하며 모두 웹 상원 의원의 메시지를 기억하기를 바란다. 여러분들의 도전은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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