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언니 한 사람이 최근에 뜻하지 않은 연금을 받게 됐다. 이제 곧 65세가 되는 언니가 메디케어 신청을 하러 소셜시큐리티 오피스에 갔는데 사회복지사가 서류를 들여다보더니 “당신은 60세부터 ‘과부수당’을 받을 수 있었다”고 하더라는 것이다.
이유를 물었더니 1984년 세상 떠난 남편이 세금으로 낸 소셜시큐리티 연금을 아내가 60세부터 수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른여섯에 혼자가 되어 30년 동안 두 딸을 키우며 열심히 살아온 언니, 그 오랜 세월 누구한테 손 한번 벌리지 않았고, 또한 누구한테서도 도움이나 공돈을 받아본 적이 없는 언니가 너무나 놀란 것은 당연하다.
얼마를 받을 수 있는지 계산해보니 매달 1,350달러, 남편이 10년 이상 적지 않은 액수의 세금을 냈기 때문에 수령액도 적지 않다는 설명이었다. 지난 5년간 못 받은건 소급되지 않지만 그래도 이게 웬 떡인가.
‘과부수당’(widow benefit)이란건 언니도 나도 조카들도 전혀 몰랐던 혜택이었다. 그러고 보니 형부 돌아가신 직후부터 두 딸이 16세가 될 때까지 연방정부에서 양육비가 나왔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감지덕지했지, 은퇴 후 남편의 연금까지 챙겨주리라곤 상상조차 못했기 때문에 우리 가족은 요즘 미국정부가 고마워서 절이라도 하고픈 심정이다.
고아와 과부를 돌보는 일, 그것은 구약시대 유대인들이 성전에 바치는 십일조로 했던 일이다. 성경에 따르면 성전의 레위인들은 십일조를 받아서 제사와 제물에 사용하고 자신들의 생계도 해결하며 가난한 자, 과부, 나그네들을 도와주어야 했다.
그런데 구약시대는 종교와 정치가 분리되지 않은 신정체제 시대여서 성전이 곧 정부나 다름없었다. 말하자면 레위인들은 사역자 겸 공무원이고, 성전의 돈궤는 오늘날의 재무부나 국세청과 같은 역할도 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니까 유대인들이 의무적으로 냈던 십일조는 오늘날의 세금과 같은 것으로서, 지금 우리가 내는 정부에 내는 세금이 바로 십일조 정신을 포함하고 있다고 봐도 틀린 말은 아니다. 특히나 지폐에 ‘우리는 하나님을 믿는다’(In God We Trust)고 명시하고 있는 미국에서는 정부가 세금을 걷어 사회복지란 이름으로 가난한 자나 과부와 고아 돕는 일을 대신하는 것이다.
나는 월급의 20% 정도를 세금으로 매달 원천징수 당한다. 나뿐 아니라 직장생활을 하는 모든 사람이 세율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긴 해도 평균 20% 정도의 세금을 내고 있다. 그것만 해도 십일조의 두배가 되는 십이조다. 그런데 기독교인들은 교회에 가면 또 십일조를 바치라고 한다. 아무리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 내라고 하지만 그 합계가 거의 30%나 되는건 좀 심하지 않은가?
현대의 목회자들이 그 사실을 모를 리는 없다. 모르는 체 하는 것이다. 십일조가 교회 수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데 그걸 안 내도 된다고 할 만큼 돈에서 자유로운 목사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리고 교회에서 돈이 그렇게 중요한 이유는 모두 알다시피 ‘건축’ 때문이다. 오늘날 한국 개신교회들은 소위 ‘성전건축’이라고 하는 교회건물 짓기에 헌금을 가장 많이 쓰고 있다. 어느 교회나 가장 중요하고 돈이 많이 드는 것이 건축문제로서 이것만 없어도 재정이 훨씬 가벼워질 것이다.
교회들이 건축에 대한 집단강박증에서 벗어나 초대교회 본연의 존재이유-기도하고 떡을 떼며 영혼을 구제하고 가난한 이들을 구제하는 일에만 신경 쓴다면 신약시대에 사라진 성전과 십일조를 억지로 부활시켜 돈을 긁어모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요즘 인터넷 사용자들이 가장 많이 참고하는 위키피디아 백과사전은 십일조에 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구약성서에는 십일조가 관행이었지만, 1세기 초대교회에서는 십일조를 가르친 적도 없고 실행된 일도 전혀 없었다. 그 대신에 신약성서에서는 교회를 지원하기 위해서 자유의지로 헌금을 하라고 가르쳤다”
내 생각엔 교회들이 십일조를 하라고 강조하기보다 탈세하지 말라고 가르치는 것이 훨씬 더 기독교와 십일조 정신에 부합하는 일인 것 같다.
<정숙희 특집 1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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