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봄부터 여름까지 나는 제법 많은 교장 선임에 관여한다. 은퇴나 이직으로 빈 교장자리를 채우는데 내가 교육위원으로 있는 버지니아주 훼어팩스 카운티에서는 꼭 교육위원들의 동의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훼어팩스 카운티의 교장 선임 절차와 기준은 상당히 민주적이고 투명하며 능력 중심이다. 공석이 생기면 일단 해당학교가 위치한 지역책임자(Cluster Assistant Superintendent: CAS)가 해당 학교의 교사들과 학부모들로부터 후임 교장이 갖추어야 할 자질에 대해 의견을 청취한다. 훼어팩스 카운티 공립학교들은 교육행정 편의상 여덟 개의 지역 (Cluster)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교장들의 업무지휘와 평가를 하는 지역책임자들(CAS)이 이렇게 직접 의견을 청취하는 이유는 각 학교마다 처해 있는 상황에 따라 각각 다른 자질의 교장이 필요할 수 있고 이것을 파악하는데 일선교사들과 학부모들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이렇게 의견을 수렴하면서 교장 채용공고를 낸 후 지원서를 받는다. 지원은 카운티 내의 지원자로 국한되지 않는다. 지원서 접수가 마감이 되면 인사국 담당자와 CAS가 각 학교에서 수렴한 의견을 바탕으로 후보군을 5-7명 정도로 추린다. 물론 이 과정 중에 교장이 되기위해 필요한 법적요건인 행정감독직 자격증을 갖추었는지도 확인하고 전과 여부도 조회해 본다.
이렇게 5-7 명으로 추려진 지원자들은 그 후 세 단계의 면접 과정을 거친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첫 단계인데 면접 패널은 보통 8-9명으로 구성된다. 그 중 3명은 해당 학교의 학부모, 그리고 3명은 그 학교의 교사들이다. 면접 학부모와 교사 선정은 인종, 경력, 담당과목, 성별 등 다양한 배경들을 고려해 균형을 맞춘다. 그리고 나머지 면접관들은 다른 학교 교장 한 두 명과 해당 CAS를 보좌하는 관련 담당자로 구성된다.
이렇게 면접패널이 정해지면 후보자들은 모두 같은 날, 똑같은 질문으로 면접을 받는다. 그리고 면접관들의 평가점수와 내용이 인사국과 CAS에게 보내진다. 그 후 1차 면접 결과에 따라 CAS는 다시 2-3명 정도를 추려 직접 2차 면담을 하고 보통 1명 때로는 2명의 후보자를 교육감에게 천거한다. 교육감은 다시 최종 후보를 3차로 면접하여 괜찮으면 CAS로 하여금 해당 학교가 위치한 지역의 유권자들을 대표하는 지역교육위원과 광역교육위원들에게 승인 여부를 묻게된다.
해당 지역교육위원과 광역교육위원들이 승인하면 나머지 교육위원들 모두에게 알리고 정해진 기한 내에 반대가 없으면 교장 임명 통고를 정식으로 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임명된 교장들의 면모를 보면 첫 단계 면접에서 1위 평가를 받은 후보자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해당 학교의 학부모들과 교사대표들이 적어도 삼분의 이를 차지하는 첫 면접패널의 의견이 결정과정에서 가장 큰 참고사항이 되기 때문이다.
선정된 교장들 중엔 우리가 깜짝 놀랄만큼 젊은 사람들도 많다. 30대 초, 중반 새파란 나이의 교장도 있는데 그 이유는 나이에 상관 없이 능력을 중요시 여기기 때문이다. 이런 젊은 교장들의 이력을 보면 대개가 이러하다. 대학 졸업 후 교사 생활을 바로 시작해 한 1-2년 가르치다가 교육행정학 석사과정을 저녁시간과 방학기간을 이용해 3년 정도 거쳐 마친다.
그 후 두 해 정도 여러 학교의 교감 자리에 지원하다가 교감이 된다. 교감이 된 후 한 학교에서 약 2년씩 두 학교 정도에서 교감으로 일하다가 다시 교장직에 도전하는 것이다. 물론 교장이 바로 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몇 년에 걸쳐 꾸준히 시도해 보면서 지원과 면접에 응하는 방법도 터득하고 동시에 경험도 더 쌓여가면서 결국 교장직에 오르게 되는 것이다.
물론 교장 선임 시 지원자의 경력과 다양성도 당연히 고려하기 때문에 보통은 나이와 동반될 수밖에 없는 인간적 성숙도 역시 무시되지 않는다. 그러나 교장이 되기 위해서는 일정 기간의 교감직 역임과 교직 경험이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없기에 연륜은 부족해 보여도 다른 부분에서 능력이 돋보이는 젊은 지원자들이 교장에 임명될 수 있는 것이다.
또 하나 주목할 것은 젊은 교장이라고 그 보다 나이 많은 교감이나 교사들이 우습게 보거나 협조를 거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젊은 나이에 교장으로 임명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공식적으로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증거이기에 더 존중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아무쪼록 교감, 교장직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우리 젊은 한인 교사들 가운데에서도 많아져서 교육계에도 더욱 다양한 목소리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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