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갠지스 강물따라 천년역사 흐르고...
▶ 11억 인구 세계 제2 인구대국. 세계 4대문명 발상지
세계문화 유산 ‘아잔타 석굴’ 굽타 왕조 뛰어난 예술성 한눈에
힌두교.자이나교 문화 표현한 ‘엘로라 석굴’ 한번에 다 못봐
■ 인도의 향불
세계4대 문명의 발상지인 인더스강의 문명은 수많은 고대 종교의 메카였다. 지금은 11억 인구가 법석대는 세계 제 2의 인구대국인 인도여서 그런지 3월의 뭄바이 공항은 후덥지근하고 시끄럽게 닦아온다.
신라의 고승 혜초스님이 4년동안 인도를 돌아보고 남긴 여행기 왕오천축국전을 남긴지 천년세월이 지나 비행기, 기차, 자동차로 편안한 여행을 할 수 있는 오늘의 우리는 행운아임이 틀림없다. 한국의 원로가수 현인이 불러 히트한 <인도의 향불>이라는 노랫말이 머리에 떠오른다 감수성 예민한 십대에 이 노래를 들으며 언젠가는 인도라는 나라를 가 볼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이제야 이루어 지나보다.
■ 갠지스 강의 일출
<공작새 날개를 휘감는 염불소리/ 갠지스 강 푸른 물에 찰랑 거린다 / 무릎 꿇고 하늘에다가 두 손 비는 인디아 처녀/ 파고다의 사랑이냐 향불의 노래냐 / 아 아 깊어가는 인도의 밤이여>
인도의 국조가 인도들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공작새라는 것을 이곳에 와서 알았다.육이오 전쟁이 한창이던 전시의 와중에서도 한 반도에 갇히어 있던 민중들에게 멀고 먼 남쪽나라 인도에 관한 이 가사를 지어 전재에 지친 국민들에게 이국적인 정서를 노래한 선배 가요인들의 안목은 지금 생각하여 보아도 감탄할 비약적인 상상력이었다. 6.25전쟁 휴전 후 SP레코드판에 찍어 골목 전파상에서 흘러나온 노래를 감수성 예민한 그 시절에 듣던 그 노래가 새삼 맴도는 것은 60년 세월이 지나도 잊혀 지지 않는 추억이다.
갠지스 강 푸른 물의 새벽 일출을 보고 초 저녁부터 강가에서 올리는 힌두의식의 염불도 들으며 인도에서 고행 같은 서투른 여행길을 떠나본다. 파주라호의 사원에 있는 에로틱한 성애의 탑을 작사자 손 로원씨는 <파고다의 사랑>이라고 표현하였나 보다. 뉴왁 공항에서부터 열다섯 시간을 날아온 긴 비행시간의 피로한 몸을 준비한 멜라토닌 두 알을 먹고 깊은 잠에 빠졌다. 잠자리는 인도답지 않은 깨끗한 호텔이어서 현인이 노래한 깊어가는 인도의 밤은 느끼지 못하였다.
뭄바이의 첫날은 ‘게이트 오브 인디아’ 가 있는 광장에서 그 멋진 아라비아 해를 끼고 있는 타지마할 호텔의 고풍스러운 모습을 잘 볼 수 있었다. 뭄바이의 CST기차역과 더불어 최고의 관광명소이다. 2008년 11월 28일 이슬람 테러 공격으로 폭발 사고가 난 이후부터 인도 전역의 모든 호텔은 공항 검색대처럼 입구에서 짐 검사와 몸수색을 당하고서야 호텔을 출입할 수 있는 불편을 겪어야 했다. 이슬람 경전인 코란에는 테러와 파괴를 가르치지 않는다는데 앞으로 둘러 볼 인도의 힌두시대의 문화 유적은 이슬람 세력의 침입으로 화려한 힌두교와 불교의 석조물들은 모조리 팔 다리가 잘리고 얼굴은 일그러져 안타까움과 아쉬움을 금치 못하게 한다.
■ 타지마할 호텔
중세의 종교전쟁에서 기독교의 만행도 이에 못지않게 비정한 살상과 파괴를 자행하였으니 꼭 이슬람만 탓 할 일은 아니다. 인류는 아집의 울타리 안에서 배타적 신앙관으로 얼마나 많은 이교도들을 서로 죽이고 죽었는지 역사는 기록하고 있다. 역사에서 가정이란 있을 수 없다지만 인류 유사 이래 전쟁과 파괴가 없었다면 이 세상은 너무나 아름다운 예술품이 넘쳐흘러있어 지구상의 모든 축조물들은 보물창고였을 것이다. 대영제국의 영광과 몰락을 기념하는 뭄바이의 <인도의 문>은 1911년 식민지 시찰을 나온 조지 5세와 메리왕비를 기념하기위하여 세운 문이지만 1948 식민통치의 마지막 보병대대가 이 문을 통하여 철수한 역사적 상징물로서 대영제국의 흥망과 성쇠 그리고 인도독립의 새 장을 열어주는 곳이기도 하다.
한 반도의 15배 쯤 넓은 국토이기에 유명한 명소를 짧은 시간에 찾기는 비행기 또는 밤샘기차도 타야하는 고달픈 순례의 길이 인도여행이다. 아라비아 해안에서 불어오는 더운 바람에 땀 개일 사이도 없이 인도 국내선을 이용하여 오랑가바드 공항에 내려 인류 최고의 예술석굴이라는 아잔타 석굴과 엘로라 석굴을 상상하면서 호텔로 찾아든다.
동굴은 자연적으로 생긴 공간을 말하지만 석굴은 인위적으로 바위에 굴을 파서 이룬 조형물을 이름 한 것이다. 불교의 아잔타 석굴과 엘로라의 힌두 석굴은 수많은 이민족의 침입으로부터 꼭꼭 숨어 있다가 1819년 영국인 사냥꾼 존 스미드라는 사람이 호랑이를 쫒다가 동굴입구에 새겨진 문자를 발견하고 모습을 드러낸 인도의 굽타 왕조시대의 뛰어난 건축물로 세계문화유산으로 보존되고 있다. 지금처럼 굴착공구도 없는 그 시대에 석굴 안에 3층 구조의 격실을 만들고 영롱한 채색 그림과 수많은 조각을 이루어 놓은 그들의 작품을 볼 때 그들도 아마 지금처럼 설계도라는 블루 프린트가 있었을까?
아잔타 석굴에서 특히 한국인들의 관심을 끈 조각 중 하나가 부처님이 열반하시고 누운 대형 와불의 베개가 한국의 전통 베개의 장식과 같다는 사실을 두고 수많은 한국의 학자들이 이곳의 침구문화가 한국으로 흘러들어 갔다는 확인되지 않은 학설이 흥미를 더 갖게 한다 자세히 살펴보니 과연 옛날 어린 시절 누님들이 혼숫감으로 시집가지전에 집에서 만들던 베개의 그것과 흡사한 모양처럼 보인다.
후세의 발견자들이 석굴에 일련번호를 매겨 각 굴에 호수를 가지고 그 특성과 의미를 부여하고 연구를 하지만 관련 상식과 지식이 없는 일반 관광객으로는 그저 그 역사성과 예술성에 감탄만 하고 짧은 시간에 대표적인 석굴들만 돌아보고 내려왔다. 엘로라 석굴은 힌두교나 자이나교의 문화를 표현하였다는데 미술사을 공부한 적이 없는 우리는 5세기부터 9세기에 걸쳐 만들어진 그 많은 석굴들에 표현된 작품을 감상할 지식도 없고 시간적 제약으로 그저 주마간산(走馬看山)으로 지나친다. 일행 중 멀리 미네소타 주에서 오신 80대의 노부부는 무거운 DSL 카메라까지 목에 걸고 그 힘든 등산을 잘 이겨내고 보고 싶고 알고 싶은 욕망을 잘 풀어 가시는 것 같다. 여행이란 경험이 가져다준 수수께끼 같은 선물 보따리이다. 무었을 얻어내는가는 여전히 각자의 몫으로 남는다는데 비탈진 하산 길에서 그들의 세계를 엿보고 무었을 느끼고 오는지 되새겨 본다.
■ 바라나시
순례자들이 영혼의 도시라 부른 바라나시를 가려면 엘롤라에서 기차로 20여 시간을 달려야 한다. 버스에서 내려 기차 플랫홈까지의 이동도 전쟁 치르듯 한 바탕 겪어야 했다. 단선철도여서 앞서 가던 화물열차가 고장 난 바람에 다섯 시간을 더 기차에서 보내야 하였다. 인도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라 이 정도는 아무렇지 않은 일이란다.
한 사람당 2개 이상 되는 트렁크를 계단을 오르내리는 플랫홈까지는 포터를 이용하여야 한다. 빨간 상의를 입은 젊은이들이 긴 스카프를 목에 두르고 자기가 운반할 트렁크를 맡으면 목에 걸친 스카프를 똘똘 말아 똬리로 만들어 50파운드 가까운 트렁크 2개를 머리에 이고 객차 앞 까지 날라다 준다. 일본제국주의자들이 한국을 통치하며 깔아놓은 철도역에는 ‘아까보’라는 포터가 손수레로 짐을 날라 준 것을 어릴 때 본 기억이 있는데 이곳 짐 나르는 포터들도 붉은 재킷을 입는 것이 영국식민 시절에서 유래 한 것 같다. 모방 잘하는 일본인은 그것을 본따 ‘붉은 모자’의 색깔을 영국에서 따오고 근대화 과정도 영국을 본 따 입헌군주제로, 자동차의 오른쪽 운전석도 영국에서 따 온 것 같다. 기차를 타려는 승객을 붙잡고 가격흥정을 하다보면 부르는 요금의 절반이하로 내려가기도 한다는 그들의 고달픈 하루의 일과가 눈에 선하다.
야간침대차로 이동하면 여행사는 하룻밤의 호텔 비를 절약하는 일정 같다. 출발하는 부사월역에서 인도의 서민생활의 한 면을 볼 수 있었다. 역사 안에 늘어선 매점들과 음식점, 목청을 돋우어 외치는 아이스크림 장수, 벤치가 없는 플팻홈의 맨 바닥에 앉아 열차를 기다리는 아낙네들,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한 냄새, 손수레의 과일도 어깨에 멘 평형저울에 달아서 파는 과일행상들… 질서정연하고 휴지조각 하나 구르지 않는 문명도시의 기차역과 대조하면 불결하고 소음과 무질서가 섞인 곳이지만 이곳을 이해하려는 애정 어린 마음으로 관찰하면 이런 곳도 사람이 살아가는 또 다른 세상이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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