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덕선 수필가
‘어느 개인 날, 바다 저 편에 연기가 피어 오르며 흰 배가 나타나고 늠름한 내 사랑 돌아오리라.
하지만 마중은 안 나갈 테요. 나 홀로 그 님 오길 기다릴 테요. 사랑은 이 언덕에서 맞을래요. 그대는 부르겠지’버터플라이‘ 그러나 나는 대답 않고 숨겠어요. 너무 기뻐서 죽을지도 몰라요. 내 사랑이여, 내 임이여, 그대는 반드시 돌아오리. 아 아 아 아 아~~’
이것은 푸 치니 오페라 나비부인 2막에 나오는 유명한 아리아‘어느 개인 날’이다.
고등학교 1학년 음악 시간에 처음으로 접한 푸치니의 오페라 중에서 나비부인은 화려하고도 애처롭게 엮어진 오페라 음악으로 동양적인 여자의 한을 노래한 것이며 이태리 오페라의 특유한 아름다움을 나타내고 있었다.
무대는 일본 나가사키에 와있는 미국 해군 중위 핑커튼이 계약 결혼으로 일본기생 15살의 초 초상(나비부인)과 결혼을 한다.
그런 후 핑커튼이 본국으로 떠난 지 3년 동안 소식이 없는 가운데 다른 사람과 결혼을 종용 받지만 한 마디로 거절하고 여자의 절개를 지킨다.
그때 남편을 기다리며 바다를 보면서 부르는 유명한 아리아가 ‘어느 개인 날’ 이다.
어느 날 기다리던 남편이 돌아왔지만 새로운 부인과 함께 나타나 파란 눈의 핑커튼과 초 초상 사이에 난 아들을 데려 가겠다고 한다.
결국은 초 초상은 자결함으로써 생을 마감하는 비극의 오페라였다.
처음으로 오페라의 ‘어느 개인 날’의 아리아를 듣고선 그 애절한 노래는 우리 어린 소녀들의 가슴을 파고들어 눈물을 흘리게도 했었다.
그때만 해도 우리의 음악 수준이 높지 못해서 오페라를 공연하는 무대도 없었고 오직 레코드 판만 가지고 설명을 듣고 아리아를 듣고 했었다.
그 당시는 제대로 된 레코드 판을 구하기도 힘든 때였으므로 처음 접한 오페라의 줄거리와 아리아는 우리 여고생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기에 충분했다.
귀로만 듣던 아리아를 기회가 되어 오페라를 직접 볼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그때의 여 주인공인 초 초상의 역할이 서양여자가 기모노를 입고서 일본여자로 분장해서 하는 나비부인은 어쩐지 어울리지 않았고(음악은 훌륭했지만) 동양적인 한을 나타내는 것이 어설프기도 했다.
그 후 동양여자가 하는 나비부인을 본적이 있었다.
우선 외모에서 풍기는 동양 여자의 이미지가 좋았고, 한이 서린 표현이 애잔함을 더해 주어, 한층 그 오페라에 어울렸다.
그 다음 DVD로 출시된 것도 보게 되었다. 나비부인의 무대인 나가사키 항구는 아름다웠고 나비부인의 집은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 있어 항상 바다를 쳐다보며 핑커튼이 타고 올 하얀 해군 함정이 들어오는 것을 매일 기다리고 있었다.
그 하얀 해군 기선은 그리움을 실은 배로서 초 초상은 애타게 기다렸지만 그 기다림은 세상과 이별로서 끝을 맺는 한이 서린 기다림 이었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지평선이 바라보이는 산 중턱에서 지평선 위에 떠 있는 하얀 배 한 척의 환상을 보곤 한다.
마치 나비부인이 기다리던 그리움의 하얀 배처럼, 가끔 이 지평선위의 파란 바다를 보면 나비부인의 그 애처로운 아리아가 떠오르기도 한다.
쾌청한 날씨에 멀리 지평선위에 떠있는 하얀 배는 분명 그리움을 실은 배 일 것이라고 생각을 해본다.
세상에 살다 보면 그리움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러나 그립다고 다 만날 수 있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이북에 두고 온 부모형제, 어릴 때 잃어버려 생사를 모르는 자식, 먼저 세상을 떠난 부모 형제, 또 세상을 먼저 떠나 보낸 남편 또는 아내, 피치 못할 사정으로 서로 헤어져있는 사랑하는 사람들, 모두가 그리움으로 가득 찬 사람들이다.
그 그리움을 실은 하얀 배가 언젠가는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오늘도 먼 지평선 위에 떠있다.
아련히 들리는 ‘어느 개인 날’의 아리아가 내 귀를 간지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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