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가 신도들 앞에서 뱀을 다루는 일은 1910년경에 미국 동부 애팔래치아의 헨스리(George W. Hensley, 1880-1955) 목사가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헨스리는 뱀을 다루면서 400여 차례 물렸지만 용케 견디어내다가 1955년에 물린 뱀의 독으로 목숨을 잃었다. 그의 뒤를 따라 미국 남부 곳곳에 뱀 다루는 괴상한 행위가 퍼졌다. 결과로 1998년에는 앨라배마 주에서 어떤 목사가 죽었고, 2006년에는 켄터키 주에서도 한 목사가 죽었다. 금년 5월에는 웨스트버지니아 주의 울포드(Mark R. Wolford, 44세)라는 목사가 뱀에게 물려 목숨을 잃었다. 울포드 목사는 15세 때(1983년)에 아버지가 뱀을 다루다가 물려 죽는 것을 목격했다는 것이다. 측근자들의 말에 의하면 그는 차차 약해가는 교인들의 신앙을 북돋우기 위하여 교인들을 모아 놓고 그들 앞에서 뱀을 다루며 뱀에게 물려도 하나님의 능력으로 잘 낫는다는 것을 확증하려다가 변을 당했다는 것이다.
뱀 다루는 사람들은 그들의 신기한 행동의 근거를 예수의 말씀에서 찾는다고 한다. 마가복음(16: 17-18)에 예수께서 “믿는 자들에게는 이런 표적이 따르리니, 저희가 내 이름으로 귀신을 쫓아내며, 방언을 말하며, 뱀을 집으며, 독을 마실지라도 해를 받지 아니하며, 병든 사람에게 손을 얹으면 나리라” 하셨고, 누가복음(10: 19)에는 “내가 너희에게 뱀과 전갈을 밟으며 원수의 모든 능력을 제어할 권세를 주었으니 너희를 해할 자가 결단코 없으리라”라고 하셨다.
대다수의 기독교인들은 예수께서 하신 이 말씀을 해석하여 하나님을 믿고 사는 사람은 인생의 어려운 문제들을 하나님께서 주시는 능력으로 해결해 나간다고 믿는다. 그런데 뱀 다루는 사람들은 성경을 문자대로 믿는다면서 예배드리는 시간에 미리 잡아두었던 뱀을 풀어놓고 다루면서 자기들의 믿음을 견고히 하고 하나님의 능력을 나타내며 사람들의 믿음을 북돋운다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그들이 근거로 삼는 복음서 속에는 뱀을 잡아다가 예배를 드리는 사람들 앞에 풀어놓으라는 말이 없고, 뱀을 주물며 다루라는 말도 없다. 또 뱀에게 물려도 치료하지 말고 하나님의 능력만을 기다리라는 말도 없다. 그러므로 예배시간에 뱀을 잡아다가 풀어놓고 손으로 다루는 일은 결코 성경을 문자대로 해석하는 데서 온 것이 아니다. 예수께서 하신 말씀의 뜻은 사람이 위험을 무릅쓰고 자진하여 뱀을 집고 밟으라는 것이 아니라 어쩌다가 독사를 집거나 밟는 어려운 경우가 생긴다 하더라도 믿는 사람은 하나님의 능력으로 극복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성경은 작은 책 여러 권을 모여서 편집한 큰 책이기 때문에 한 곳의 말씀을 제대로 해석하려면 같은 문제에 관하여 다른 부분에 어떻게 말씀하고 있는 지를 참조하는 것이 필요하다. 복음서에는 믿는 사람이 하나님을 시험해서는 안 된다는 말씀이 있다. 마태복음(5: 5-7)에 보면 젊은 예수께서 사역을 시작할 때에 마귀가 나타나서 신앙 문제를 가지고 예수에게 도전해 왔다. 당신이 만일 하나님의 아들이라면 이 높은 성전 꼭대기에서 뛰어내려서 저 아래 모여 있는 많은 사람을 놀라게 하시오. 그리고 하나님이 천사들을 시켜서 당신의 발이 돌에 부딪히지 않고 상하지 않도록 하시는 것을 그들에게 보여주시오. 그리면 온 천하가 당신을 믿게 될 것이 아니겠소? 그때에 예수께서 마귀를 책망하시며 구약성경(신명기 6: 16)을 인용하여 대답하셨다. “성경에는 주 너의 하나님을 시험하지 말라고 하였다.”
이 예수의 대답 속에는 믿는 사람이 자기의 믿음을 남에게 보여주려고 짐짓 위험한 일을 감행하는 것은 하나님을 시험하는 일이 된다는 뜻이 있다. 더 깊이 해석하면 그런 행위 속에는 사람이 하나님의 능력을 이용하여 자기의 영광을 얻으려는 욕망이 들어 있기 때문에 하나님에 대한 불손의 죄가 될 것이다. 그러므로 생명을 빼앗아가는 독사의 위험을 알면서 짐짓 무모하게 뱀을 잡아다가 사람들 앞에 풀어 놓고 주물러 대는 괴상한 행위는 결코 성경을 문자대로 해석하는 일이라고 볼 수 없다. 도리어 그것은 신앙을 빙자하여 사람들의 인기를 얻으려는 변태 행위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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