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본지에 실린 "우리 생활속의 음력"이라는 전 유경 교수님의 6회의 칼럼을 재미있게 읽었다. 고등학교시절 국어시간에 "농가월령가" 중에 음력 달력에 나타나는 24절기에 따라 농가에서 무엇을 준비하고 무슨 작업이 당장 필요한지를 가사형식의 아름다운 운문으로 읽었던 기억이 새롭다. 전교수님의 칼럼은 그 24절기 뿐아니라, 우리가 양력으로 부르고 전 세계가 공통으로 쓰고 있는그레고리력, 그 이전의 쥬리우스력, 그리고 음력과 양력의 주기적 차이와 합치에 대해서도 자세한 설명을 곁들이고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거의 모든 고대문명들이 음력을 먼저 만들어 쓰기 시작한 것을 알 수있다. 한달의 길이가 29일 혹은 30일이며 한해는 열두달로 이루어진 것은 달이 차고 기우는 모양과 주기가 아주 쉽게 관찰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금방 음력 열두달 354일은 태양관측에 의한 한해 주기 365일과 11일정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이 발견되어 대개의 음력들은 삼년에 한달, 또는 19년에 일곱달의 윤달을 채택함으로서 태양의 주기와 맞추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쓰고있는 음력은 순 음력이 아니라 태음태양력인 것이다.
이슬람교에서 쓰는 순음력에는 윤달이 없기 때문에 해마다 그들의 가장 중요한 금식의 달 "라마단"의 시작이 해마다 열하루씩 앞당겨지고 약 33년만에 같은 날로 되돌아가게된다. 우리가 쓰는 음력은 양력의 춘분, 하지, 추분, 동지의 네 절기외에 평균 15일 간격의 다섯 절기를 이들 4 절기 사이에 배치하여 24절기를 만드는데 음력상으로는 24절기의 날자들이 해마다 다를 수 있으나 양력상으로는 앞의 4절기 같이 거의 항상 같은 날자들에 돌아오게 되어 있다.
"부처님오신날"로 알려진 석가모니 탄생일을 한국과 중국에서 음력 4월 초8일로 경축하는 데, 금년 한국에서는 양력 5월28일이 그날로 선포되었지만 중국과 홍콩, 대만에서는 양력 4월28일이었다. 같은 음력을 쓰면서 이처럼 차이가 난 것은 한국과 중국의 표준시가 다른데에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일본의 코베 근방을 지나가는 동경 135도 자오선, 중국은 남경을 지나가는 동경120도 자오선을 표준시의 근거로 삼기 때문에 중국과는 한시간의 시차가 있다. 달이 지구와 태양사이에 들어와 달이 반사하는 태양빛이 지구상의 관측자들에게 보이지 않게되는 현상을 합삭이라 하고 그 시각을 합삭시각이라 한다. 합삭이 있는 날이 음력달의 초하루가 되는 데, 합삭은 그 초하루중의 어느시간에 일어나는가 하는 것은 달마다 달라 질 수 있다.
한국 서울의 합삭시각은 중국 남경에서 관측되는 합삭시각보다 실제 30분 정도 앞서 일어난다. 중국시간으로 밤10시35분에 한국에서 합삭이 관측된다면 30분 후인 11시5분에 중국에서도 합삭이 관측될 것이다. 이 합삭시간들은 중국쪽에서 보면 같은 날에 일어나는 것이지만 한국시간으로는 한국합삭은 밤11시 35분, 중국합삭은 밤12시5분 즉 그 다음날 0시5분에 일어나는 것으로 계산되어 한국에서는 중국보다 음력 초하루 날자가 하루 먼저 오게된다.
합삭시각이 자정에 가까운 시간에 일어나는 경우, 30분이란 합삭시간 차이가 하루의 날자 차이로 이어지고 또 한달의 길이 결정에도 영향을 미치고, 조금 복잡한 규칙에 따른 음력 윤달삽입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국의 표준시를 한반도를 지나가는동경127.5도 자오선을 기준으로 하면 한국과 중국의 시차는 30분으로 줄어 들고 한-중 간의 음력상의 차이문제가 대부분 사라진다고 한다.
최근 한국에서는 2033년 문제라는 것이 대두되고 있는 데, 2033년에 윤달을 윤7월로 하느냐, 윤11월로 하느냐에 따라서 추석날자에 거의 한달의 차이가 생기게 되는데, 단순한 날자 차이의 문제를 넘어 공휴일 연휴의 날자 수와 특히 추석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문제로 대두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윤7월로 하면 추석은 양력 10월7일이 되고, 윤11월로 하면 양력 9월8일이 추석이라한다.
2014년의 추석이 9월8일이라 메톤주기로 서양에서도 알려진 음력의 19년 주기현상에 따르면 9월8일이 옳은 것이나 새 곡식과 과일들이 제대로 공급되기 어려운 문제가 생겨 추석 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윤11월로 윤달을 삼으면 동짓달 즉 음력 11월에 들어야 할 동지가 음력 10월 30일에 들게되어 동지없는 동지달이 나타나는 유례없던 일이 생긴다고 한다. 윤달이 어느 달에 들어가느냐에 따라서 가끔 금년의 석탄절이나 2033년 문제 같은 혼란이 일어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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