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4년 전, 한 통의 전화로부터 시작되었다. 아니 어쩌면 문학에 대한 동경과 꿈이 그때까지도 사그러들지 않고 나의 내부 깊은 어딘 가에 계속 불씨를 간직하고 있다가, 어느 여름 날 문학의 훈풍을 타고 다시 피어 오르기 시작하였다 할 것이다.
이 곳 샌프란시스코 한국문학인 협회(한문협)에서 해마다 주최하는 문학 캠프에 몇 해 동안이나 벼르다가 드디어 결심을 내어서 전화를 걸었고 친절한 안내에 힘 입어 설레임 속에 참석하였다. 사람들 앞에 나서기를 꺼려 하고,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내게 있어서 그 외출은 여간 용기가 필요하지 않은 것이 아니었지만, 문학 캠프를 통하여 문단 선배들과 문우들을 만났다. 더불어 그들의 삶과 문학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내게 자연스레 흘러 들어온 계기가 되었다.
<문학>이란,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아름다운 꽃 향기와도 같아서 내 호흡을 타고 드나들기도 하지만, 함께 삶을 영위하고 있는 주위의 사람들에게도 전해지며 그 향기는 진하게 배어든다. 문학이 구원이 될 수도 있고 좌절이 될 수도 있는 시기에 나는 문학을 통하여 다시 한번 내 인생의 후반전을 시작하며 그간의 고뇌의 편린들을 하나씩 풀어 헤쳐 나갔다.
내게서 문학이란 사랑에 빠진 열병과도 같은 것이었다. 어떤 생각과 경험 그리고 의식의 깨달음을 글로 옮기는 창작 작업은 고통스런 일이지만 동시에 성취감과 자족감이 함께 하기에 계속 써 내려 갈 수 있었다. 그리고 문학이 우리들의 삶을 근본적으로 형성하는 실체들이라는 면에서 그 기회가 주어진 것은 여러모로 감사한 일이었다.
젊었을 때의 작가에 대한 꿈이 비록 꿈 꾼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지금이라도 그 꿈을 이루기에 늦은 법이란 없다. 일본의 ‘시바타 도요’라는 할머니는 90세에 시를 쓰기 시작하여, 문학에 대한 자신의 꿈을 실현시키고 왕성히 작품 활동하고 있음은 귀감이 되고도 남는다.
꿈에는 정년이란 없다. 시기의 늦고 빠름에 구애 받음 없이 얼마든지 도전하고 또 노력한 만큼 성취할 수 있으므로, 문학은 오늘도 우리의 삶 주위에 밀착되어 함께 더불어 생활하고 있는 것이다. 굳이 거창하거나 특별하지 않아도 우리가 실제 삶에서 겪어 나가는 경험들과 소소한 일상들 모두 훌륭한 글의 소재들이 될 수 있다.
내가 알고 있는 많은 이야기들, 그리고 나만의 생각과 감정이 담겨진 글이 역시 진솔하고 감동을 주는 좋은 글이 되는 것이기에, 모름지기 글쓰기란 ‘가장 익숙한 것에서 가장 생소한 것을 찾아내는 작업’이라 하지 않던가.
자신의 이야기는 내가 가장 잘 알고 또 거기에 대해 가장 잘 쓸 수 있다.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고 좋아하는 일을 할 때 사람들은 놀라운 능력을 발휘한다고 한다. 글을 쓰고 싶은 욕구는 궁극적으로 자신의 삶 전체를 조망하며 충실히 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자신의 내면 깊은 곳까지 내려가서 자신을 들여다 보며 자기 마음 속의 본질적인 외침을 적어 보는 것이다. ‘나도 능히 할 수 있다’고 스스로를 믿으며 자신의 바램이 무엇인지 하나씩 구체적으로 적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나 자신에게 수시로 주지시키기도 한다.
4 년 전, 문학 캠프에 참석한 이래, 배운 바 그대로 위와 같은 꾸준한 글쓰기를 통하여 나는 시인으로서 등단을 하였고 이 지역의 모임과 신문 지면을 통해 작품 활동도 열심히 하고 있다. 그것은 또 내 삶의 방식과 태도에도 많은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고 대인 관계의 폭도 다양해졌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 삶의 질이 확연히 달라졌다.
나 자신을 사랑하며 보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보게 되었다. 지금도 만일 그때의 전화 한 통이 없었다면 나의 삶은 또 어떤 모습으로 달라져 있었을까를 생각해보며 행복의 미소를 짓는다. 문학이, 꽉 짜인 일상 속에서 벗어나 자신을 발견하는 축제와도 같이 신나고 즐거운 것과 마찬가지로 글쓰기도 그래야 하지 않을까 한다.
제14회 문학 캠프가 6월 말로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글쓰기는 매번 지도(地圖) 없이 떠나는 새로운 여행이다. 이 여행에서 나는 또 어떤 사람들과 만나고 어떤 영향을 주고 받으며 달라져 있을지 무척이나 궁금하고 설레임 가운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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