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절하고 역사적인 한 판 승부였다. 공무원 노조는 지난 5일 열린 스캇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 소환 선거에 모든 것을 걸었다. 숟가락, 젓가락, 밥통에 키친 싱크까지 던졌다. 그러나 결과는 참패였다. 워커 주지사는 2010년 선거에서 물리친 민주당의 탐 배럿 후보를 오히려 그 때보다 큰 차이인 7%차로 누르고 가볍게 승리했다.
워커 지사의 승리는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소환 캠페인이 시작된 이래 그는 한 번도 여론 조사에서 뒤진 적이 없다. 거기다 위스콘신 주민의 60%는 주지사의 업무상 비리가 아니라 단순히 정책에 대한 이견을 이유로 소환 선거를 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믿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원이 있는 가정의 38%도 워커 소환에 반대표를 던졌다.
널리 알려진 바처럼 소환 선거의 발단은 워커가 급증하는 주정부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해 공무원 노조의 단체 교섭권을 박탈하면서 시작됐다. 이 법안 통과를 막기 위해 민주당 의원들은 의결 정족수 미달을 노리며 타주로 도주하는가 하면 이에 찬성한 의원들에 대한 소환 투표를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 작전이 모두 실패로 돌아가자 공무원 노조는 ‘개혁의 원흉’ 워커를 몰아내기로 작심했다. 그가 남아 있는 한 노조의 영향력은 물론이고 존재 자체가 위협받는다고 봤기 때문이다. 실제로 워커가 공무원 노조가 강제로 회비를 걷지 못하도록 한 뒤 공무원 노조 가입자 수는 급속히 줄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는 다른 주들이 그를 본받을 경우 공무원 노조는 설 자리가 없어진다.
전국 공무원 노조와 민주당의 열성적인 지원에도 불구, 워커 소환은 실패로 끝났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주민들이 워커 개혁의 성과를 피부로 느꼈기 때문이다. 워커는 32억 달러에 달하는 재정 적자를 세금 인상 없이 해결했고 재산세는 오히려 내려갔다. 한 때 문 닫을 위기에 처했던 학교들도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개선된 비즈니스 환경 덕에 앞으로 고용을 늘리겠다는 기업주 수는 늘어났다. 노조 개혁에 대한 주민들의 지지가 높자 노조는 나중에 이 문제는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고 워커의 과거 비리만 물고 늘어지다 지고만 것이다.
학교가 문을 닫고 도로가 엉망이 되어도 나 몰라라 하며 연금 등 자신의 혜택만 찾는 공무원 노조에 대한 반감은 위스콘신에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민주당의 아성 가주에서도 지난 5일 공무원 연금을 제한하는 중요한 주민 발의안 2개가 통과됐다. 샌호세는 현 공무원들이 연금 부담액을 늘리거나 향후 혜택을 줄이는 안을, 샌디에고는 신입 공무원의 연금을 401K로 바꾸는 안을 모두 70%에 달하는 압도적 표차로 통과시켰다. 노조는 투표에서는 어차피 이길 수 없다고 보고 가만히 있다 법정에서 이를 뒤집겠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공무원은 원래 나라와 주민들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 본분인 공복이다. 그런 자들이 노조를 만들어 표와 돈으로 민주당 의원들을 협박하며 정부 재정이나 주민 생활이 어떻게 되든 아랑곳 않고 베네핏만 챙겨온 것이 지난 수십 년 간 공무원 노조의 역사였다. 샌호세의 경우 이들 연금을 주느라 새로 지은 도서관이 문을 열지 못하고 소방관도 격일제로 근무해야 하는 형편이다. 종들이 주인인 주민들 위에 군림하는 격이다.
이번 워커의 승리를 계기로 그런 좋던 시절은 갔다고 봐도 된다. 워커 개혁 이전에도 공무원 노조 수는 줄어들고 있었다. 지난 1년 사이 전국 공무원 노조(Afscme) 가입자 수는 137만에서 132만으로 4.2% 감소했다. 다른 주지사들이 워커를 본받아 비슷한 개혁을 실시할 경우 그 숫자는 가속적으로 줄고 영향력도 급속히 감소할 것이다.
위스콘신은 1959년 전국에서 첫 공무원 노조가 탄생한 곳이다. 그곳 주지사가 맨손으로 호랑이를 때려잡은 무송처럼 정면 승부를 벌여 공무원 조조의 이빨을 뽑고 박치기로 넉다운 시켰다는 것은 큰 사건이다. 너무나 오랫동안 국민 위에 군림해오던 공무원 노조의 몰락이 위스콘신에서 시작됐다는 것은 적절한 인과응보라 본다.
<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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