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창업주 이병철은 창희, 맹희와 건희 세 아들을 두었고 딸들도 넷인가 두었다. 이병철 씨는 재산을 자녀들에게 분배하면서도 삼성 그룹만은 3남인 건희 씨에게 물려주었다. 이창희 씨와 첫 딸은 최근에 이건희 씨가 아버지로부터 어느 보험회사의 차명주식을 나누어 갖도록 받아가지고는 독식했다면서 거의 1조원을 받게 해달라고 제소하여 재판이 열리고 있는 모양이다.
한국이 얼마나 발전했고 삼성 브랜드가 얼마나 잘 알려졌는지 그 재판은 저 유명한 영국의 BBC 방송에서 조차 보도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2010년도 삼성 그룹의 총매출은 260조원으로 국내 총생산량의 22%이고 주식 시장 시가 총액의 25% 그리고 우리나라 수출의 24%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BBC의 지적대로 삼성은 세계 최대의 TV와 휴대폰 생산자이니까 삼성 가족을 두고 BBC가 한국의 경제왕족이라고 부르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니다. TV의 어떤 드라마보다도 재미있는 소재로서 국민의 관심을 끌고 있다면서 한 가족이 한국 전체 부의 20% 이상을 소유하고 있어 부의 편중이란 사회문제를 제기한다고 결론짓는다.
국부의 5분의 1 이상을 가지고 있는 삼성의 엄청난 크기 때문에 이건희 씨가 아들 이재용 씨에게 재산을 물려주면서 법을 어겼던 것도 면죄부를 받아 경영 일선에 돌아올 수 있었다. 정부 위에 삼성 공화국이 군림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삼성이 지난 수십 년간 정계, 행정부, 국회, 사법부, 학계와 언론계 등에 소위 떡값으로 불리는 삼성 ‘장학금’을 받는 사람들을 요소요소에 심어놓아 삼성 권익 보호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삼성의 법률 담당 상무를 하던 김 모 변호사가 양심 선언을 함으로써 널리 알려졌다.
또 이회창 씨가 대선에 나왔을 때 삼성이 이건희 씨의 처남인 중앙일보사 홍석현 사장을 통해 엄청난 현금을 그의 선거 참모에게 전달하는 과정이 도청되었던 것도 밝혀졌었다. 그 사건 전모가 밝혀졌기 때문에 당시 주미대사로서 공공연히 차기 유엔 사무총장에 도전하던 홍 씨가 사직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건희 씨의 형제자매들이 소유하고 있는 삼성, 신세계, CJ, 한솔 등의 기업들 자산을 다 합치면 430조원에 이르고 총매출은 320조원을 넘어 한국 전체 국부(國富)의 3분의1이라니까 이병철 씨 일가의 치부는 가히 전설적이다.
그 같은 치부는 삼성 관계자들의 노력과 창의 때문만이 아니었다. 1960년대 군사 정권과 그 이후의 박정희 정권이 경제개발 정책 아래 대기업을 키우는 과정에서 삼성, 현대, 대우 등 대기업들이 일반 서민들이나 군소 회사들은 감히 넘보지도 못할 싼 이자로 돈을 무진장 빌릴 수 있게 했던 금융 특혜와 외국 상품에 대한 비싼 관세로 국내 생산품들이 시장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보호막을 쳐주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정경유착의 산물이다. 그에 더해 대기업들은 국세청 직원들 매수에도 능수능란했었고 노동조합운동으로부터도 개발 독재 시절 보호를 받아 왔었기에 급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식 회계와 불법적인 재산상속과 비자금 형성 등 불법 행위도 계속되어 김영삼 씨가 대통령에 당선되어 청와대에 들어갔을 때 전임 노태우 씨가 재벌들로부터 통치자금을 헌납받아 보관하던 엄청난 크기의 금고들을 치운 일화마저 있다. 한국 재벌들의 치부와 세습 행태는 “큰 돈 뒤에는 큰 범죄가 도사리고 있다”는 어떤 소설가의 명언을 상기시킨다.
BBC의 경제 앵커의 말대로 10억불이라는 게 삼성의 규모로 보아 아무것도 아닌 액수라면 형제들끼리 잘 타협하여 해결되었어야 마땅하지 재판에서 추잡하게 싸우는 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게 신문들의 논지인 듯하다.
특히 지난 3월 하순에 삼성전자의 수원 사업장에서 있었던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관들에 대한 삼성 직원들의 고의적인 조사 방해는 삼성의 안하무인격인 행태라는 지적이다. 조사관들이 사업장에 들어가려고 하자 “사전 약속이 없이는 못 들어간다”는 삼성 경비원들의 방해로 조사관들이 50분이나 못 들어가는 수모를 당하는 중에 삼성직원들은 상사의 지시대로 관련 자료를 전부 폐기하고 조사 대상 직원의 컴퓨터를 바꿔치기하는 모습이 나중에 압수한 건물 내 CC-TV에 잡힌 게 그나마 다행이다.
그 이후에도 삼성이 정문 앞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하여 차량 진입을 막고 주요 서류들을 비밀 서류로 지정하고 또는 영구 삭제하는 등 정부 공공기관의 조사를 철저히 봉쇄하는 공무 집행 방해를 태연히 감행했다니까 정부나 법이 우습게 보이는 모양이다.
대마불사라 했던가. 정부 각 부처와 정계 실세들 중 삼성 장학생들이 있는 상황에서 삼성을 제대로 다스릴 수 있는 정권이 과연 있을 수 있을까? 삼성공화국의 안하무인격의 전횡과 횡포는 한국의 고질병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재산 싸움 재판에서 형이 이기든 아우가 이기든 간에 삼성 재벌은 국제적 망신을 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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