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온타리오에 기반을 둔 FII-ON(Father Involvement Initiative Ontario Network)란 단체에서 발간하는 뉴스레터에 실렸던 내용 중에 아버지의 적극적인 가정생활과 자녀교육 참여가 자녀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관한 연구가 있었다. 이에 따르면 이런 아버지가 있는 아이들은 지각능력이 일찍 발달해 학교 성적이 좋고, 여러 다른 성취도 역시 그렇지 못한 학생들에 비해 높았으며, 과외활동에도 매우 적극적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정서발달과 관련, 이같은 아버지를 둔 학생은 훨씬 활달하면서도 스스로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이 비적극적인 아버지를 둔 학생들에 비해 뛰어났고, 문제 해결능력도 앞섰다. 또 사회성이 좋아 적응력과 대인관계 등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게 되며, 이는 궁극적으로 성공적인 삶을 영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런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은 불건전한 행동이나 부정적인 유혹에 빠질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분석, 눈길을 끌었다.
그렇다면 이런 아버지 자신에게는 어떤 영향이 있을 것인가. 이에 대해 이 연구는 단기적으로는 가족 일에 헌신해야 하는 과정에서 직장 또는 직업과 상충되는 부분들로 인해 스트레스가 증가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자신감과 활동적인 자세를 통해 가정이나 직업, 사회생활 등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얻게 된다고 결론지었다.
주요 부분 일부만을 훑어봐도 아버지의 역할이 자녀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쉽게 알 수 있다. 아버지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아이들의 건강한 발달을 이끌어 줄 수도 있지만,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는 위험을 동시에 경고하고 있는 셈이다.
이제 곧 여름방학이 시작된다. 자녀들은 학교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자유를 만끽하게 됐다는 해방감에 들뜨고, 학부모는 이 긴 방학을 어떻게 아이들과 씨름하며 보내야할 지 고민하는 시간이다. 그리고 그 고민의 상당 부분은 남편이자 아버지가 고지식하게 외면하는 한, 아내이자 엄마가 고스란히 떠맡게 된다.
요즘은 좋은 대학에 가려면 초등학교 때부터 입시준비를 해야 한다는 얘기가 정설로 느껴질 만큼 교육방식이 바뀌고 있다. 영어와 수학은 학교 과정 보다 한 두 해 앞서야 하고, 과외활동도 부모가 바라고 판단하는 스펙에 인위적으로 맞춰지고 있는 것을 어렵지 않게 주변에서 발견할 수 있다. 순수함과 자유로움 속에서 꿈을 키워가야 할 아이들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과열경쟁’ ‘쏠림 교육’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자녀가 건강하고 긍정적인 사고와 지각을 갖춘 한 인격체로 자라나게 하기 위해서는 아버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가정의 큰 산이면서도 너무 뒤에 있어서 어머니란 숲에 가린 존재일 수 있고, 가정을 이끌어 가는 주연이면서도 조연처럼 보이는 배우일 수도 있는 아버지의 모습에서 벗어나야 한다. 명문대 준비에 동참하라는 것이 아니라 균형 잡힌 아이, 속이 꽉 찬 자녀를 만드는데 아버지의 힘을 발휘하라는 뜻이다.
방학은 자녀에게 새로운 도전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 보다 성숙할 수 있는 시간이다. 그리고 이를 성공적으로 이루도록 아버지가 도울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쯤에서 자신이 아버지의 역할을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를 알아보는 것도 유익한 일일 것이다. 동부의 한 교육구는 부모의 자녀관리 기술에 대한 체크 리스트를 인터넷에 올려놓고 부모들의 자기점검을 돕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쉬운 것 몇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아이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알고 있다. ▲중요한 가족의 일에 동참할 것을 강조한다. ▲성적표는 꼭 읽어보고 교사에게 답을 보낸다. ▲매일 자녀를 안아준다. ▲매일 자녀의 등하교 시간을 점검한다. ▲매일 자녀와 학교생활에 대해 얘기한다. ▲매주 한 번 가족회의를 갖는다. ▲가족이 함께 하는 활동을 권장한다. ▲매일 자녀와 함께 책을 읽는다.
아버지 여러분은 이 중 몇 개에 해당되는가. 혹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면 이번 여름방학 아버지의 역할을 이렇게 해보는 것은 어떨까 - (아이와) 놀아주자, 얘기하자, 함께 하자.
<황성락 부국장 대우·특집 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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